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가 홍보대행사로부터 돈을 받고 대대적으로 기사형 광고(기사로 위장한 광고)를 내보낸 구체적인 계약 내용이 드러났다.

앞서 미디어오늘이 연합뉴스가 ‘기사형 광고’를 포털에 ‘뉴스’(기사)로 내보냈고, 홍보사업팀 임시직 사원 명의로 홍보성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 이후 연합뉴스는 임시직 사원 명의의 기사 2000여건을 포털에서 삭제했다. 

연합뉴스는 기자협회보에 직접적인 대가로 돈을 받거나 고의로 광고를 기사로 위장해 포털에 전송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도 일부 소규모 단체의 경우 홍보대행사의 도움을 받아 연합뉴스의 취재에 응하거나 뉴스거리를 제공한 사례는 있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연합뉴스와 일선 홍보대행사들이 지난해 맺은 계약서에 따르면 연합뉴스는 ‘기사형 광고’를 대대적으로 포털에 내보내고 있었다.

▲ 연합뉴스가 언론홍보대행사와 맺은 계약서 주요 내용 재구성
▲ 연합뉴스가 언론홍보대행사와 맺은 계약서 주요 내용 재구성. 디자인=안혜나 기자

계약서에 따르면 연합뉴스는 ‘홍보배너 및 부가 서비스’ 약정 형태로 돈을 받고 기사를 쓰는  계약을 맺었다. 기업 등이 제품이나 브랜드 홍보를 위해 홍보대행사에 보도자료를 넘기면, 홍보대행사는 연합뉴스에 보도자료를 보내고, 연합뉴스가 교열 작업을 거친 후 기사화하는 것이다.

계약은 표면적으로는 홈페이지에 단기간 배너를 띄우는 ‘배너’ 계약이지만 기사 전송에 따른 대가를 받는 ‘부가 서비스’가 핵심이다. 부가서비스는 ‘보도자료 배포(뉴스정보)’라고 명시돼 있다. 이처럼 배너 계약을 강조하는 건 ‘기사형 광고’ 계약이라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는 업계의 관행이다.

기사형 광고 계약은 ‘보도자료 배포(뉴스정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데 배포처는 연합뉴스 홈페이지 뿐 아니라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3개 포털에 기사로 동시 노출하는 조건이다. 앞서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연합뉴스와 언론홍보대행사 간 거래내역에 따르면 대행사가 요청한 보도자료가 실제 포털에서 ‘뉴스’(기사)면에 송고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연합뉴스는 기사 건당 10만~20만원 사이에 거래를 하고 있었다. 연합뉴스와 계약을 맺은 홍보대행사는 기업 또는 또 다른 홍보대행사로부터 더 많은 돈을 받아 중간에서 수익을 내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연합뉴스는 ‘패키지’ 방식으로 계약을 맺는다. 기사를 내보낼 때마다 돈을 받는 게 아니라 사전에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1000만 원대에 달하는 금액을 ‘선입금’ 받은 다음 기사를 내보낼 때마다 차감하는 방식이다. 계약 기간 내에 기사형 광고를 다 내보냈을 경우 충전해 갱신할 수 있다.

계약서에 따르면 연합뉴스는 제목 길이와 본문 분량을 제한하고 있고, 접수 마감은 오후 4시까지로 하되 기사를 당일 배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는 실제 홍보대행사들이 기업에 ‘보도자료를 주면 기사로 만들어준다’며 보낸 제안서 내용과 같다. A홍보대행사는 연합뉴스 상품을 소개하며 “제목 30자/본문 1200자 / 수정 및 삭제 시 1회 비용 발생 / 편집 검수 심함 / 4시마감”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B홍보대행사는 “제목은 공백 포함 30자 이내, 본문은 1200자 내외”라고 규정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 연합뉴스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홍보대행업계에서 연합뉴스의 기사형 광고는 ‘깐깐한 편’으로 통한다. 홍보대행사가 보내주는 그대로 기사를 내는 언론사가 있는 반면 연합뉴스는 교정 교열을 보고,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기사를 거부하기도 한다. 실제 계약서에도 “보도자료 내용이 법률과 도덕에 위배되거나 소송 중인 사안, 시의성 정보의 부재 등 연합뉴스가 뉴스정보로 제작하기에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해당 자료를 거부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계약서에는 연합뉴스가 주도권을 갖고 권한을 행사하는 대목이 여럿 등장한다. 연합뉴스는 기존에 배포된 기사 내용에 수정을 하는 경우 1회 비용을 추가로 차감한다. 선입금을 한 이후 1회라도 기사형 광고를 만들었으면, 도중에 환불하지 않는다. 

연합뉴스의 기사형 광고 문제는 홍보대행사 제안서 형태로 과거에도 여러 차례 드러났다. 미디어오늘이 확보한 제안서만 해도 홍보대행사 4곳의 2012년, 2017년, 2020년, 2021년 버전의 ‘연합뉴스 상품’이 존재한다. 2012년 미디어오늘은 연합뉴스가 ‘연합뉴스 보도자료’라는 이름으로 기사형 광고를 자사 홈페이지와 포털에 회당 12만 원, 60회당 159만7000원에 배포한다는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당시 연합뉴스는 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홍보수요가 있고 이런 요구에 답하는 것이 언론의 기능 중 하나”라고 밝혔다.

연합뉴스가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돈을 받고 ‘기사형 광고’를 내보낸 사실도 있다. 2019년 미디어오늘이 서울시 온라인 언론홍보 자료를 입수한 결과 연합뉴스는 10건의 ‘기사형 광고’를 내보냈다. 

▲ 연합뉴스가 서울시에 제출한 성과보고서. 서울시 돈을 받아 제작한 정책 홍보 광고를 포털에 기사로 내보내고선,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 연합뉴스가 서울시에 제출한 성과보고서. 서울시 돈을 받아 제작한 정책 홍보 광고를 포털에 기사로 내보내고선,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 정책광고를 기사형 광고로 주문제작한 해당 기사는 건당 100만 원이 넘는 대가가 오갔다. 연합뉴스가 서울시에 제출한 ‘결과보고서’를 보면 “네이버와 다음 등 양쪽 포털 메인에 게재되며 30대 이상의 정통 뉴스 독자에 어필”했다며 성과를 강조하기도 했다. 포털과 독자들은 연합뉴스가 돈을 받고 만든 기사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처럼 ‘기사’와 대가성이 있는 ‘광고’를 구분하지 않는 행위는 신문법 위반이다. 신문법상 처벌 조항은 사라졌지만, 연합뉴스는 공영언론으로서 이례적으로 이처럼 법의 경계를 오가는 기사를 조직적으로 장기간 생산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

2012년 기사형 광고 거래가 적발됐을 당시 연합뉴스는 ‘대가성’을 시인했는데, 당시는 포털의 언론사 부정행위를 심사해 퇴출을 결정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포털 뉴스제휴평가위는 대가를 받고 기사를 쓰는 행위를 ‘기사로 위장한 광고’로 규정해 제재를 하고 있고, 최근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계약서 등 실체가 드러난 경우는 ‘중대한 제휴규정 위반’으로 즉각 퇴출한 사례도 있다. 포털 뉴스제휴평가위는 8월 13일 연합뉴스에 대해 심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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