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기자들 아직도 삥뜯고 다니지? 기자 타이틀 달고 일주일에 한번씩 쓰잘데기없는 기사나 송고하고”, “다들 지하고 싶은 말만하지, 언론의 참역할하는 건 잘 못본듯 싶다”, “베끼기 기사들, 광고용 지역신문을 뭘 그렇게 지원해야 하는지, 다 낭비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지난 22일 정부를 상대로 지역신문 지원 예산을 복구하라는 메시지를 냈는데 이를 전한 미디어오늘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지역신문’에 대한 일반적인 평은 지자체 등에 기생해 생계를 유지하며 보도자료나 전달하는 곳 정도다. 그렇지만 열악한 재정구조를 감내하며 서울 등 중앙언론, 혹은 지방 대도시 중심의 지역매체에서 다루지 않는 지역현안에 집중하며 지자체 감시 역할을 하는 지역언론도 적지 않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국가정책 비판

경남 사천시는 언제 물에 잠길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 사는 곳이다. 일제는 낙동강 범람을 대비하려고 남강의 물을 사천만으로 빼내는 ‘종합개수계획’을 세워 공사를 진행했지만 세계대전, 이후엔 한국전쟁 등으로 공사는 멈췄다. 박정희 군사정부는 이 ‘남강 방수로’ 공사를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포함해 남강댐을 만들었다. 물그릇의 크기가 작다는 이유로 노태우 정부는 댐 증설을 시작했고 2000년 공사가 끝났다. 

▲ 뉴스사천 남강댐 관련 연재기사 갈무리
▲ 뉴스사천 남강댐 관련 연재기사 갈무리

 

이렇게 지어진 남강댐은 전국 24개 댐 중 유일하게 인공 방류구가 있다. 홍수가 예상되면 자연 유역을 벗어나 사천만으로 물을 흘려보낸다는 뜻이다. 그러면 인근 지자체인 남해·하동·고성군 등과 함께 사천시는 이른바 ‘물벼락’을 맞아 마을이 물에 잠길 수 있다. 2009년 ‘남강댐 용수 공급 증대 사업’까지 추가됐다. 낙동강 수질이 좋지 않으니 부산시 등의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남강댐의 수위를 더 높이자는 취지다. 물그릇이 커지면 사천만에 흘려보내는 물의 양도 많아진다. 

홍수가 나지 않아도 피해는 계속된다. 남강댐에 있던 민물이 사천만(바다)에 밀려들면서 며칠간 사천만의 염도가 0이 되고 바다에서 민물고기가 잡히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침수 위험에 어업 생태계 붕괴까지 심각한 정책이지만 광역자치단체 단위의 지역신문이나 중앙언론에서는 수돗물 정책을 둘러싼 지역간 갈등,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의 정책실행 절차상 문제 등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사천주민들 입장에선 이 보도 역시 부족하기 마련이다. 

하병주 뉴스사천 기자는 지난 2월부터 8회에 걸쳐 이 문제를 심층보도했다. 하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50년전 국가가 정책적으로 기존 물흐름을 인위적으로 바꿨는데 지금까지 피해가 그때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며 “과거 정책이 다수의 이득을 위해 소수인 사천에게 고통을 안기는 부당한 정책이었으니 이를 배려하고 피해를 보상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취재배경을 말했다. 

하 기자는 “어민들이 많이 싸워왔지만 법으로는 보상이 다 끝났다고 하고 한쪽에서는 (홍수때 사천만에 방류해) 침수가 되더라도 지원금 나오니 괜찮다는 식으로 말한다”라며 “침수지원금 200만원인데 집집마다 있는 사진첩이라도 침수되면 한 가정의 역사가 사라지는 건데 누가 사천에 살려고 하겠나. 산업시설 역시 마찬가지다. 우린 천재지변을 강요받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뉴스사천 보도를 보면 사천에는 남강댐 문제 대응 범시민대책위를 꾸려 남강댐 방류증대를 반대하고 있다. 뉴스사천은 관련 보도에서 남강댐 물그릇을 늘리기 위한 정부의 각종 논리나 진행한 실험의 한계 등을 비판하고, 여전히 진행되는 피해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 대안도 주장했다. 사천의 지역신문이 아니라면 남강댐 본류쪽 인구 550만명과 사천만 방면 인구 20만명의 갈등문제를 소수의 입장에서 보도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처럼 해묵은 지역현안을 꾸준히 다룰 수 있는 건 기초단체 단위의 지역언론이다. 2007년 12월7일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삼성물산 소속 배가 홍콩 선적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충돌해 원유가 유출됐다. 당시 전국 130만 자원봉사자가 기름제거 작업을 도왔고 해마다 12월7일이 되면 중앙언론에서도 관련 사안을 다루지만 태안지역언론에겐 또 다른 과제가 있다. 

삼성이 지역발전기금을 내놨는데 태안 등 4개 시군에서 피해민을 돕겠다고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이중 태안지부의 관리금액이 약 1500억원이다. 김동이 태안신문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게 아니니까 허베이조합에서 고액연봉을 받는 조합 이사장, 지부장 등이 있고 이들 간 갈등도 있다”며 “운영이 잘 되는지, 피해보상과 지역활성화를 위해 돈이 제대로 사용되는지 등을 지난 13년간 취재했고 앞으로도 잘 감시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래도 지역현안 전문은 지역언론

여름 휴가철, 인기장소 중 하나가 바닷가다. 최근에도 유튜브에는 해루질 명소가 어딘지, 어떻게 하는지 등을 담은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해루질은 물빠진 갯벌에서 어패류를 채취하는 행위로 주로 밤에 불을 밝혀 빛을 보고 나타난 어패류를 잡는 어로행위다. 이는 일반시민들에겐 관광코스, 레저행위에 해당하지만 어민들에게는 생계침해가 되고 법에서 정한 장비규정, 장소규정 등을 위반하면 할 경우 불법행위가 된다. 밤에 하기 때문에 사건사고가 벌어지기도 한다. 

▲ 태안신문 해루질 관련 보도
▲ 태안신문 해루질 관련 보도

 

전국에서 해수욕장이 가장 많고(28개), 560km에 이르는 긴 해안선을 낀 태안반도가 있는 충남 태안군에선 해루질이 골칫거리다. 2019년 8월 태안신문에선 레저행위를 벗어난 상업적 해루질 실태를 고발하며 해경의 미온적 대처, 단속이 어려운 현실, 해루질을 법제화해서 단속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 등을 보도했다. 

이 사안을 취재한 김동이 태안신문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레저권과 어업권이 충돌하는 부분이라 법제정은 쉽지 않았지만 국립공원에서는 야간 해루질 단속을 강화하고 보도했던 해수욕장에선 야간해루질을 금지하는 등 단속이 강화되면서 (보도의) 효과는 있었다”며 “그 이후로 해루질하는 관광객들과 어민들의 마찰이 많이 줄었지만 이후 유튜버들이 한번씩 해루질 명소라고 영상 올리거나 법에서 정한 것 이외의 장비를 사용해 불법을 조장하면 다시 문제가 생기긴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 예산집행 감시, 지역언론의 핵심역할

지방정부의 예산집행 감시를 지역언론의 중요 역할이다. 지자체 홍보비로 연명하는 지역언론사가 지방정부를 비판하는 일은 중앙언론이 정부를 비판하는 일과 비교하긴 무리다. 충남 당진시 지역신문인 당진시대는 지난 2019년 3월부터 6월까지 충남도와 당진시의 세금이 문화예술단체 지원이란 명목으로 새고 있는 상황을 심층보도했다. 

정보공개청구 등으로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해당 단체들이 예술단체로서 전문성이 있는지, 해당 단체들이 지원금 사용처로 밝힌 곳들에 직접 확인해 예산을 제대로 집행한 게 맞는지 등을 추가 검증한 탐사보도였다. 

임아연 당진시대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예산 사용이 부풀려졌고, 해당 사업 관련해 만든 책자 번역도 엉망이었으며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만들어 단원들에게 줬던 출연료를 다시 돌려받기도 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당시 보도 내용을 전했다. 이어 “그 결과 보조금 지원시 자부담하는 규정과 보조금을 잘못 사용할 때 신고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잘못 사용된 보조금은 환수처리가 됐고 특히 경찰수사까지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 당진시대 지자체 예산 감시 보도
▲ 당진시대 지자체 예산 감시 보도

 

당진시대는 앞서 2017~2018년 당진시자원봉사센터 위·수탁 과정의 문제를 계기로 당진시 복지기관의 운영과 관리 문제를 약 9개월간 탐사보도했다. 그 결과 당진시의 자원봉사센터 운영 매뉴얼 정비와 제도개선을 이끌어 내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민주언론상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임 기자는 “지역신문으로서 예산문제는 계속 살펴볼 예정”이라며 “업무추진비, 수의계약현황은 정기적으로 점검해왔던 부분인데 지역언론이 아니면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예산 감시가 어려운 이유는 지방의회가 열악하기 때문이다. 일반 행정부처들은 국회가 상임위별로 감시를 하고 특히 국정감사 시기엔 중앙언론과 지방언론이 함께 보도한다. 국회는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별도의 기관이자 의원실마다 보좌진이 있지만 지방의원들은 그렇지 않다. 국회의원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열악한 권한과 보좌진이 없어 일당백을 감당해야 한다. 게다가 차기 선거 공천이 소속 지역 지자체장이나 국회의원의 영향력 하에 있기 때문에 견제가 어렵다. 

따라서 건강한 지역언론을 육성·지원하는 일은 단지 열악한 언론사를 살리는 차원이 아니라 지방정부를 감시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과정이다. 현실에선 반대로 지자체 관점을 대변하는 지역언론이 세금으로 홍보비를 받아 더 풍족한 재정을 누리고 있다. 

김동이 기자는 “태안신문은 30년 넘게 지역에서 보도해왔으니 바뀌는 부분도 있지만 지역마다 정말 ‘취재’를 하는 언론이 별로 없어서 영향력이 아쉬울 때도 많다”고 덧붙였다. 광역단위 지역언론은 그나마 지자체 광고로 생계를 유지하지만 기초단위 지역신문은 소수의 주민들 구독·후원으로 지역문제를 탐사보도하고 있다. 대통령 등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역언론 지원을 결단하고 지원예산이 주민들 관점에서 필요한 언론사에 갈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지역신문 지원 내건 문재인 정부의 외면

이에 최근 정부가 지역신문발전기금과 신문구독료 지원사업을 축소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구독료 지원사업 예산을 올해에 비해 7억1000만원 삭감했고 지역신문발전기금 운용계획안을 보면 사업비 예산도 4억원 가량 삭감했다. 지난 22일 지역신문발전위원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지역신문노조협의회는 각각 성명을 내고 이를 비판했다. 

풀뿌리 지역신문들의 모임인 바른지역언론연대(바지연)도 26일 성명을 내고 “무늬만 유지하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사업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며 “예산 삭감은 현장 목소리는 물론 전문가들 연구결과를 역행하는 것이며 꼭 필요한 지원을 줄이는 식으로 지원제도를 무력화시키고 기금을 폐기하는 수순을 밟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지연은 “지역신문 육성은 문재인 대통령의 언론개혁 핵심 공약이지만 정부 공무원들은 코웃음을 치고 있다. 집권당이 국회 다수의석을 차지하지만 문체부와 기재부 과장 하나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냐”며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역신문발전 3개년 지원계획에 따라) 160억원(현재 83억원)으로 회복하고 구독료지원사업 축소를 철회하라”라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 지발위 “삭감한 신문 구독료 지원예산 복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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