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에 비해 기자들이 기사에 담는 취재원 양은 늘었지만 투명성은 저하 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보다 다양한 목소리를 한 기사에 담아내고는 있지만 익명에 기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정호 뉴스타파 객원기자는 지난 21일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에 등재한 논문 ‘한국 언론의 취재원 변화 연구 - 1991년과 2021년 조선일보 한겨레신문을 중심으로’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사진=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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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원 투명성 확보해 언론 신뢰도 높이는 연구 필요”

이 기자는 “한국의 중앙일간지는 매일 200자 원고지 200~300매가량의 기사를 쏟아낸다”며 “취재원 투명성을 확보해 언론의 신뢰도를 높이려면 언론이 어디서 정보를 얻는지에 대한 연구가 늘어나야 한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추락한 한국 언론의 신뢰도 향상을 위해선 가급적 익명 취재원 사용을 자제하되, 불가피하게 익명 취재원을 사용해야 한다면 그 방법, 검증 절차 등에서 엄격한 기준을 정해야 한다”며 “그 기준이 취재현장에 지켜지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기자는 20세기 미국의 사례를 언급하며 취재원 실명 공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미국에서 취재원 투명성 논의는 1970년대부터 본격화돼 각 신문사가 70년대부터 취재원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취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발표해왔다”며 “한국은 1990년대부터 취재원 투명성 논의가 시작됐지만, 계기가 될 만한 사건도 없어, 미국처럼 활발하진 않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6년 4월 ‘취재원 투명성 조항’이 신문윤리강령에 포함됐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4월에 개정됐다. 신문윤리강령 실천요강 제5조에 따르면 언론인은 보도기사를 작성할 때 취재원이나 출처를 밝혀야 하며, 추상적이거나 일반적인 취재원을 빙자하여 보도해서는 안 된다.

▲사진=‘한국 언론의 취재원 변화 연구 - 1991년과 2021년 조선일보 한겨레신문을 중심으로’ 논문 일부 갈무리
▲사진=‘한국 언론의 취재원 변화 연구 - 1991년과 2021년 조선일보 한겨레신문을 중심으로’ 논문 일부 갈무리

“조선일보-한겨레, 모두 취재원 투명성 확보 규정 있지만…”

이 기자는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을 꼽아 연구를 진행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두 신문이 각각 보수와 진보적 성격을 비교적 뚜렷이 드러낸다는 점에서, 취재원 선택에 양적·질적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도 윤리 규범과 보도준칙 등으로 취재원 투명성 확보를 위한 내부 규정을 두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조선일보는 △의견이나 추측이 아닌 정보로서 뉴스 보도에 필수적인 경우 △익명을 요구한 출처를 제외하고는 해당 정보를 입수할 수 없을 경우 △출처를 신뢰할 수 있고 취재원이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위치에 있을 경우 △실명이 드러나면 각종 위해나 신분상 불이익에 노출될 위험이 있을 경우 △국가 안보 등 공익을 위해 부득이한 경우 취재원 익명 표기가 가능하다. 

한겨레신문은 △중요한 정보를 갖고 있는 취재원이 익명을 전제로만 말하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그 정보를 입수할 다른 방법이나 경로가 없을 경우 △실명이 드러나면 취재원이 각종 위해나 불이익에 노출될 위험이 있고, 그 불이익과 위험이 실명 보도의 공익적 가치보다 높을 경우 △성폭력 사건을 포함한 각종 범죄의 피해자, 범죄 혐의를 받고 있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미성년자를 기사에 등장시킬 경우 익명 표기가 가능하다.

다만 이 기자는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이 이 같은 규정이 있음에도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 기자는 “이 기준들이 실제 취재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는지에 대한 검증은 부족하다”며 “취재원 투명성과 다양성 확보가 추락한 언론의 신뢰도를 높이는 길임을 취재기자 모두가 실천적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한국 언론의 취재원 변화 연구 - 1991년과 2021년 조선일보 한겨레신문을 중심으로’ 논문 일부 갈무리
▲사진=‘한국 언론의 취재원 변화 연구 - 1991년과 2021년 조선일보 한겨레신문을 중심으로’ 논문 일부 갈무리

기사에 다양한 취재원 등장시키게 된 우리 언론

이 기자는 1991년 1월과 2021년 1월을 기준으로 잡았다. 30년 시차를 두고 두 신문의 각각 보름치 신문 지면기사를 비교 분석했다. 이 기자는 “1991년과 2021년 30년 간격으로 국내 주요 중앙일간지 두 곳에 등장하는 모든 스트레이트 기사와 칼럼, 독자투고, 사진기사에 등장하는 취재원의 수와 취재원의 실명‧익명 여부 그리고 직업, 성별, 나이 등 취재원의 인구사회학적 특성을 분석해 한국 언론이 주로 누구에게서 정보를 얻는지 그리고 그 특성이 30년 전후로 차이가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확인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국내 신문의 스트레이트 기사당 취재원 수는 어느 정도이며 언론사별, 기사 주제별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국내 신문의 스트레이트 기사에 등장하는 취재원의 실명과 익명 비율은 어느 정도이며 언론사별, 기사 주제별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국내 신문의 스트레이트 기사에 등장하는 취재원의 성별, 직업, 나이 등 인구 사회학적 특성은 어떠하며 언론사별, 주제별 분포는 어떠한지 △국내 신문의 ‘피처 기사’(흥미 위주의 기사) 중 사진기사에 등장하는 취재원의 인구 사회학적 특성은 무엇이며, 언론사별 차이는 있는지 △국내 신문의 피처 기사 중 오피니언 칼럼을 쓴 외부 필진의 인구 사회학적 특성은 무엇이며 시기별 차이는 있는지 △국내 신문의 피처 기사 중 사람면에 소개된 취재원의 인구 사회학적 특성은 무엇이며 시기별 차이가 있는지 등을 중심으로 연구했다.

우선 두 신문 모두 30년 전후로 기사 수는 줄었다. 다만 기사당 취재원 수는 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자는 “기사 수는 1991년 조선일보 1026개, 한겨레 940개 등 1966개였으나, 2021년엔 조선일보 933개, 한겨레 591개 등 1524개로 22.5%가량 줄었다”고 했다.

기사에 등장하는 취재원의 수는 양적으로 늘어났다. 이 기자는 “1991년 2250명에서 2021년엔 3497명으로 55.4%가량 크게 늘었다. 두 신문의 기사당 인물 취재원은 지난 30년 동안 1.1명에서 2.3명으로 크게 늘어난 것”이라며 “이처럼 한국 언론은 한 사안에 다양한 취재원을 등장시켜 점차 취재 다양성을 확보해 가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사진=‘한국 언론의 취재원 변화 연구 - 1991년과 2021년 조선일보 한겨레신문을 중심으로’ 논문 일부 갈무리
▲사진=‘한국 언론의 취재원 변화 연구 - 1991년과 2021년 조선일보 한겨레신문을 중심으로’ 논문 일부 갈무리

익명성에 기대는 언론…“오염된 취재원 통한 왜곡 보도 우려”

문제는 이제 익명성에 기대고 있다는 점이다. 이 기자 역시 연구의 핵심으로 이를 짚었다. 그는 “익명 취재원 남용은 오염된 취재원의 등장시켜 왜곡된 보도를 낳을 우려가 높다”며 “이런 보도가 반복되면 언론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이 기자는 “2021년 두 신문의 실명 취재원 비율은 절반이 조금 넘는 54.4%였다”며 “30년 전 두 신문의 실명 취재원 비율 65.2%보다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두 신문은 지난 30년 동안 취재원 수를 1.1명에서 2.3명으로 크게 늘렸다”면서도 “늘어난 취재원 수를 주로 익명 취재원으로 채웠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이 기자는 “익명 취재원이라고 모두 오염된 취재원은 아니지만, 오염될 가능성은 실명 취재원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한국 언론은 양적으로 늘어난 기사당 취재원 수를 이제는 질적으로 신뢰할만한 취재원으로 만들기 위해 실명 취재원 비율을 늘리거나 최소한 익명 취재원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진단했다.

이 기자는 또 “갈등 소지가 큰 주제의 기사엔 취재원이 늘어나고, 갈등 소지가 적으면 취재원 수가 줄어드는 것과는 반대로, 실명률에선 갈등 소지가 큰 주제의 기사는 실명률이 낮고, 갈등 소지가 낮은 주제의 기사는 실명률이 높았다”며 “즉 한국 언론은 갈등 소지가 큰 주제의 기사를 취재할 땐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들어 취재원 수는 많지만, 취재원 투명성(실명률)은 평균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갈등 소지가 큰 주제의 기사 취재에 오염된 취재원이 개입할 소지가 크다는 해석도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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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 남성 전문가’에 의존하는 우리 언론

이 기자가 △취재원 성비 △직업 △나이 등 인구 사회학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 한국 신문은 ‘50대 중반 남성 전문가’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는 “남녀성비는 30년 전 9 대 1에서 2021년에 8 대 2로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불균형이 심했다”며 “취재원의 직업은 정치인과 공무원 등 공공부문, 기업인, 학계 인사 등 4개 직업군이 70%를 넘어, 특정 직업군 편중이 심했다”고 했다.

이와 달리 사진 기사에서는 50대 중반 남성 전문가보다 일반 시민에 기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자는 “사진 속 취재원 직업은 ‘시민’이 가장 많았다. 1991년 21.4%, 2021년 25.5%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트레이트 기사에서 소홀히 취급했던 시민 취재원 비율을 (사진 기사가) 보완하고 있었다”며 “이는 현장을 중시하는 ‘포토 저널리즘’의 원칙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오피니언면 필진은 30년 전후로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기자는 “조선일보가 내부 필진 활용도가 다소 높고, 한겨레는 외부 필진 활용도가 약간 높았지만, 내·외부 필진이 쓴 칼럼의 수는 5 대 5로 비슷했다”며 “필진의 직업은 교수와 연구원 등 학계 인사가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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