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주관사 KBS, 코로나 확진·자가격리자 ‘필기응시 불가’
재난주관사 KBS, 코로나 확진·자가격리자 ‘필기응시 불가’
KBS 뉴스에서도 ‘자가격리자 시험 제한’ 비판했는데…“수신료 받는 ‘국민의 방송’ 답지 않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 속에서 3년 만의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진행 중인 KBS가 코로나19 확진자·자가격리자의 필기시험 응시 불가 방침을 세웠다.

KBS는 25일로 예정된 필기 전형에 △코로나19 확진환자 △코로나19 의사환자(환자의 접촉자 중 발열·호흡기 증상) △감염병의심자 등 관계당국으로부터 입원치료통지서(또는 자가격리통지서)를 받아 격리중인 자 등의 응시를 제한하기로 했다.

서류전형에 합격해도 시험 당일 확진자나 자가격리자로 분류되면 응시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다. KBS는 5일 ‘코로나-19 관련 대면 카메라테스트 및 필기시험 응시제한 안내’를 통해 이 같은 방침을 밝히면서 “추후 공사 신입직원 공개채용 시 지원자가 합격했던 전형 단계”를 “동일한 채용 분야 및 권역에 지원하는 경우 1회에 한하여 면제”하는 ‘구제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두고 재난주관방송사이자 국가기간방송사인 KBS가 팬데믹 상황에서의 방역 문제로 인한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긴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열흘 넘게 일일 확진자가 1000명대에 달하고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단계가 연장된 상황에서, 응시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 했느냐는 의문이다.

▲서울 영등포구 KBS 사옥
▲서울 영등포구 KBS 사옥

언론사 입사 지망생들이 모인 다음 카페 ‘아랑’에서도 응시기회의 형평성이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는 지적과 더불어, 시험을 보지 못하게 될까봐 불안하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필기시험을 앞두고 자가격리 대상이 된 응시자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년간 KBS 입사를 준비해왔다는 한 응시자는 미디어오늘에 “백 번 양보해서 다른 민영 방송사들이라면 모를까, 공영방송 KBS가 나 몰라라 하는 것이 실망스럽다”며 “방역수칙을 잘 지키다가도 운이 좋지 않아서 실수로 확진자와 접촉할 수 있는 상황인데 국가적 상황을 너무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KBS는 예정대로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 응시 불가 방침’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KBS는 23일 미디어오늘에 확진자·자가격리자 시험장 출입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있다면서 “방역지침, 채용 과정에서의 방역 관리 및 확산 방지, 다수 수험생의 안전한 응시 환경 확보 등의 다양한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에 대해 필기 전형 응시금지의 원칙을 수립했고, 관할 보건당국에 제출한 ‘2021 신입직원 정기공채 방역 관리 계획’에도 해당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KBS는 “현 시점에서 자가격리자에 대한 응시기회를 제공한다면 다수 응시자들의 불안가이 증폭되고 기존 방침에 대한 다수 응시자의 신뢰에 반하며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에 대한 응시기회 부여로 인해 당락에 영향을 줄 경우 또 다른 공정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타 방송사(MBC·SBS·EBS) 및 최근 공채를 진행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타 공공기관도 확진자 및 자가 격리자에 대해 응시 불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KBS 설명처럼 확진자·자가격리자의 시험장 출입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그러나 그 근거로 제시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을 위한 시험 방역관리 안내’는 시험 주최기관이 확진자·자가격리에게 응시기회를 허용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시하고 있다. 지침에 따르면 확진자는 의료기관·생활치료센터나 조건을 만족하는 별도 고사장, 자가격리자는 별도 고사실·화장실 등이 마련된 장소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다.

▲6월30일 KBS 뉴스 갈무리
▲6월30일 KBS 뉴스 갈무리

실제 수학능력시험, 국가공무원 시험 등은 자가격리자에게 응시 기회를 부여하는 가운데, 오히려 소위 ‘적극행정’에 나서지 않는 경우가 지탄 받고 있다. KBS 뉴스 역시 지난달 30일 “[단독] 건보공단 ‘자가격리자는 면접시험 불가’… 채용 형평성 논란”이라는 제목으로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건강보험공단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필기시험을 통과한 자가격리자들이 면접을 보지 못한 사례를 비판한 바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통화에서 “KBS는 일개 사영기업이 아니라 스스로 다짐해온 것처럼 국민의 방송이고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이지 않느냐”며 “불가능하다는 입장은 KBS 답지 않다. 전향적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국장은 “‘언론고시’라 표현될 정도로 많은 청년들이 명운을 걸고 시험을 보고 있다. 응시자들이 국민의 한 사람 한 사람이라는 걸 생각하고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KBS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필기시험 방식을 개선할지는 미지수다. KBS는 응시 제한자가 향후 동일 분야·권역 채용에 지원하면 합격했던 단계를 보장하는 방침을 두고 “해당 구제 방안이 충분하지 않다는 일부 지적을 감안”해 보완하겠다면서도 “현 채용 절차가 종료된 후, 해당 인원의 규모, 향후 채용 계획 및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요할 경우”라고 전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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