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직업보장제도의 배경과 의미=‘대통령선거 쟁점은 기본소득이 아니라 직업보장이다’에 이어서)

국가투자와 고용·생산의 사회화

국가에 의해서 고용이 창출되고 유지되기 때문에 국가투자(공공투자)와 재정지출의 방향과 목적에 따라 고용의 질과 양이 결정된다. 신자유주의 진영에서는 산업이나 생산 부문에 국가투자나 재정지출이 이뤄지는 경우 공기업처럼 민간자본을 대체하거나, 시장에서 민간기업의 이윤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마중물’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때 진행되는 국가투자는 민간자본의 이윤(율) 증가를 목표로 이루어진다. 즉, 정부가 창출하는 일자리, 국가투자는 민간자본의 이윤 증대 또는 최소한 현재의 자본축적을 방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진행될 때에만 가능하다. 환경, 지역사회, 개인 돌봄과 같은 비시장 영역의 국가투자도 시장 이윤을 침해하지 않거나 향후 민간자본의 참여를 통해 시장화하는 목적으로 투자되고 있다. 영국 토니 블레어 총리 시절 유행하던 제3의 길로 표현되는 ‘사회투자국가론’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이때 국가투자·재정지출은 인프라 투자, 직간접 보조금과 같이 민간기업의 시장 이윤 개선 또는 비시장 영역을 이윤이 나는 시장으로 바꾸는 시장화 하는 역할로 제한된다.

▲ 토니 블레어 (Tony Blair) 전 영국 총리. 사진=flickr
▲ 토니 블레어 (Tony Blair) 전 영국 총리. 사진=flickr

가령 고속도로를 100% 민간자본으로 지으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통행료가 비싸야 하는데 그러면 도로 이용률이 낮아져 적정 수익을 낼 수 없어 도로 건설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정부가 돈을 들여 땅을 매입하고 기반 공사까지 해 놓으면(인프라 투자), 여기에 민간자본은 아스팔트를 깔고 톨게이트만 세우면 되니, 통행료를 낮추고 이용률을 높여 민간자본은 투자한 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게 된다. 대부분 인프라 투자가 이런 방식이다. 일정한 수요는 있지만, 민간자본만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는 영역에 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하고 기반시설을 갖추면, 민간자본이 이를 무상 또는 아주 작은 비용으로 이용해 여기에 추가 투자한 만큼 수익을 내는 시장을 만든다. 또한 100% 민간자본으로 진행하더라도 서울지하철 9호선이나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의 경우처럼 정부가 예상 수입의 80~90%를 보장해주는 최소수입보장(MRG)제도로 진행한다. 나중에 손실이 나도 정부가 예상 수입의 80%를 세금으로 보장해주기 때문에(보조금) 민간자본은 손실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국가나 자치단체가 기반시설만 만들고 운영시설을 민간자본에 맡기게 되면 해당 시설과 설비의 운영·소유권이 민간자본에 귀속된다. 민간자본이 기반시설을 무상으로 이용하면 보조금과 같은 완전한 이전지출이 되고, 사용료나 시설이용료를 받더라도 아주 낮은 요금으로 장기간에 걸쳐 지급받게 되므로 투자금의 회수 기간이 길어져 국가는 재정적으로 사실상 적자 상태가 지속한다. 또한, 이런 인프라를 이용해서 자본투자를 하고 사업할 수 있는 곳은 대부분 대기업과 재벌기업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인프라 투자는 대기업과 재벌기업에 무상 또는 저리로 보조금을 주는 것과 같은 특혜성 지원이 된다. 순서가 뒤바뀌긴 했지만, 공공부문 민영화와 같은 효과를 지닌다.

화폐론 측면에서도 문제가 된다. 국가투자나 재정지출을 국채(금융시장)나 세금처럼 현재 통화량에서 조달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은행으로부터 신규 화폐를 동원해 진행한다면, 공급된 화폐만큼의 화폐 수요가 지속해서 존재해야 인플레이션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간재의 일종인 기반시설만 만들고 최종재를 공급하지 않고, 중간재라 하더라도 무상 또는 원가 이하의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게 되면, 해당 사업에 대한 국가투자(재정지출)의 수요유발 효과가 낮아지고 이전지출과 같아져 증가한(공급된) 통화가 다른 곳으로 흘러 가(假)수요나 초과수요를 형성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거나, 자산시장으로 흘러 자산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게 된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신자유주의 아래에서 국가투자는 대부분 시장이윤을 구축하지 않는 영역에 대해 국채 발행으로 금융시장에서 재원을 조달하거나 세금(인상)으로 진행하게 된다. 즉, 인프라 투자와 같이 중간재 또는 기반시설에만 투자하여 국가투자가 해당 영역의 전체 수요를 담당하지 못하고 민간에 이전시킴으로써 투자 재원을 신규 화폐로 할 수가 없고 국가부채를 증가시키는 국채 또는 세금(인상)으로 제한된다.

경기순환 재개를 목표로 하는 국가투자·재정지출도 마찬가지다. 국가투자나 재정지출이 소비 수요와 투자 수요 확대로 연결돼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은 무매개적이고 우연적이다. 재정지출 확대가 수요 증가로 이어지란 보장이 없다. 정부가 가계와 기업에 조건 없이 쓰라고 화폐를 공급한다 해도 소비나 투자 수요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 특히 민간투자는 현재와 같은 제로 금리 상황에서 돈, 자본이 없어서 못 하는 것이 아니다. 투자해도 이윤 날 곳이 없기 때문이다. 가계의 경우도 돈이 있더라도 필요해야 지출을 한다. 당장 소비하는 것보다 자산시장에 투자하거나, 저축하거나, 부채를 청산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른바 ‘유동성 함정’이 발생한다. 쓰라고 준 돈을 쓰지 않고 저축하거나 자산시장으로 돈을 돌리는, 화폐가 실물 부문에서 퇴장한다. 이 같은 화폐의 퇴장은 ‘이자 낳는 자본’을 증가 시켜 부동산, 주식, 채권 등 자산시장의 인플레이션을 초래해 심각한 불평등 문제를 야기한다.

(포스트 케인스 진영에서는 현대통화이론(MMT)으로 이런 신규 화폐 공급의 제한을 넘어서려고 하고 있다. 완전고용이 될 때까지 신규 화폐공급을 통한 재정지출은 인플레이션 같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정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프라 투자 등 어떤 곳에도 화폐공급을 통한 재정지출이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재정지출이 항상 수요를 유발하고 고용을 증대시키는 것은 아니고, 실물 부문에서 화폐 수요의 증가가 동반되지 않는 화폐공급 증가는 화폐가치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고, 화폐가 퇴장하여 자산시장의 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

또한, 정부의 재정지출이 일종의 가수요를 형성하거나 일시적인 수요상승으로 끝나는 경우도 존재한다. 가령 코로나 위기 대응 일자리 공급방안처럼, 단순 데이터 작업, 공공근로 등의 일자리는 일시적(대부분 6개월), 일회적인 노동수요를 발생시킨다. 이 효과는 그때뿐이며 형성된 수요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매년 비슷한 규모의 재정지출을 유지해야 한다. 만약 지출을 중단하면 그 즉시 수요 감소 효과가 발생해 재정지출의 수요유발 효과는 상쇄된다. 매년 초 실업률이 상승하고 임금소득도 낮아지는데, 이는 노년층의 실업률 폭증이 이유다. 대부분 공공근로를 통해 임금소득을 얻는 노년층은 올해의 공공근로가 만료되는 연말과 다시 새로운 공공근로가 시작되는 연초 사이에 모두 실업자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같은 공공근로조차 없으면 노년층은 일시적인 실업이 아니라 계속 실업 상태가 되고, 경제적으로도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지속적인 재정지출로 공공근로를 재개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투자와 재정지출을 (국채나 세금이 아닌) 신규 화폐공급으로 진행하려면, 사람들의 필요로 계속 소비나 거래가 이루어지는 영역, 일정한 수요가 존재해 화폐 수요가 (공급된 화폐만큼) 증가할 수 있는 영역에 투자돼야 한다. 다시 말하면, 수요가 존재하는 생산적인 영역, 사회 유지에 필수적인 필수재 또는 필수서비스, 먹고 살고 양육하는 재생산 영역 등 국가투자를 통해 수요에 직접 대응하는 공적 공급체계를 만들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이때 생산적인 영역 또는 시장 영역에 국가투자가 이뤄지는 경우 민간기업의 시장이윤을 잠식(구축)할 수 있는데, 민간기업의 이윤이 줄지는 모르지만, 사회적 가치나 사회적 이윤은 줄지 않고 고용 규모도 확장할 수 있다. 가령, 쿠팡 같은 민간 플랫폼을 압도하는 공공 플랫폼을 통해 택배나 배송이 진행된다면, 민간자본인 쿠팡의 이윤이 줄어들 수 있지만, 사회적 가치(이윤)가 줄어들지 않고 국민 전체의 사회적 효용이 더 커질 수 있다.

그러므로 국가투자를 통한 고용 창출은 첫째, 시장이윤이 평균 또는 그 이상으로 존재하지만, 사회적 효용이 낮아 이를 최대화하기 위한 시장 영역. 둘째, 시장이윤이 평균이윤(율) 미만이거나 아예 수익이 나지 않지만, 사회적 수요가 존재해 일정 기간 후 생산된 총 가치가 총 투자액을 넘을 수 있는 영역(총가치>총투자). 예를 들면, 의료, 버스나 대중교통·운송, 가사노동 및 재생산 영역, 필수재 또는 필수서비스 부문이다. 셋째, 적자가 지속하고 투자액이 가치(가격)로 회수되지 않지만(총투자>총가치), 사회적 필요에 따라 매년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영역. 과학기술, 성별 임금 격차 해소, 기타 복지제도 운영 등이다.

무엇보다 모든 영역에서 중간재보다는 최종재를 공급해야 적정 수요 전체를 화폐 수요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우려 없이) 신규 화폐공급으로 진행할 수 있고 양질의 고용(양)을 책임질 수 있다. 따라서 양질의 고용 창출을 위한 생산(시장과 비시장) 영역에서의 국가투자는 공적·사회적 공급(생산)체계를 갖는 ‘생산의 사회화’로 직접 이어진다.

한국판 뉴딜의 문제

지난해 정부는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자해 19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국판 뉴딜(1.0)을 발표했다. 올해 7월14일에는 이를 업그레이드 해 2025년까지 220조원(국비 160조원)을 투자해 2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국판 뉴딜 2.0’을 발표했다. 형식적으로 보면, 이런 한국판 뉴딜도 직업보장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케인스적 관점, 즉 코로나19가 유발한 고용 위기에서 경기 완충적인 국가개입의 형태로 한국판 뉴딜을 사고할 수 있다. 주로 국가투자로 만든다는 250만개의 일자리는 전체 취업자 2650만명의 약 10%에 달하는 작지 않은 규모다.

▲ 한훈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7월1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2.0’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도현 과기부 정보통신정책관, 박민수 복지부 기획조정실장, 이상원 교육부 차관보, 한훈 기획재정부 차관보, 강경성 산업부 산업정책실장, 김영중 고용부 고용정책실장, 장기복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관이 참석해 있다. ⓒ 연합뉴스
▲ 한훈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7월1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2.0’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도현 과기부 정보통신정책관, 박민수 복지부 기획조정실장, 이상원 교육부 차관보, 한훈 기획재정부 차관보, 강경성 산업부 산업정책실장, 김영중 고용부 고용정책실장, 장기복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관이 참석해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한국판 뉴딜은 경기순환의 ‘완충적 직업보장정책’이 갖는 문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한국판 뉴딜에서 정부가 직접 창출하는 일자리 대부분은 저임금에다 6개월 임시직인 이른바 ‘공공 일자리(공공근로)’이며, 민간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 합작, 간접 보조금 지급 및 국가 인프라 투자를 통한 연관기업의 획기적인 비용절감으로 민간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보조하는 데 있다.

먼저 국가는 민간 자본의 시장영역(시장이윤)을 잠식하지 않는 조건 속에서 오직 위기 국면에서 임시로만 임금소득을 일부 보전할 수 있는 일시적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 대부분 국가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기간에만 유지되는 일시적이고 임시적인 일자리이다. 정부는 지난해 코로나 위기가 현실화하자 정부 부처별 데이터 구축 10만 명, 방역, 산림재해 예방, 환경보호 등 공공일자리 30만 명 등 40만 개의 임시 일자리와 청년 디지털 일자리, 일 경험 지원, 채용보조금 등 민간고용을 지원해 추가로 15만 개 등 모두 55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고 했다. 한국형 뉴딜의 일자리 창출도 이를 구체화한 것이다. 지난해 한국판 뉴딜(1.0)에 따르면, 임시·단기 일자리인 104만개의 공공일자리를 포함하여, 21세기형 ‘인형 눈 붙이기’와 같은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사업, 6개월간의 구직촉진 수당, 청년 디지털 일자리 6개월 인건비 지원 사업 등 190만개의 일자리를 직간접으로 만든다(한국판 뉴딜 2.0에서는 일자리의 세부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250만개를 만든다고만 되어 있다).

한편, 한국판 뉴딜은 수십 개의 영역을 뒤섞어 놓았지만, 핵심인 공공 데이터 개방을 비롯해 수소차와 전기차 인프라 구축, IoT(사물인터넷), 5G, 원격의료, 스마트 배송 및 물류 등 대부분 신산업 관련 인프라 구축에 맞춰져 있다. 이런 공공 데이터 개방과 신산업 인프라 투자는 독점 대기업에 대한 산업 지원과 직접 관련돼 있다. 그린뉴딜도 대부분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진출했거나 진출하려는 독점 대기업에 대한 지원에 불과하다. 수소, 전기차 관련 인프라 구축은 현대차에 대한 직접 지원과 같고, 원격의료 도입으로 가장 혜택을 받는 쪽은 민간의료보험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삼성이다. 이처럼 국가 인프라 투자는 산업성장 특히 신산업 성장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명백하게도 산업성장의 주체는 재벌 대기업과 같은 독점기업들이다.

이 같은 신산업 인프라 투자는 재벌의 하청 계열화와 시장 독점을 심화하고 글로벌 경쟁을 더욱 가속한다. 결국 민간기업 지원을 통한 일자리 유지 또는 확장도 기존 재벌 중심의 하청계열구조를 유지한 가운데 하청, 비정규, 임시 일자리의 유지 확대를 통해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역설적인 현실인데, 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늘릴수록 현재의 산업생태계에서 재벌 독점은 심화하고 노동시장 양극화는 더 확대한다. 또한, 정부가 재정지출로 임시적, 완충적 고용을 만들더라도 이후 민간기업에서 이 고용을 정규적, 안정적 고용 형태로 승계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그렇다고 이를 발판으로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지도 않는다. 그 결과 노동시장 양극화와 임금 격차의 심화가 더 확대한다.

이처럼 한국판 뉴딜사업 나아가 케인스적인 직업보장은 고용의 양적 문제만을 고려할 뿐 고용의 질적인 문제나 생산 관계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국가투자와 고용의 확대도 민간기업(결국 대기업)의 시장이윤을 저해하지 않는 방식으로만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그러므로 직업보장제도를 비교할 때,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일시적, 임시직이냐 아니면 영속적, 정규직이냐 하는 점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또한 똑같은 가사와 돌봄 노동 등 사회적 일자리를 얘기하더라도 공급체계가 민간자본을 통한 시장 공급인지, 공적인 공급체계인지가 고용의 질에 대한 절대적인 차이를 만든다.

사회적 직업보장제도(social job guaranteeing)

노동은 생산요소의 하나이기 때문에, 생산이 사회화되는 만큼 노동(고용)도 사회화한다. 민간기업이 고용을 책임지는 시대는 저금리만큼이나 낮은 이윤율과 저(低)생산성으로 인해 점차 사그라지고 있다. 그러므로 사회적 직업보장(social job guaranteeing)의 목표는 첫째, 고용(노동)의 사회화와 동시에 생산의 사회화를 지향한다. 임시적, 일시적인 일자리를 만드는 투자, 투기수요를 확대하는 투자 또는 과잉공급에서 시장경쟁을 확대하기 위한 국가투자가 아니라 시장의 비효율성과 저생산성, 고용률 하락, 착취적 축적을 대체하는 생산적인 (시장과 비시장) 영역에 대한 국가투자를 전면적으로 확대해야 한다(투자의 사회화). 그리고 이를 통해 국가가 고용을 직접 보장하는 고용의 최종 수요자(demander of last resort)로 기능한다.

둘째, 독점 하의 노동시장 양극화를 극복하고 차별적 임금(제도)을 극복한다. 사회적 직업보장은 단순히 경기침체 상황에서 민간기업의 고용률 하락에 대한 보완(조절)의 의미가 아니라 노동시장 양극화를 해소하고 임금 차별과 임금 격차의 제거를 목표로 하는 가장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다. 셋째, 생활임금을 보장하고 완전고용을 추구한다. 국가와 사회의 일자리 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으면 누구나 그 일을 그만두고 사회적 일자리에 취업하면 되기 때문에 사회적 직업보장은 최저임금을 규율하고 생활임금을 보장한다.

한편, 사회적 직업보장제도의 영역으로는 사회적 효용 증대를 위해 시장의 비효율을 공적 투자를 통해 제거(또는 완화)할 수 있는 영역으로 독점화된 기간산업과 필수재 시장의 사회화를 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사회적 효용증대는 물론 현재 기간산업과 필수재 시장의 고용량보다 더 많은 고용량을 달성할 수 있다. 또한, 이윤이 적거나 없어 시장화하지 못한 영역에 대한 사회화(비시장의 가치화·사회화)다. 대표적으로 현재 각 가정에서 주로 여성들의 무급가사노동은 물론 재생산 영역의 필수서비스인 환경, 지역사회(community)는 물론 노인·유아·장애인 등 개인 돌봄(care)도 국가투자를 통해 가치화 또는 사회화 할 수 있다. 또한 여러 비용과 수익성 문제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에너지 녹색 전환도 사회적 직업보장을 통해 획기적으로 진전시키며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이런 비시장 영역의 사회화를 통해 고용도 확대하고 발전한 곳이 ‘의료’부문이다. 민간의료보험 시장과 민간병원 중심의 공급체계가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 한국의 의료체계는 국민이 낸 의료보험(건강보험 제도)과 공공의료를 바탕으로 순환하고 발전해 왔다. 적어도 의료부문의 상업적 이윤이 의료법인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의료법인 내부에 재투자되게 함으로써 의료의 공공성과 의료의 질적 발전을 이루고 있다. 만약 의료 부문이 민영화되어 시장과 이윤 주도로 성장을 했다면, 대형병원과 대형보험사 중심으로 독점적인 성장을 했을 것이고, 값비싼 요금에 지금보다 더 낮은 사회적 효용을 얻게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이 방안이 ‘사회적’ 직업보장인 이유는 일자리를 만들고 운영하는 주체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일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커뮤니티(공동체), 협동조합, 노동조합 등 사회적 주체들이고, 생산의 사회화를 통해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용의 사회화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 차원만이 아니라 지역과 공동체 차원에서 요구되는 ‘사회적 수요’와 매년 재정이 소요되지만 중요한 ‘사회적 필요’에 따라 일자리가 구성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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