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8일 ABC협회의 부수 공사에 대한 “정책적 활용 중단”을 선언한 지 20여일이 지났다. 문체부 결론은 ABC협회가 내놓는 신문사 유료부수를 신뢰할 수 없다는 사회적 여론을 반영한 것이었다. 아직 ABC부수공사·ABC협회 가입이 명시된 정부광고법 시행령이 개정 전이어서 ABC협회 소속 매체사들의 ‘집단 탈퇴’ 움직임은 없다. 

아쉬운 건 문체부의 선언 이후에도 ABC협회의 제대로 된 반성이나 사과는 없다는 사실이다. 앞서 한겨레가 보도한 2018년 ABC협회 이사회 회의록에 의하면 중앙일보 소속 이사는 “조중동의 신문 종이 사용량이 21% 감소했는데, ABC 유료부수는 11%만 감소했다. 종이를 안 썼는데도 ABC 부수로 카운팅(집계)된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조사의 한계를 인정하고 조사 방법에 대한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태가 여기까지 오기 전에, 내부에서 바로잡을 기회는 있었다.

최근에는 보수성향의 주요 종합일간지 여러 곳과 신문협회 측, ABC협회 측이 만남을 갖고 협회가 신문사들이 주도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릴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ABC협회는 정부의 정책적 활용 중단과 상관없이 기존 방식 그대로 조선일보 등 주요 신문사의 부수 공사 결과를 내놓을 분위기다. 그럼 올해 연말에도 “조선일보 유료부수 100만 부” 발표가 나올 것이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부수 공사의 신뢰가 추락한 지금, 지금의 부수 공사는 신문업계의 자기 위안에 그칠 것이다.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계란판”이나 “동남아 수출 역군”처럼, 다소 과한 비아냥도 반복될 것이다. 이제는 신문업계가 기존의 관성에서 벗어날 시점이다. 신문 사주부터 유료부수로 신문사를 줄 세우던 20세기 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

ABC제도를 연구 중인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독자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언론사라면 공공기관이 광고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아무리 도달률과 영향력이 높은 신문사라고 하더라도 국민이 혐오하거나 ‘쓰레기’ 취급하는 매체에 광고를 할 수는 없다”며 “단순도달률에 의존하는 종이신문의 시대는 끝났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새로운 정부 광고 집행 기준으로 구독자 조사에 더해 사회적 책임 지표를 활용한다고 밝혔다. 언론중재위원회 직권조정 건수와 시정권고 결정을 활용해, 언론의 잦은 오보와 왜곡 보도를 수치화한 뒤 광고 기준으로 삼겠다고 했다. 디지털에서의 무한경쟁 시대, 언론의 영향력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신뢰’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심영섭 겸임교수는 현시점을 두고 “신문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하거나 아니면 무대에서 사라지는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경쟁력’은 허수아비 같은 ABC협회를 내세워 발표하는 ‘100만 부’에서 나오지 않는다. ‘신뢰’에 관심 없다면 사라지는 게 사회에 이롭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