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이어지면서 각 언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더위 리포트’다. 코로나19와 기후 위기 속 폭염이 겹치면서 올 여름 ‘더위 리포트’는 더 늘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시스템 ‘빅카인즈’에서 6월27일부터 7월27일까지 ‘더위’가 키워드인 기사는 3485건(27일 오후 기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같은 조건으로 검색되는 기사는 1904건으로, 약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한달동안 ‘더위’와 관련된 보도를 가장 많이 한 방송사는 YTN으로 401건이 ‘더위’ 키워드 보도였다. 그 뒤로는 KBS 389건, MBC 119건이었다. 그 외 100건이 넘는 ‘더위’ 보도를 한 언론사는 아시아경제(181건), 세계일보(143건), 매일경제(128건), 서울경제(104건), 중앙일보(101건) 순이었다.

보통 기상캐스터가 나와 날씨를 알려주면서 서울에서 35~37도의 찜통더위가 계속된다, 온열 질환자들이 많아졌다는 내용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전력난을 우려하는 보도들도 많았다. 보양식 레시피도 인기 기사 중 하나다. 올해 코로나19 상황과 더위를 관련짓는 보도들도 많았다. 냉방병 증상이 코로나19 델타변이 증상과 비슷하다는 보도나, 코로나19 속 취약계층에 무더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더위와 관련된 리포트는 매년 반복될 수 밖에 없는 리포트로, 관성적 보도를 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관성에 따른 보도가 ‘베이컨 익는 더위’ 보도다. ‘베이컨 더위 보도’는 2013년 MBC 뉴스데스크에서 폭염에 베이컨이 구워진다며 놀라워하는 보도로 유명해졌다.

▲2013년 MBC 뉴스데스크.
▲2013년 MBC 뉴스데스크.

6월27일부터 7월27일까지 가장 많은 더위 리포트를 보도한 YTN도 ‘베이컨 익는 더위’ 리포트를 내보냈다. 지난 24일 기상캐스터의 리포트로, 취재 기자가 작성한 것은 아니다. 이 리포트에서 캐스터는 “아스팔트 도로 위에 베이컨을 올려두기만 했는데, 30분 만에 베이컨이 익었다”며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도 바짝 익어버린 고기를 보며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 등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24일 매일경제는 이 리포트를 인용하면서 "폭염에 베이컨까지 바짝 익었다…서울 가마솥 더위에 '서프리카' 됐다"라는 기사를 썼다. 

▲2021년 7월24일 YTN 리포트.
▲2021년 7월24일 YTN 기상센터 리포트.
▲7월24일 매일경제 보도.
▲7월24일 YTN 베이컨 굽는 더위 리포트를 인용한 매일경제 보도.

관성적 ‘더위 보도’를 하지 않으려는 기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이상 기후현상이 일어난 만큼 더위의 원인에 대해 전달하는 보도가 많았다. 예를 들어 6월28일 KBS ‘헉헉 숨막히는 더위, 기후 재앙 시작도 안했다’ 리포트는 러시아에서 1897년 이후 120년 만에 최고 기온을 기록하는 등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뜨거운 공기가 고기압골에 막혀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지면을 끊임없이 데우는 초대형 ‘열돔 현상’을 설명했다. KBS 외에도 한달 동안(6월27일~7월27일) 열돔 현상을 알린 보도는 532개였다.

관성적 ‘더위 아이템’을 피하려는 기자들이 선택하는 것 중 또 다른 보도 유형 중 하나가 ‘더위 체험’이다.

한국일보는 7월22일 “폭염 속 쿠팡 물류센터 일해 보니...‘로켓배송 이면엔 새벽 4시 33℃ 열돔’”이라는 기사에서 기자가 ‘코로나 특수’를 맞은 쿠팡 물류센터에서 10시간 동안 일일 노동을 하면서 창문과 에어컨이 없는 물류창고의 더위를 전달했다. 7월23일 JTBC ‘밀착 카메라’도 폭염 속 배달기사와 함께 배달을 다녀온 후 “헬멧이 60도가 넘었다. 안장도 뜨거워서 앉을 수가 없다”며 배달 노동자들을 위한 폭염 대책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방송사 기자는 “더위, 추위, 태풍이 올 때는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니까 리포트가 한 꼭지씩은 꼭 잡히는 것 같다. 적어도 일주일에 2~3꼭지는 한다”며 “그러나 매일 같은 내용을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어떻게 새롭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최근에는 기후 위기 내용도 담아 설명하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더위 리포트의 필요성에 대해 이 기자는 “더위와 관련해 정부에서 대책이 필요한 경우 이를 촉진하는 역할도 있다”며 “다만 진짜 필요한 게 무엇인지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쪽방촌 더위 아이템에 대해 고민하다가 킬했다. 많은 방송사들이 일년에 한번씩은 하는 건데, 코로나19 시국에 쉼터가 사라졌다는 보도가 많이 나왔고, 그 이상의 것을 보도할 수 있나 싶었다”며 “차별성 주기 위해 더위와 관련된 체험도 하고 열화상 카메라도 쓰고 나름 노력하지만, 시청자들 보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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