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조작보도를 생산한 언론사에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찬성으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위를 통과했다. 27일 문체위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에서 소위원장인 박정 의원을 비롯해 김승원·유정주 의원 등 민주당 소속 3인,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찬성, 최형두·이달곤 국민의힘 의원 반대로 법안이 소위 문턱을 넘었다. 민주당은 8월 중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28일 한국기자협회를 비롯한 5개 현업 언론인 단체가 비판 성명을 낸 가운데 29일 발행된 주요 종합일간지 9곳 모두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주된 비판 요지는 권력을 가진 이들이 법을 악용해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악의적 보도’ 기준 모호…기업 등 소송전에 언론 자유 위축 우려)은 △허위·조작 보도의 범위나, 악의를 가진 게 어떤 것인지 명확히 알 수 없을 정도로 법이 추상적·포괄적 △공인과 기업도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도록 여지 △개정안 내용의 상당수는 기존 언론중재법에 따라 언론중재위원회나 법원 판결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7월29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7월29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경향신문은 사설(구조 혁신 없이 징벌적 손해배상만 높이면 언론 개혁되나)에서 민주당이 언론학계와 시민단체들의 ‘독소조항’ 우려를 반영하지 않고 이를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여당이 이 법을 그대로 통과시키려 한다면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은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뜻으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여당이 진정 보도의 질을 높이고 언론을 개혁하고자 한다면 그런 보도가 나오는 구조적인 문제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언론 징벌적 손배제, 속도전 대신 숙의를”이라는 제목의 1·4면 기사에서 실질적인 언론보도 피해구제 강화 방안과 손해배상 액수가 불충분하다고 공감하는 시민사회에서도 이 법안이 ‘손배액 현실화’ 효과를 거둘지 불투명하다고 평가하는 이유를 전했다. 현재로서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손해배상 산정액 실행 지침이나 법원의 위자료 산정 기준 전반을 현실화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며 “법을 바꾸더라도 재판부에서 어떻게 적용할지 예측하기가 어렵다”(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는 이유 등이다.

다만 △정정보도 요구 통로 및 시기 확대(서면, 전자우편, 누리집 모두 가능) △추후보도 청구권 범위 확대(행정처분 포함) △언론중재위원 자격 확대(독자·시청자 명시) 등의 조항은 ‘실질적 피해구제 강화’ 취지에 부합한다는 해석을 내놨다. 전직 언론인이나 언론학자 일색인 언론중재위원으로 일반 시민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 포함될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는 견해도 더했다.

▲7월29일자 경향신문 6면 기사
▲7월29일자 경향신문 6면 기사

반면 중앙일보(야당 “검열 시대 되돌리는 언론중재법, 유령 의결 무효”)의 경우 정정보도 확대 조항을 ‘독소조항’으로 봤다. 조선일보의 경우 언론중재법에서 나아가 ‘미디어바우처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조선일보(‘이상직 언론봉쇄법’ 통과되면 한국은 언론자유국 아니다)는 특히 사설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이상직 언론봉쇄법’이라 칭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지난 2월 500억원대 횡령·배임과 대량 해고 등에 대한 비판 보도가 쏟아지자 ‘가짜 뉴스와 싸울 수 있는 보호 장치’라며 언론중재법 처리를 주장했다”는 점을 든 것이다. 이어 ‘미디어바우처법’ 관련해 “정권에 우호적 언론과 비판적 언론을 편 가르고 내 편에게만 광고를 몰아주겠다는 것”이라며 “검찰의 권력 비리 수사 봉쇄를 검찰 개혁이라고 했던 이 정권이 이젠 언론의 입을 틀어 막는 것을 언론 개혁이라고 우기며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으로 민주당이 주요 언론개혁 과제로 제시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은 손 놓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겨레는 “정작…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은 ‘공회전’” 제목의 기사에서 “여야는 지난 5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 티에프(TF)’ 구성에 합의했지만, 국민의힘이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 문제를 이유로 과방위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티에프 구성 안건은 상정되지 못 했다. 야당은 이후로도 ‘교통방송’(TBS) 감사 청구 등의 이유를 들어 과방위를 보이콧하고 있다”며 “여당 일각에서는 방송 관련 법안은 여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사례가 없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와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7월29일자 동아일보 10면 기사
▲7월29일자 동아일보 10면 기사

‘사주 딸 편입학 비리 의혹’ 동아일보 지면에

동아일보는 이날 신문 지면에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딸 김아무개씨의 하나고 편입 비리 의혹 소식을 다뤘다. “MBC-전교조 주장 ‘하나고 편입 의혹’…檢 ‘근거없다’ 무혐의 종결”이라는 제목의 기사다. 동아일보는 “2019년 10월 MBC가 의혹을 제기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고발한 2014학년도 하나고 편입 의혹 사건에 대해 서울서부지검은 26일 무혐의 처분을 했다고 28일 밝혔다”며 “‘2014학년도 하나고 편입 의혹’은 2015년 검찰 고발 이후 이달 26일까지 약 6년 동안 5차례 검찰의 불기소 판단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전현직 정치인의 기자 상대 고소·고발 소식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 측이 28일 한 언론사 기자를 상대로 사자명예훼손죄 소송 의사를 밝혔다. 국민일보(박원순 유족, 성폭력 보도 기자 소송 의지…“2차 가해 우려”)는 “유족 측은 ‘박 전 시장이 성폭력을 저질렀고 가해자가 명백하게 밝혀졌다’는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을 근거로 작성된 언론 보도를 문제 삼았다”며 “하지만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 A씨의 다른 사건 판결문 등에도 성추행 피해 사실이 적혀 있어 법조계에선 ‘허위사실을 유포해 고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가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고 했다.

같은 날 대권주자로 나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본인 배우자의 혼전 동거설 등을 보도한 정천수 ‘열린공감TV’ 대표와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 등 4명을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 등으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발했다. 조선일보(윤석열측, 아내 동거설 보도 기자 등 고발)는 “열린공감TV는 지난 26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김씨가 윤 전 총장과 결혼하기 전에 유부남인 A 변호사와 동거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방송하면서 이와 관련한 A씨 모친 발언을 내보냈다. 그런데 이는 허위 사실이란 게 윤 전 총장 측 주장”이라며 이를 부인하는 윤 전 총장과 A변호사, 강진구 기자 등 입장을 전했다.

▲7월29일자 한국일보 3면 기사
▲7월29일자 한국일보 3면 기사

홍남기 경제부총리 부동산 대국민담화에 싸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28일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했으나 반응이 싸늘하다. 서울신문(정책 반성은 안 하고 집 사지 말라는 정부)은 “이번 담화도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 없이 ‘시장 탓’, ‘국민 탓’만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며 “막연한 가격 상승 기대심리가 형성된 데다 그 변동성이 과거보다 현저히 커졌고, 불법·편법 거래와 시장교란 행위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홍 부총리 발언을 질택했다.

한국일보도 이날 “기존 대책 재탕 삼탕…‘집 사지 말라’ 국민만 다그친 대국민 담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새로운 대책 없이 기존 발표 내용을 재탕해 대국민 담화가 ‘속 빈 강정’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임대차 3법 등 정책 역효과는 언급조차 하지 않은 채 시장 불안의 책임을 국민 불안 심리와 일부 불법 거래로만 돌려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한겨레 기사(집값은 계속 치솟는데, 홍남기 “하락할 것” 경고만 반복)는 “홍 부총리는 5월 말 기재부 확대간부회의를 시작으로 집값 하락을 경고해왔다”며 “새로운 대책 없이 그저 ‘집값이 떨어질 테니 사지 말라’는 경고는 당장 불안해하는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고 무책임한 태도”(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 교수)라는 전문가 지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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