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조국 전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 일러스트를 사용해 지난달 논란이 된 조선일보의 사례를 ‘오보’의 예시로 들며 언론의 무책임한 오보에 대해 토론회를 하던 중 사회자인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와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이 맞부딪혔다.

한국언론재단과 한국언론정보학회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언론의 무책임한 오보를 어쩔 것인가’라는 주제로 ‘악의적 보도와 실수 사이: 언론윤리 회복을 위한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자로 출석한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은 “냉정하게 말하면 조선일보 일러스트 사고가 오늘과 같은 토론회를 할 정도의 중요한 사안이냐. 무슨 이야기냐면 어떤 규제를 만들거나 할 땐 예를 들어 ‘민식이법’처럼 그 사건이 의미를 부여받아야 한다. 일주일 단위로 바뀌는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징벌적 손해배상이 어떠한 사회적 의미를 갖느냐”고 물었다.

▲한국언론재단과 한국언론정보학회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언론의 무책임한 오보를 어쩔 것인가’라는 주제로 ‘악의적 보도와 실수 사이: 언론윤리 회복을 위한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회자인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와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이 충돌하고 있다.
▲한국언론재단과 한국언론정보학회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언론의 무책임한 오보를 어쩔 것인가’라는 주제로 ‘악의적 보도와 실수 사이: 언론윤리 회복을 위한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회자인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와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이 충돌하고 있다.

김동원 정책협력실장은 이어 “그런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이 토론회는 어떤 역할을 할 건가. 이미 전부터 시민들에 대한 오보와 인격권 침해, 명예훼손 등 심리적 피해가 굉장히 많았다. 그땐 계속 가만히 있다가 왜 징벌적 손해배상 이야기가 논의되는 게 조국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사회자인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는 “조국 전 장관 사건이 발생해 세미나를 만든 것처럼 이야기하면 상당히 문제가 있다. 논점 이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뭐냐면 다른 분들이 힘들 때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 안 했냐고 할 때”라고 말한 뒤 “왜 다른 분들이 고통을 겪을 때 언론노조는 성명을 안 냈냐. (이런 질문은) 논점 이탈이잖아요?”라고 맞받아쳤다.

김동원 정책협력실장은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최초의 법안들이 1년보다 더 전에 나왔다. 법만 13개였다. 13개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서 하나의 일치된 단일안을 낸 것도 최근이다. 어떤 하나의 법안이나 규제안이 나오기 위해서는 의미가 부여되고 움직여 줘야 한다. 갑자기 대안이 만들어지더니 일주일 단위로 새로운 항들이 추가됐다”고 말하자, 정준희 교수는 “그건 민주당의 문제다. 이 세미나랑은 무관한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김동원 실장은 “이 세미나 자체가 어떻게 보면 우리의 의도와 무관한 그런 하나의 과정이 될 것 같다”고 주장했고, 정준희 교수는 “언론노조 입장인지 개인 의견인지 모르겠지만, 세미나의 판 자체를 부정하는 건 당황스럽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조 전 장관은 공인인가 사인인가”라고 물었고, 김 실장은 “최근 조 전 장관이 스스로 쓴 책을 내고 SNS를 통해 입장을 밝힌다. 사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이날 발제자들은 ‘언론의 무책임한 오보’의 원인으로 △언론사 디지털 뉴스룸 시스템의 문제 △언론 주도의 격분 문화 △헤게모니를 선점해 왔던 조선일보 내부의 균열 등을 이유로 들었다.

발제자인 송현주 한림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포털에 종속된 한국 언론 생태계’를 지적했다. 송현주 교수는 “언론사들이 디지털 중심 혹은 디지털 우선 전략을 표방하면서 조회 수 경쟁을 위해 최대한 많은 기사를 제작하고 전송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사는 인력이 부족한 현실인데, 따라서 기사 검수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런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송 교수는 “인력을 증원해야 하고 종이신문과 디지털 전략이 이원화돼있는 언론사 구조를 통합해야 한다. 또 기사 생산량을 축소하고 속보와 단독 경쟁을 완화해야 한다”면서도 “개인적으로 언론사가 이렇게 변할 수 있는지는 비관적이다. 현실적으로 포털은 많은 기사를 이용해 이용자가 포털에 오래 머무르게 해서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미정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은 이 같은 행태가 ‘태만의 악의’라고 규정했다. 무분별한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 보도를 예시로 들며 정미정 정책위원은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은 음모론으로 이어졌는데, 이는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됐다”고 짚은 뒤 “실수가 계속되는 건 바로 잡을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이게 악의다. 언론사들이 악의를 무분별하게 행해왔다. 언론사들이 악의를 버리고 해야할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악의를 버리지 않기에 대안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율심의 체제를 강화’하는 것을 제안했다. 정미정 정책위원은 “포털 사업자가 뉴스 유통함으로써 많은 사용자 유입하고 이득을 보면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 문제 되면 문제를 없애고 정책을 바꾼다”고 지적한 뒤 “안타까운 건 포털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서 조선일보의 부적절한 삽화 사용에 대해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는다. 사실상 현실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장임에도 이런 논의를 개입하지도 끌어가고 있지도 않는다. 자율심의를 강화하는 방안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도 주장했다. 정미정 정책위원은 “언론사 규제 정책에 대해 제가 말할 수 있을 거라고 상상 못 했다. 준칙, 강령 등이 없어서 벌어지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수없이 반복되는 실수는 언론자유보다 규제의 정당성에 무게를 두게 만들었다. 반성도 노력도 하지 않는 언론사와 기자들의 모습이야말로 언론자유를 위태롭게 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그러나 발제자들의 원인 분석과 반대로, 김동원 실장은 ‘언론 주도의 격분’이 아니라 ‘적군을 만드는 건 정치권의 양당 체제’라고 짚었다. 그는 “21대 총선 때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만든다고 해놓고 위성 정당을 만들어 초거대 여당을 만들어 완벽한 양당 체제를 만들었다. 높은 지지율을 가진 대통령이 행사한 인사권에 대해서 반발한다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반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고 적대의 정치와 적대의 담론을 만든다. 그래서 조국 전 장관 사태가 발생했다. 이러한 양대 체제 속에서 언론이 생산하는 정치 담론도 거기서 자유롭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언론노조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반대한 적이 없다. 딱 하나의 조건만 붙였다. 정치인, 유력인사, 공직자, 무조건 소송을 남발하는 대기업 등의 징벌적 손해배상은 제외되어야 한다. 일반 시민과 노동자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배수와는 상관없다”며 “공적 영역의 징벌적 손해배상은 지금과 같은 형태의 손해배상으로도 가능하다. 다만 일반 시민과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노동자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은 언제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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