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한다. 국회와 언론의 존재 목적은 권력 감시다. 다시 말해 국회와 언론이 권력 감시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존재 이유가 상실된다.

지난 7월24일 제2차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드디어 우리나라 총지출 규모가 600조원이 넘어섰다. 그런데 국회 심의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설명하는 국회의원도 한 명이 없고 제대로 보도하는 언론은 단 하나도 없다. 이번 추경안 국회 심의 내역 중, 언론에서 전혀 보도되고 있지 않은 사안을 나열하고자 한다.

첫째, 전체 국회 감액 규모가 얼마인지 언론에서 볼 수 없다. 올해 2차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2.6조원이 증액되고 2.4조원이 감액되었다. 그러나 총지출 기준 국회 감액 액수가 2.4조원이라는 사실을 단 하나의 언론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정부안은 총지출 기준 31.8조원이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발생한 증감액 차액인 0.2조원 만큼 우리나라 재정 규모가 증가하여 총지출 기준 32조원이 늘었다. 그런데 국회 심의과정에서 얼마나 감액되었는지가 총지출 기준으로 제시된 언론이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왼쪽)가 7월23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추경안과 상임위원장 배분 등에 합의한 후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왼쪽)가 7월23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추경안과 상임위원장 배분 등에 합의한 후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둘째, 가장 많이 감액된 사업이 무엇인지조차 언론에서 찾아볼 수 없다. 국회 감액 규모 총 2.4조원 중, 가장 많이 감액된 사업은 ‘소상공인 버팀목자금(플러스)’사업이다. 정부는 1.1조원 감액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국회에서 추가로 0.9조원을 감액하여 총 2조원이 감액되었다. 그런데 소상공인 버팀목자금(플러스) 사업은 지난 4월 1차 추경에서 3.5조원이 증액된 사업이다. 불과 4개월 만에 2조원이 삭감되었는데 삭감된 이유는 물론 삭감된 사실조차 언론에서 찾을 수 없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셋째, 가장 많은 사업이 삭감된 부처는 방위사업청이다. 그런데 방사청 사업이 추경에서 삭감되었다는 사실 자체도 단 하나의 언론에서 찾아볼 수 없다. 이번 추경에서 발생한 방사청 사업 삭감은 대단히 기묘하다. 국회 삭감 사업 총 42개 중, 절반 이상인 22개 사업 삭감이 방사청에서 발생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정부는 국회에 방사청 사업 감액안을 제출한 적도 없다. 정부가 감액안을 제출하지도 않았으니 국회 심의과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방사청 사업 감액을 심의했어야 할 국회 국방위 예비심사는 소집조차 되지 않았고, 예결위에서도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방사청 사업인 ‘피아식별장비 성능개량’ 사업이 국회에서 1천억원이 감액되고 F35 구매사업도 국회에서 920억원이 감액되었다. 도대체 왜 피아식별장비 성능개량 사업이 감액되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 채 벌어진 일이다. 실제 사업 규모를 감액하여 사업 규모를 줄인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국회가 정한 사업 규모를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논의 과정 없이 사업 규모를 줄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국회의 논의 과정 없이 국회 본회의 의결만이 존재한다. 국방위 예비심사도, 예결위 본심사에도 존재하지 않는 방사청 감액 사업 42개가 왜 국회의 본회의에서 통과되었을까? 이를 묻는 언론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방사청 사업이 삭감되었다는 사실 자체만이라도 보도하는 언론이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극도로 안타까운 일이다.

근대와 전근대를 나누는 기준이 무엇일까? 국민이 어떻게 얼마나 세금을 내고 그것을 어디에 얼마나 쓰는지를 명백히 공개하고 논의하는 것 아닐까? 일단 논의를 하고자 한다면, 현황 파악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현황 자체도 파악이 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논의는 원천적으로 불가하다.

물론, 일차적인 책임은 기획재정부고, 이차적인 책임은 국회다. 언론은 3차 책임에 그칠 수도 있다. 기획재정부는 국회에 방사청 예산 삭감안을 공식적으로는 제출조차 하지 않고 밀실 여야 합의 공간에서만 제공했다. 만일 국회 논의과정에서 추가 삭감안이 필요했다면 수정 예산안을 제공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기재부 보도자료에는 총지출 기준 국회 삭감 규모조차  정확히 명시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는 국회가 바로잡아야 할 일이다. 국회는 기재부가 비공식적으로 제출한 방사청 사업 감액을 국방위나 예결위에서 공식적으로 논의하고 기록에 남겨놨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가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하면 언론은 이를 지적하고 비판했어야 한다. 기재부의 보도자료만으로 기사를 쓰면 이러한 진실을 파악할 수는 없다.

그런데 감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는 것은 권력의 속성이다. 자신의 치부를 투명하게 밝히고 싶어 하는 권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기획재정부가 투명하게 일을 하지 않는 책임은 국회가 져야 한다. 그리고 국회가 권력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는 책임은 언론이 져야 한다. 그렇다면 언론은 3차 책임이 아니라 가장 근본적인 문제일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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