언론에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규정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를 통과하자 민주당 대선후보와 지도부가 앞다퉈 환영 일색의 반응을 내놓았다. 다른 목소리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만 박용진 의원만 언론의 자유만큼 책임도 물어야 한다는 전제로 “손해배상 산정 기준이 논란이 될 수 있다” “언론단체와 더 적극적으로 논의해야한다”는 신중함을 주문하는 목소리를 내놓았다.

대선 경선후보인 박용진 더불어민당 의원은 29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법안 통과를 두고 “언론의 자유만큼이나 책임도 큰 상황”이라면서도 “허위조작 보도나 악의적 보도의 구체적 기준이 구체화돼야 하겠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손해배상 산정 기준의 합리적 기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런 부분 더 논의하는 것 전제로 언론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언론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거나 피해사례를 낳는 것에 비해 책임은 불분명하다”며 “언론자유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책임을 묻는 것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언론자유 침해가 아니냐는 지적에 “침해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자유만큼 책임도 커져가고 있다. 제4의 권력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권력과 자본이 이 법을 악용해 거액의 배상 청구소송을 남발해 결국 언론의 권력감시 기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를 두고 박 후보는 “모든 법에 우려가 다 있다”면서도 “아직 상임위 단계이니, 언론단체들과 적극적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선을 앞두고 비판언론의 입을 막고, 미운 언론들을 손보기 위해 모든 언론의 씨를 말리겠다는 발상에서 이렇게까지 밀어붙이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에 박 후보는 “그건 과한 것 같다”며 “미운 언론 손본다고 하면 이 법에 의하면 진보 언론도 똑같이 우려하는 일에 처한다. 적어도 민주당이 균형감각은 갖고 있다”고 답변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8일 민주당 대선 경선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박용진 페이스북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8일 민주당 대선 경선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박용진 페이스북

 

민주당 내 여러 대선주자들은 환영일색이다.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허위·조작보도 등 ‘가짜뉴스’에 대해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조치”라며 “국민의 오랜 숙원이기도 하다. 크게 환영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일부 언론은 가짜뉴스 생산, 사실 왜곡 등 언론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고 있어 저는 징벌적손해배상제도가 필요하다 주장해왔다”며 “가짜뉴스에 관용을 베풀기엔 그동안 국민이 입은 피해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 전신 정당이 집권하던 시절, 세월호의 진실은 가짜뉴스에 묻혔다”며 “노무현 대통령 서거에도 가짜뉴스의 영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선 경선후보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며 “언론계가 자기 개혁을 좀 더 했다면 여기까지 안 왔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그러나 언론에 의해서 피해를 당한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그 피해는 복구되기가 어렵다”며 “21년 기자로 산 사람으로서 안타깝지만 제가 현직 기자라면 저는 그거를 환영했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대선 경선 후보인 김두관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현재 대다수 언론이 자본에 눈과 귀를 닫았으며, 일부 족벌언론은 사주의 이해관계만을 좇는 이익단체의 행태를 보린다”며 “무엇보다 펜의 힘에만 도취되어 인격 말살과 같은 심각한 범죄 행위도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모욕을 준 ‘논두렁 시계’를 들어 “없는 사실이 ‘단독;이란 이름 하에 뉴스의 이름을 빌려 보도되기도 했다”며 “이미 우리사회의 기득권이 된 언론이 검찰의 농간을 알면서도 피의사실 공표 등으로 인간의 기본권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더 이상은 안 된다”며 “언론의 자정기능만을 믿고 맡겨두기에는 작금의 현실이 너무나도 비참하다. 언론이 다시 책임있는 언론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라도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28일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원팀 협약식에서 원팀 배지 모양 팻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28일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원팀 협약식에서 원팀 배지 모양 팻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 지도부인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언론시대를 열기 위한 우리 민주당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언론중재법안이 상임위 소위를 통과했다”며 “미디어가 넘쳐나는 시대가 왜 탈진실의 시대라고 불리는지 생각해볼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가짜뉴스로 피해는 속출하고 있다”며 “허위조작보도에 대해 징벌적 손해 배상 기준을 신설한 것은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를 실질적 구제하는 의미도 클 수 있다”고 자평했다. 박 위의장은 “법안의 내용과 취지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언론 재갈법’이라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야당도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주장했다.

한겨레 기자 출신인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도 이날 ‘언론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을 두고 “침해되는 건 ‘사주들만의 언론자유’”라며 “‘현장기자의 언론자유’는 이 법 통과를 계기로 비로서 보장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기자들로서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를 찍어 대던 ‘공장’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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