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연인을 둔기로 내리친 40대 남성 A씨가 항소심에서 형이 가중됐다. 언론들은 이 사건에 주목했다. A씨가 이른바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의 주인공 장대호의 범행을 모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언론들은 A씨가 어떻게 장대호의 범행 모방을 할 수 있었는지는 외면했다. 단순히 “장대호 회고록을 참고했다”라고만 보도했다. 장대호 회고록이 극우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를 통해 알려지고 무분별하게 온라인에 퍼지고 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단 한 곳만 보도했다.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의 주인공 장대호. ⓒ노컷뉴스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의 주인공 장대호. ⓒ노컷뉴스

‘장대호 회고록’ 모방 범죄에 쏠린 눈

A씨의 항소심 소식은 25일 오전부터 보도됐다. 같은 날 오전 9시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와 머니투데이 계열 민영뉴스통신사 뉴스1과 뉴시스가 첫 보도를 했다.

이후 언론들이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26일 오후 2시 네이버에 검색이 되는 매체(검색‧뉴스스탠드‧콘텐츠 제휴) 기준으로 총 25건의 기사가 송출됐다.

A씨는 지난해 11월 경기도 의정부시 한 모텔에서 교제 중이던 피해자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자신의 생계를 책임져주겠다는 피해자가 카드 대금을 대신 결제해주지 않겠다고 거절하자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이 같은 혐의로 1심에서는 징역 22년형을 받았다.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2부는 “장대호 회고록에 나온 범행 수법과 유사한 게 많다”며 “회고록을 모방해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고 못 볼 것도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계획적 범죄로 바라보고 징역 30년형을 내렸다.

▲사진=Getty Images Bank
▲사진=Getty Images Bank

범죄 전문가들, 장대호 회고록에 우려 표명하기도

언론들은 2심 재판부의 발언에 주목하며 A씨가 범행 과정에서 장대호 회고록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회고록의 출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뉴스1만이 일베를 통해 장대호 회고록이 온라인에 퍼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뉴스1은 “장대호는 28페이지 분량의 회고록을 극우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에 올리면서 ‘여러분들은 부디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결국 범죄의 참고서가 되고 말았다”고 보도했다.

장대호 회고록이 온라인상에 퍼졌을 당시 범죄 전문가들은 마치 장대호를 우상화하는 일부 네티즌들의 모습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었다.

범죄 심리 전문가인 박지선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6월 tvN ‘알아두면 쓸 데 있는 범죄 잡학사전 알쓸범잡’에 출연해 “장대호를 의인 혹은 코리안 조커라고 부르며 영웅시하는 온라인상 일부 반응들이 있었다”며 “문제가 장대호의 옥중서신, 회고록 이런 걸 인터넷에 유포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전달하려 노력하는 사람들도 존재하는 위험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2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장대호라는 사람이 워낙 과시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고 일베 활동까지 해왔던 사람”이라며 “반성하는 뉘앙스를 담기도 했지만 내용적으로는 범죄 수법을 자세히 써서 마치 추종자들에게 메시지를 주는 듯한 내용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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