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의 ‘부동산 구매’가 연일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공포’를 확산시키고 있다. 중국인 이주가 늘며 ‘혐중’ 정서가 커지는 모양새인데, 일부 언론과 정치권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는커녕 ‘공포’와 ‘반감’에 편승하는 모양새다.

한국경제TV는 지난 23일 “‘한국, 이미 중국땅이다’… 무섭게 사들이는 붉은 자본” 기사를 내고 중국 국적자의 토지보유가 10년새 16.3배 늘었다고 보도했다. 23일 디지털타임스는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소식을 전하며 “‘곧 중국땅 될 판인데 왜 규제 안하나’… 국민들, 단단히 뿔났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중국인이 한국 땅 점령한다”(서울경제) “우리나라 곧, 중국화될 것”(천지일보) 등 당장 중국인이 한국의 토지를 다수 구매한 것과 같은 인상을 주는 제목의 기사가 이어졌다.

▲ 중국인의 토지 소유에 과장된 제목을 쓴 기사들
▲ 중국인의 토지 소유에 과장된 제목을 쓴 기사들

이들 기사의 근거는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의 보도자료다. 홍석준 의원측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국 국적자의 토지보유가 2011년 3515건(공시지가 7652억원)에서 지난해 5만7292건(공시지가 2조8266억원)으로 증가했다. 외국인 보유 토지 가운데 중국인 보유 토지는 필지 기준으로 2011년 4.91%에서 지난해 36.37%로 늘어나기도 했다. 

기사에는 중국인 보유 토지가 16.3배 늘었다는 점이 부각됐는데, 이는 필지 기준이고 면적 기준은 5.4배, 공시지가 기준은 3.7배 늘었다.  

무엇보다 이들 기사에는 ‘중요한 통계’가 빠졌다. 국토교통부의 ‘외국인 토지보유 현황’을 보면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토지면적은 지난해 기준 전체 국토 면적의 0.25%에 그친다. 국적별로 보면 미국 국적 외국인이 보유한 토지 면적(1억3327만㎡)이 전체 외국인 보유 면적의 52.6%로 면적 기준 미국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이들 기사에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 서울시내 부동산 모습. 사진=노컷뉴스
▲ 서울시내 부동산 모습. 사진=노컷뉴스

전보다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늘어난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은 2009년 110만 명에서 2018년 200만 명을 넘어 섰고, 2019년 기준 221만 명에 달한다. 2019년 기준 외국인 주민 가운데 중국 출신 비율이 42.6%다

즉, 국내 거주 외국인이 늘었고 이 가운데 중국인들이 높은 비율을 보이기에 ‘외국인 가운데 중국인의 부동산 점유율’이 늘어났다고 할 수 있다. 일부 투기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점령’ ‘중국화’ ‘중국땅 될 판’이라며 우려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 국내 거주 외국인 주민 비율. 자료=행정안전부
▲ 국내 거주 외국인 주민 비율. 자료=행정안전부

김원장 KBS 기자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내 전체 면적 대비 중국인이 소유한 토지 비율이 미미한 점을 설명하며 “우리 땅의 1 / 400을 외국인이 소유하면 안될까? 외국인들이 그만큼 우리 경제에 가능성을 안전하고 높이 평가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땅을 산다. 토지소유는 가장 기본적인 투자”라며 “누군가 우리에게 투자한다는 것은 우리 자산을 점유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주식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 소유인데, 그럼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를 가져가 버리는 건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과장을 하다 보니 잘못된 숫자를 제시한 경우도 있다. 한국경제는 지난 20일 “한국땅 사들이는 중국인 급증..제주도 면적 90% 쓸어담았다” 기사를 냈다가 수정했다. 중국인이 보유한 국내 토지 면적이 제주도 90%에 달한다는 내용을 담은 기사인데, 실제 중국인이 보유한 국내 토지 면적(1999만㎡)은 제주도 면적(18억4900㎡)의 1%대에 불과하다. 이후 한국경제는 기사 제목을 “여의도 면적 7배”로 수정했다.

제주도 땅은 상황이 다르지 않냐는 주장도 있다. 중국인들에게 제주도가 매력적인 투자처인 건 사실이지만 오히려 중국인이 보유한 면적은 최근 들어 줄어드는 모양새다. 제주도 내 중국인 보유 토지 면적은 2017년 944만㎡에서 2019년 927만㎡, 2020년 914만㎡로 줄었다.

▲ 중국인이 보유한 전체 토지가 제주도의 90% 가량의 면적이라는 한국경제 기사 제목. 그러나 중국인이 보유한 전체 토지는 제주도의 92분의 1 규모다. 한국경제는 기사 제목을 '여의도의 7배'로 수정했다.
▲ 중국인이 보유한 전체 토지가 제주도의 90% 가량의 면적이라는 한국경제 기사 제목. 그러나 중국인이 보유한 전체 토지는 제주도의 92분의 1 규모다. 한국경제는 기사 제목을 '여의도의 7배'로 수정했다.

‘반중’정서 확산에 편승하는 정치권과 언론

악의적인 주장이나 음모론, 허위정보 등에 ‘중국인’ 또는 ‘중국 동포’가 연관된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 들어 중국인·중국 동포가 한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는 식의 주장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차이나 게이트’가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대목은 상징적이다. ‘차이나 게이트’는 중국인, 중국 동포, 중국 유학생들이 청와대 국민 청원, 포털 사이트 게시글, 댓글 등에 대규모 여론조작을 하고 있다는 음모론이다. 그러나 네이버가 공개한 국가별 댓글 비중을 보면 논란이 된 지난해 2월1일부터 7일까지 국내 댓글 비중은 95% 이상이며, 중국 댓글이 1% 이상을 차지한 경우도 없었다. 청와대에 따르면 지난해 2월 한달 간 청와대 국민청원의 중국발 접속 역시 미미했다. 그러나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은 차이나 게이트 의혹을 직접적으로 제기하며 음모론에 힘을 실었다.

같은 시기 ‘연합뉴스’ 로고를 붙인 기사 형식의 허위정보를 통해  “2020년 3월 7일 0시를 기점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긴급행정명령으로 조선족은 1개월만 거주하면 주민증, 선거권 발급한다”는 주장이 퍼진 적도 있다. 차이나게이트와 마찬가지로 중국인·중국동포들이 국내 여론을 좌우할 수 있다는 ‘공포’를 부추기는 내용이다.

▲ 서울 대림동 모습. 사진=노컷뉴스
▲ 서울 대림동 모습. 사진=노컷뉴스

‘혐중’ 정서는 이른바 ‘공정 담론’과 결부되기도 한다. 최근 강원도에서 코오롱글로벌 등이 2018년부터 춘천·홍천 일대에 추진해온 ‘한중문화타운’이 세금을 들여 중국인 거주지를 만드는 것이라는 왜곡된 주장이 힘을 얻은 데는 ‘외국인 특혜’라는 시선이 한 몫 했다. 지난해 유포된 “조선족(중국동포)은 부동산 대출을 무제한으로 받을 수 있다”는 허위정보 역시 ‘불공정하다’는 주장과 함께 확산됐다.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는 “최근 반중정서가 확산되고 있고 우려스러운 면을 넘어섰다. 가장 많이 마주치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이 같은 정서도 커지는 면이 있는 것 같다”며 “가장 많이 마주치는 외국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게 중요한데 첫 출발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큰 갈등 비용을 치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조영관 변호사는 “부동산 관련 보도는 언론이 프레임에 대해 검증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혐오정서에 편승해 부추기는 점을 보여준다”며 “최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대림동 외국인 밀집시설 현장점검을 한 점도 편견을 부추길 수 있다. 언론이나 미디어, 공공기관 등이 인종적 편견이나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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