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여권 대선주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겨냥해 “김어준에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당신은 비겁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이 지사가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를 지지하면서 이 대표를 비판한 데 대한 반응이다.

이 대표 발언 요지는 각종 음모론을 부추긴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에 대한 비판이 전제돼야 ‘가짜뉴스에 대한 책임’을 내세우는 이 지사 주장에 진정성이 있다는 것이다. 입씨름이 계기가 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는 허위·조작 보도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이가 언론사를 상대로 피해액의 5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민주당은 지난 27일 개정안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강행 처리했다.

이 대표는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이 지사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곤란에 빠지자마자 바로 언론관계법에 대한 제 입장을 비판했다”며 “제가 노무현 정신을 언급한 것을 비판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신은 이재명 지사가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들의 입씨름은 전날부터 이어진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28일, 전날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에 “노무현 정부 계승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경직된 언론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것인가”라며 “과거 노무현 대통령은 다수의 인터넷 언론사나 신규 언론사를 설립하고 선택은 국민이 한다는 취지로 언론 다양성을 추구하는 정책을 폈다”고 꼬집었다.

이에 이 지사는 “허위·조작보도 등 ‘가짜뉴스’에 대해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조치”라며 민주당의 강행 처리를 지지한 뒤 “이준석 대표는 이번 개정안이 언론 다양성을 추구한 노무현 정신과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언론 다양성 보장과 가짜뉴스 차단은 전혀 다른 영역의 문제다. 가짜뉴스를 보호하는 것이 노무현 정신이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가짜뉴스에 관용을 베풀기엔 그동안 국민이 입은 피해가 너무 크다. 국민의힘 전신 정당이 집권하던 시절 세월호 진실은 가짜뉴스에 묻혔다”며 “노무현 대통령 서거에도 가짜뉴스 영향이 있다. 엉뚱한 논리로 노무현 정신을 훼손하지 않길 바란다. 언론사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노무현 정신”이라고 주장했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국민의힘, 민중의소리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국민의힘, 민중의소리

다시 이 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 다양성 확보를 통해 국민들이 (뉴스 선택을) 취사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노무현 언론관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 언론 입을 가로막겠다는 문재인 정부 언론관과 매우 차이가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계신다면 지금의 언론법 개정을 두고 개탄하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 지사를 겨냥해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며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가짜뉴스와 마타도어로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하려고 했던 언론인이 누구인가. 문재인 정부 하에서 잘 확인되지 않는 무수한 증인을 내세워 각종 음모론을 부추겼던 방송인이 누구인가. 그에 대해 지적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4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TBS 라디오 진행자인 김어준씨가 익명의 제보자를 내세워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현 서울시장)에게 부동산 의혹을 거듭 제기한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 

이 대표는 “그 진정성이 있어야만 가짜뉴스 운운하며 언론인들 입을 막으려 하는 일말의 고려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본인들에게 유리한 쪽에 서서 가짜뉴스를 퍼뜨렸던 사람(김어준)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 못하면서 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하나. 김어준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 안 그러면 당신은 비겁자”라고 꼬집었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미디어바우처법을 겨냥해 “인기 투표를 해서 정부 광고를 나눠주겠다는 것”이라며 “정부의 우호·편향적 언론사를 도와주겠다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언론개혁이 아니라 언론장악”이라고 주장했다.

정 위원은 “진정한 언론개혁을 하려면, 첫째 진중권 교수가 해체하라고 했던 민언련, 이 단체가 방송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둘째, 방통위나 방심위의 황당한 인물들, 이를 테면 정연주(전 KBS 사장) 같은 사람이 임명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라. 셋째 문재인 정부 나팔수 역할을 하고 있는 KBS와 MBC를 민영화하는 법을 만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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