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축구협회가 공식 트위터를 통해 MBC에 불만을 표출했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 언론들이 루마니아 축구협회 공식 SNS라고 인용한 트위터는 일반 축구 팬이었다. 언론들은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채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MBC는 지난 25일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B조 예선 대한민국 대 루마니아 경기를 중계했다. 전반전이 끝난 뒤 논란이 빚어졌다. MBC는 자책골을 기록한 마리우스 마린을 언급하며 중간광고 시간에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자막을 우측 상단에 띄었다.

올림픽 개막식 중계 논란을 빚었던 MBC였기에 다수 언론은 비판 기사를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루마니아 축구협회가 불쾌감을 표했다는 보도들도 같이 이어졌다.

▲한국 언론들은 트위터 'Romanian Football'이 루마니아 축구협회 공식 SNS라고 보도했다. 사진=Romanian Football 트위터 갈무리
▲한국 언론들은 트위터 'Romanian Football'이 루마니아 축구협회 공식 SNS라고 보도했다. 사진=Romanian Football 트위터 갈무리

실제 트위터 사용자에게 확인해 보니…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루마니아 축구협회 공식 트위터로 언급된 ‘Romanian Football’은 루마니아 축구협회 공식 SNS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Romanian Football은 “루마니아 축구협회 공식 SNS가 맞는가”라는 미디어오늘 질문에 “내 트위터는 루마니아 축구협회 공식 SNS가 아니다”라며 “이 정보를 많이 공유해달라”고 답했다.

28일 오후 3시 기준으로 네이버에서는 50건이 넘는 기사가 검색된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이데일리, 서울신문, 세계일보, 국민일보, 머니투데이 등 유력 매체들이 모두 보도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루마니아 축구협회는 공식 SNS를 통해 한국 공영방송 MBC가 ‘고마워요. 마린, 자책골’이라는 자막으로 마린의 부끄러운 순간을 조롱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불쾌감을 표했단 보도 이후 “괜찮다”고 트윗한 내용도 기사화되고 있다.

▲지난 26일 오후 단 3분 사이로 루마니아 축구협회 SNS 관련 보도를 다르게 한 파이낸셜뉴스. 사진=네이버 뉴스 갈무리
▲지난 26일 오후 단 3분 사이로 루마니아 축구협회 SNS 관련 보도를 다르게 한 파이낸셜뉴스. 사진=네이버 뉴스 갈무리

같은 언론에서 다른 사실관계를 전하는 기현상도 있었다. 주인공은 파이낸셜뉴스다. 파이낸셜뉴스는 26일 오후 2시51분 “루마니아 축협 ‘韓 자막으로 조롱’…MBC는 사장이 사과”라는 제목의 보도를 하며 해당 트위터를 루마니아 축구협회 공식 SNS라고 설명했다.

반면 같은 날 오후 2시54분에는 “자책골 루마니아 한국 누리꾼 사과에 ‘괜찮다. 나의 친구여’”라는 제목의 기사가 송출했다. 해당 기사에서는 관련 SNS를 “루마니아에서 축구 소식을 전하는 트위터”라고 전했다.

심지어 경향신문은 “[여적]중계의 품격”이라는 제목의 칼럼에 관련 내용을 담았다. 이 칼럼은 27일 자 지면에도 실렸다. 경향신문은 “루마니아 축구협회가 발끈했다”며 “‘한국의 공영방송 MBC가 우리 선수의 부끄러운 순간을 조롱했다’고 질타했다”고 했다.

▲27일 경향신문에 실린 '[여적]중계의 품격' 칼럼. 사진=경향신문 지면 갈무리
▲27일 경향신문에 실린 '[여적]중계의 품격' 칼럼. 사진=경향신문 지면 갈무리

첫 보도는 스포츠조선…“제보 메일만 보고 기사 작성”

첫 보도는 어디였을까. 시간상으로는 26일 오전 6시55분에 업로드된 “정신 못 차린 MBC, 이번엔 ‘고마워요. 마린’ 조롱”이라는 제목의 온라인매체 뷰스앤뉴스 기사다. 그러나 뷰스앤뉴스는 첫 보도 당시 루마니아 축구협회 SNS 관련 내용이 없었고 뒤늦게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뷰스앤뉴스 관계자는 “처음 기사가 나갈 당시에는 루마니아 축구협회 SNS 관련 내용이 없었다”며 “타사들에서 보도가 되길래 뒤늦게 수정 반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오전 11시10분 출고된 스포츠조선의 기사. 사진=네이버 뉴스 갈무리
▲26일 오전 11시10분 출고된 스포츠조선의 기사. 사진=네이버 뉴스 갈무리

이어 보도된 기사는 같은 날 오전 11시10분에 출고된 스포츠조선의 “[SC이슈]루마니아전 자막 사과 없이 시청률 자화자찬…MBC의 무례함, 또 한 번의 나라 망신” 기사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사실관계 확인이 부족했다고 인정하며 기사를 수정했다. 온라인상에서 떠돌았던 내용이 제보 메일화 됐고 기사화까지 이어진 것이다.

스포츠조선 소속 A기자는 “해당 트위터가 올라왔다고 제보 메일을 받고 해당 트위터를 캡처해서 쓴 기사였다”며 “미디어오늘 취재를 통해 사실관계를 알게 됐고 기사는 수정했다”고 전했다.

즉, 실제 공식 계정인지 확인하는 절차 없이 제보 메일을 통해 트위터 내용을 전하고, 다른 언론사들이 받아쓰면서 오보가 확산된 것이다.

SNS 떠돌던 내용으로 오보 릴레이 냈던 언론

온라인상에서 떠돌던 이야기를 사실 확인 없이 보도했던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7년 12월 동아닷컴은 “MBC에서 해고됐다 복직해 11일 첫 출근한 박성호 기자가 신동호 MBC 아나운서 국장이 물러난다는 보도와 관련해 ‘기왕이면 사표도 쓰시지’라고 꼬집었다”고 보도했다. 박 기자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MBC 신동호 국장 물러난다…오늘 인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면서 이같이 전했다는 것이다.

이는 오보였다. 해당 페이스북의 주인은 박 기자가 아닌 동명이인의 일반인이었다. 그러나 당시 언론들은 사실관계 확인 없이 보도를 이어갔다.

매일경제는 “MBC 복직 박성호 기자, ‘기왕이면 사표도 쓰시지’ 신동호 저격”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했다. 데일리안은 “‘앵커 낙점’ 박성호 기자 ‘신동호, 기왕이면 사표도’”라는 제목의 기사를 송출했다. 아시아경제는 “뉴스데스크 박성호 앵커, 신동호 국장 교체에 ‘기왕이면 사표도 쓰시지’”라고 했다. 스포츠서울은 “복직 박성호 기자, 신동호 국장에 ‘기왕이면 사표도’ 일갈”이라고 전했다.

[관련 기사 : MBC 박성호 기자 신동호에 사표 종용? ‘오보’릴레이]

▲사진=Getty Images Bank
▲사진=Getty Images Bank

지난 4월에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여당의 보궐선거 패배를 두고 “멘붕”이라고 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같은 달 7~8일 이틀 간 채널A, 파이낸셜뉴스, 아시아경제, 동아일보, 인사이트, 한국경제, 뉴스1, MBN, 이데일리, 부산일보, 이투데이 등 11개 언론은 김씨가 SNS를 통해 해당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11개의 언론이 참고한 SNS는 김씨의 SNS가 아닌 ‘김어준 저장소’라는 페이스북이었다.

[관련 기사 : 파이낸셜뉴스 등 11개 언론 김어준 “멘붕” 발언 ‘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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