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에서 8시간30분(정회시간 포함)간의 회의 끝에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을 담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표결 처리했다. 박정(소위원장)·김승원·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16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병합한 위원회 대안에 찬성표를 던졌고, 최형두·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이 반대표를 던져 4대2로 통과됐다. 

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신문협회·한국여기자협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28일 공동성명을 내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반헌법적 언론중재법 개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협회는 “허위·조작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하나만 보더라도 과잉입법금지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 허위·조작보도 폐해를 막겠다면서 피해액의 5배까지 배상토록 한 것도 모자라 언론사 매출액의 1만분의 1이라는 손해배상 하한액까지 설정하고 있다”며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만든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 협회는 개정안을 가리켜 “배임이나 횡령도 아닌 과실에 의한 손해배상액에 대해 기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게 할 뿐 아니라 고의 또는 중과실의 입증책임을 피해자가 아닌 언론사에 두고 있어 현행 민법 체계와 충돌한다”고 주장했으며 “현행법 체계에서도 언론의 악의적 보도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은 물론 명예훼손죄 등에 따른 형사상 책임도 지도록 했다”며 ‘과잉입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 협회는 이번 개정안을 “표현의 자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반민주적 악법”으로 규정하면서 “향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및 정부 정책의 비판·의혹보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시도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이어 “언론 통제가 국민과 민주주의에 얼마나 큰 피해와 고통을 주는지 우리는 역사적 경험을 통해 너무 잘 알고 있다”며 “과거 군부 독재정권이 무력으로 언론자유를 억압했다면 지금의 여당은 무소불위의 입법권을 행사하며 언론을 통제하려 하고 있을 뿐 본질은 같다”고 주장했다. 

이들 협회는 “언론에 대한 규제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언론의 위축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게 민주국가들이 경험한 역사적 교훈”이라고 강조한 뒤 “언론을 길들이려는 언론중재법 개정을 강행할 경우 헌법소원을 비롯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적극 저지에 나설 것”이라 경고했다. 개정안은 8월 중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있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비판·의혹보도 원천 봉쇄” vs “가짜뉴스 피해회복법”

반면 문체위 법안소위에서 찬성표를 던진 국회의원들의 반응은 이들 협회와 극명하게 엇갈렸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회복법’을 통과시켰다. 가짜뉴스나 허위 조작 보도로 인격권침해와 명예훼손 및 영업에 지장을 받으신 국민들께 신속한 방지조치와 충분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있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유정주 민주당 의원 역시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피해자 보호법이자 언론책임 강화법이 통과됐다”고 적었다. 

한겨레 기자 출신의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현시점에서 가장 절박한 언론자유란 언론사 ‘사주’로부터의 독립이다. 사주들은 돈벌이를 위해 기자들의 영혼을 악마의 맷돌에 넣어 갈아내고 있다. 클릭 수를 위해 모든 기사를 ‘포르노’로 만들어버렸다”면서 “언론사 사주들은 누구도 견제할 수 없지만 딱 하나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 돈”이라고 주장하며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김의겸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사주들만의 언론자유’는 침해되지만 ‘현장기자의 언론자유’는 비로소 보장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안 30조의4(구상권 청구요건)에 따라 기자에게 고의·중과실이 명백할 경우를 제외하곤 손해배상은 회사가 하고, 기자들에게는 손해배상액을 물릴 수 없도록 했다고 강조하며 “이제 회사와 사주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 순간까지 하나하나 팩트를 확인하던 ‘잊혀진 미덕’이 다시 살아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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