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대선 야권 1위 주자인 윤석열 예비후보가 지난달 29일 정치를 선언하고 한달이 지났다. 윤 후보나 윤석열 캠프를 취재한 기자들에게 평을 들어봤다. 

공보라인 부실, 메시지 혼선으로 이어져 

기자는 대권주자가 가장 처음 만나는 유권자이자 더 많은 유권자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통로다. 기자들과 소통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정치성향을 떠나 대체로 기자들은 윤석열 캠프의 공보라인이 부실하다고 평가했다. 

TV조선은 윤 후보가 정치선언 보름이 흐른 지난 14일 “[취재후 Talk] 아마추어 ‘윤석열 캠프’의 불안한 공보 행보”란 기사에서 무려 200자 원고지 33매에 달하는 기사를 통해 윤석열 후보의 미숙한 공보 행보에 대해 보도했다. SNS를 만들었는데 계정 비활성화와 활성화를 반복하며 비대면 소통이 처음부터 꼬이거나 윤 후보가 정치선언 뒤에도 비공개 행보 이후 사후보도자료를 내는 ‘전언정치’ 행태, 이동훈 전 대변인 사퇴 관련해 답답했던 입장표명 과정 등을 지적했다. 

해당 기사에 나온 한 사례를 보면 캠프에서 지난 5일 윤 후보가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과 만찬 사실을 언론에 흘려 예고기사가 나왔지만 캠프 대변인실에선 만찬이 예정되지 않았다는 공지를 냈다. 하지만 이후 유 전 총장이 라디오에 나와 한 말을 보면 ‘구설이 싫어 비공개로 보자고 했는데 윤석열 캠프에서 (만남 사실을) 흘려서 나중에 보기로 한 것’이다. 

▲ 지난 27일 부산 깡통시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 사진=윤석열 캠프
▲ 지난 27일 부산 깡통시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 사진=윤석열 캠프

A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공보라인 부실 원인으로 “다양성 부족”을 꼽았다. A기자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있어서 그런지 처음에 진용을 갖출 때 법조계 출신 측근들을 두니 다양성, 정치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유연한 대응이 부족했다”며 “언론이 전후맥락을 다 기사화할 수 없는데 후보가 이런 언론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 실수를 범했고 이는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됐다”고 평가했다. 

B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캠프라고 말하기 어려울 만한 (미흡한) 조직을 가지고 정치를 선언했기 때문에 공보가 미숙할 수밖에 없다”며 “(윤 후보 측에선) 정치선언을 한 뒤에 조직을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겠지만 여의도에서 보기엔 말도 안 되는 일인데 적어도 3개월 전에는 캠프 구성을 했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캠프사무실을 여의도가 아닌 광화문에 얻었는데 이는 기존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전략으로 해석한다. 

윤 후보는 정치선언 이후 민심을 듣겠다고 나섰지만 기자들과 국민들은 지난 3월4일 검찰총장직을 관둔 뒤 4개월간 준비기간이 있었으니 정치선언 이후엔 윤 후보의 생각을 듣는 시간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의 행보마다 기자들은 마이크를 들이대지만 윤 후보는 정책과 비전, 구체적으로는 여권 1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시리즈의 대안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 지난 7일자 조선일보 사진기사. 탄소중립으로 써야 하는데 마스크에 탄소중심으로 표기해 논란이었다
▲ 지난 7일자 조선일보 사진기사. 탄소중립으로 써야 하는데 마스크에 탄소중심으로 표기해 논란이었다

소소한 일처리 미숙도 발견됐다. 방송기자 출신의 부대변인이 지난 2일 현장 영상을 지나치게 짧게 여러개로 올려 방송기자들의 원성을 듣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은 단지 기자들의 업무를 방해하는 이상의 문제로 확대된다. 공보라인의 전반적인 미숙한 수행과정이 주변에도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지난 6일 대전을 방문한 윤 후보는 한 호프집에서 열린 탈원전 반대 토론회에 깜짝 참석했는데 이때 사람들이 몰려 호프집 사장이 방역수칙 위반으로 경찰에 신고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기자들이 윤석열 캠프에 대해 미숙하다는 인상을 지속적으로 받으면, 후보가 실수할 때도 해석이 달라진다. 노련한 정치인이 막말 혹은 실언을 하면 ‘부적절하지만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한 발언’ 정도로 해석하지만 윤 후보의 튀는 발언은 아마추어 이미지를 강화하는 맥락에서 해석된다. 

윤 후보의 ‘주 120시간 노동’ 발언 역시 그렇다. C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무슨 맥락인지 알겠지만 윤 후보가 가졌던 평소 생각이나 듣는 조언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고 정치인으로서 준비가 안 됐다는 평가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의 발언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문화일보 정치부 기자의 기자수첩
▲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의 발언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문화일보 정치부 기자의 기자수첩

불안한 공보, 조금씩 나아지나

윤 후보 등장 한달간 각종 논란을 거치며 차츰 안정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C기자는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나 발언을 정리해 제공하는 1차 자료제공은 나아졌다”면서도 “추가로 기자들이 질문을 하면 답을 주는 것도 공보의 주 역할인데 이는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기자들과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유효하다. 지난 23일 시사저널 “문 닫힌 윤석열 캠프, 말 없는 대변인단”이란 기사를 보면 서울 광화문에 캠프 사무실을 얻은 윤석열 캠프의 문은 굳게 닫혀있다. 기자들이 캠프사무실에 드나들면서 자연스럽게 캠프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다. 해당 보도에도 ‘대변인들이 모두 기자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요즘엔 누구나 유력 정치인들의 행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전체 발언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유권자들도 기자 못지 않게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C기자는 “캠프사무실에도 갈 수 없고 대변인들도 연락이 잘 안돼 혼란스러울 때가 있는데 취재기자들이 딱히 일반 국민보다 (접근성에서) 나은지도 모르겠다”는 말도 남겼다. 그만큼 다른 선거 때나 다른 캠프에 비해 폐쇄적이란 평가다. 

윤석열 캠프는 지난 25일 김병민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이두아 전 의원,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 등을 대변인으로 영입했다. 언론에선 공보라인을 강화하면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접점을 만든 조치로 해석했다. 

▲ 검찰 출신의 소통방식과 미숙한 정무감각에 대해 쓴 한겨레 정치부 기자의 칼럼
▲ 검찰 출신의 소통방식과 미숙한 정무감각에 대해 쓴 한겨레 정치부 기자의 칼럼

A기자는 “앞으로 유권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알리는 게 우선”이라며 “기존 정치권의 워딩이 아닌 진솔한 발언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B기자는 “7월 한달 행보는 철저하게 계획된 일정으로 전국을 한번씩 돌았다고 볼 수 있다”며 “분위기를 느껴봤다면 앞으로는 지지율 추이와 국민의힘 입당 여부 등이 관건인 시기로 8월부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치 초보자임을 감안해 기자들이 취재 태도를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A기자는 “후보의 독자적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지 후보의 입만 바라봤지만 앞으로는 참모들도 취재하고 클릭수를 위한 취재를 하진 않았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며 “정치적 편향에 편승해 각색하거나 정치인들의 말장난하듯이 기자들이 장난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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