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로 활동하며 MBC 공정성을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받는 차기환 변호사가 다시 방문진 이사 공모에 지원했다.

이에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5·18 역사 왜곡과 세월호 유가족 폄훼를 일삼아온 대표적 ‘극우 인사’ 차기환씨의 방문진 이사 지원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차 변호사는 2009년 방문진 이사에 임명돼 6년 동안 8·9기 이사로 활동했다. 김재철 전 사장을 포함한 MBC 경영진을 비호하며 기자·PD들의 공영방송 정상화 요구를 외면했던 인물로 꼽힌다. 2015년부터 KBS 이사로도 활동했다.

그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지냈고, 현재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차 변호사의 방문진 이사 지원에 관련 단체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차기환 변호사. 사진=미디어오늘
▲ 차기환 변호사. 사진=미디어오늘

세월호 단체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 국민연대는 28일 성명을 통해 “차기환은 유민아빠 김영오님의 단식 투쟁을 비하하는 ‘일베’ 게시글을 자신의 SNS에 올리고,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로 간 유가족을 향해 ‘이런 유가족들의 행태는 정말 싫다’며 세월호 유가족을 폄하한 바 있다”고 비판했다.

4·16 단체들은 “2015년 새누리당 추천으로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위원 활동을 하는 동안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를 ‘세금 도둑’, ‘정치집단’ 등으로 비하하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집요하게 방해했다”며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피해자들을 모욕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은폐하고 억압했다. 진상규명을 방해한 차기환이 방문진 이사 후보로 선정되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비판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 5·18기념재단 등 5·18 단체 4곳도 27일 성명을 통해 “차씨는 5·18민주화운동에 관해 국방부의 과거사 진상조사 결과와 관련 증언들을 묵살했다. 또 1980년 5월 당시 계엄군의 집단 발포에 의해 숨진 조사천씨에 대해서는 시민군에 의해 희생됐다는 가짜뉴스를 자신의 SNS와 토론회를 통해 퍼트렸다”고 규탄했다.

이 단체들은 “차씨는 ‘계엄군이 시민들에게 조준 사격한 적 없으며 시위대가 경찰과 군경을 위협했다’는 거짓 주장도 꾸준히 반복해왔다”며 “5·18 진실규명은 물론 우리 사회 통합을 위해서도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고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사건에 대해서도 (차씨는) 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중심으로 제기된 ‘빨간우의 타격설’을 그대로 옮겨 주장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단체들은 “비합리적이고 몰상식적 인사가 공영방송에 대한 이해와 올바른 역사관, 미디어 전문성이 요구되는 방문진 이사로 활동하는 것은 언론이 우리 사회 민주주의와 인권 옹호의 공정한 매체가 되는 길을 포기하고, 오히려 보통의 상식을 부정하는 최악의 흉기로 작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방송통신위원회의 합리적이고 올바른 판단을 기대한다”고 했다.

앞서 차 변호사는 방통위에 제출한 지원서에서 “현재 MBC는 시청률, 경영 실적에서 매우 부진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나아가 국민들의 MBC 방송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가는 것이 시청률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고 본다”고 지원 동기를 밝혔다.

차 변호사는 “공정하고 객관적 보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특히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이므로 공정한 보도 및 선거 방송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차 변호사는 29일 통화에서 “최종 결과가 나오면 이야기하자”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에 대해서는 “비판 성명을 내는 분들은 정해져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결과가 나오고 난 다음 이야기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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