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 심사대상자에 포함돼 심사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또다시 시민사회의 큰 반발을 부르고 있다.

여기에 이재명 경기도지시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삼성전자 공장에 찾아가 ‘특별한 혜택을 부여하는 것도 옳지 않고, 재벌이라고 가석방 불이익을 받아서도 안된다’ ‘8월이면 형기 60%를 채운다’ 등의 말을 보탰다. 일부 언론은 이를 토대로 글로벌 반도체 경쟁을 위한 총수역할론을 내세우며 가석방을 부채질했다.

법조계는 이런 태도가 오히려 부적절하며 준사법 절차인 가석방심사에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시민사회에서는 정경유착의 경제사범이자 국정농단의 중범죄자의 가석방 논읜는 용납할 수 없다며 가석방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20일 오후 삼성전자 화성공장을 방문한 자라에서 이재용 전 부회장의 가석방 관련 질의에 “특별한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옳지 않고, 재벌이라고 해서 가석방이라든지 이런 제도에서 또 불이익을 줄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재용 부회장이 8월이면 형기 60%를 마쳐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도체 산업계의 요구 국민정서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MBC는 이 지사의 발언이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한 완화된 표현이었다고 분석했고, 송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는 8.15 가석방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발언 다음날인 21일 오전 머니투데이는 ‘[단독]이재용, ‘광복절 가석방’ 법무부 심사 대상 올랐다’ 기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8월15일 광복절 가석방 심사 대상자 명단에 올랐다”며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광복절 가석방 가능성이 다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이 매체는 “서울구치소가 최근 광복절 가석방 심사 대상자 명단에 이 부회장을 포함해 법무부에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가석방은 일선 구치소·교도소가 예비심사를 통해 추린 명단을 법무부에 올리면 가석방심사위원회(심사위)가 최종 심사를 진행하며 심사위에서 표결로 가석방을 결정하고 법무부 장관 허가를 거쳐 마무리된다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다음달 초 회의에서 심사 대상에 대한 심의가 열릴 예정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21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심사 대상인지,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사실과 다르다는 의미냐’고 묻자 “오보대응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시인도 부인도 안한 답변이다. 사실상 절차에 들어갔다는 의미로 보인다.

형법 제72조 제1항은 가석방 심사요건을 ‘금고중인 자가 그 행상이 양호하여 개전의 정이 현저한 때’로 규정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여기에 해당하는지, 유사한 다른 큰 재판을 받고 있으며 재범의 우려가 높은데도 가석방 대상이 되는 것이냐는 질의에 법무부 관계자는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대상인지도 모르겠지만 (가석방심사는) 절차에 따라 이뤄지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그는 ‘행상이 양호하여 개전의 정의 현저한 때’라는 형법상 요건을 두고 “(이 부회장이) 여기에 해당된다 안된다 말씀드릴 사항이 아니다”라며 “형법상 규정된 일반적 요건일 뿐이며, 심사 대상이라면 심의에서 논의될 사항”이라고 답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가석방과 사면 관련 고려하거나 진전된 부분이 있느냐는 질의에 “가석방은 법무부에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고, 사면과 관련해서는 확인해 드릴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18일 형이 확정되는날 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18일 형이 확정되는날 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법조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우려와 반발이 나온다. 민변의 김종보 변호사는 21일 미디어오늘과 SNS메신저 대화를 통해 송영길 이재명의 가석방 가능성 언급을 한 것을 두고 “정치인이 특정 인물의 가석방에 대해 거론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은 행동”이라며 “가석방심사는 준사법적 행위, 즉 재판 같은 사법적 판단에 준하는 행정행위인데 여기에 정치적 압력이 가해지는 것은 절차의 공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의 대상인지를 두고 김 변호사는 “가석방 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범의 위험성”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 총수로 복귀하는 경우 국정농단 사건에서 벌어진 전횡적 행위를 방지할 방법이 없다. 여전히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 변호사는 “삼성이 적극적으로 투자해야하는데 총수가 없어서 안되니 풀어달라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가석방 심사 요건이 아니다”라며 “재계의 주장대로라면 회장님들은 살인을 하든 강간을 하든 뇌물을 주든 국가 경제를 위해 빨리 나와야 된다는 말밖에 안된다”고 비판했다.

민변 부회장 출신의 참여연대 실행위원인 김남근 변호사는 “문제는 언론에서 가석방을 해야 하는 것처럼 목표를 정해주는 것”이라며 “가석방은 사면과 달리 요건이 되면 심의 결정할 수 있는 준사법 절차인 만큼 공정한 심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남근 변호사는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으로 나와야 하는 것처럼 보도하고 주장하는 것은 공정한 심사를 해친다”며 “한국경제 기여하고, 투자를 위해 가석방해야 한다는 것은 심사요건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심사를 통한 가석방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사회 적응가능성이 높고, 직업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가석방에 유리한 요소가 있지만, 재범의 가능성과 유사한 다른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불리하다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재판부가 삼성전자 내부에 준법감시체계를 만들라고 했으나 결국 만들지 못했고, 이 부회장이 수감된 이후에도 지금까지 갖추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통한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 재판도 받고 있다. 이 재판은 국정농단 뇌물죄, 횡령죄 등으로 확정판결 받은 사건과 연결된 사건의 재판이라는 점에서 증거인멸이나 도주우려 등의 문제가 있는 점도 가석방에 부정적인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일반인의 경우 이런 유사한 다른 사건의 재판이 있으면 가석방을 잘 해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석방 심사는 이런 점을 고려해서 공정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가석방해야 한다는 예단을 갖고 여론으로 몰아갈 경우 공정한 심사를 했다 해도 승복하기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도 21일 오후 논평을 내어 “이번 가석방 심사 대상 포함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보며 법무부가 심사 대상에서 즉각 배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이 부회장의 범죄행위가 매우 엄중한 경제범죄이자,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을 가져온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이자, 재벌의 경영권 세습과 사익편취를 위한 개인범죄라고 규정했다. 이 단체는 “그런데도 사면과 가석방을 주장하는 측은 이 부회장의 범죄가 마치 삼성 경영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것처럼 호도하는 여론몰이를 하거나, 이 부회장이 없으면 반도체 산업이 무너질 것처럼 언급한다”며 “총수의 구속과 국가경제와 산업, 그룹경영 위기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경실련은 “결국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사실상 턱없이 부족한 죄 값을 치르고 있는 재벌 총수에게 또 다시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명목으로 가석방을 허용한다면 대한민국의 사법정의와 법치주의는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 노동·종교·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가석방 반대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노동·종교·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가석방 반대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경실련은 “범죄의 중대성, 교화가능성, 재범가능성 등을 고려해도 가석방 논의는 부적절하다”며 “형 집행법에 따른 가석방의 요건을 충족하여 추진한다는 핑계도 용납되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가석방심사위원회에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을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되고 오히려 심사 대상에서 배제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범계 법무무 장관도 가석방심사위가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적격하다고 신청해도 불허해야 하며, 문재인 대통령도 가석방 권한은 법무부에 있다고 뒤로 숨어선 안 된다고 경실련은 지적했다.

경실련은 “공정한 사회를 위한 최소한의 사법정의를 행정부가 나서 무너뜨려선 안 된다”며 “문재인 정부가 법치주의 원칙을 무시하고 중대한 범죄자의 가석방에 나선다면 반드시 국민들의 분노와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도 이날 논평을 내어 “이재용에 대한 사면이나 가석방은 특권층을 인정하는 헌법유린으로 절대 반대하고, 절대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당당하게 세금내고, 만기석방될 일을 돈 벌기위해 봐주는 척 이재용을 붙잡아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은 박범계 장관에게 이 같은 목소리와 함께 이 부회장의 가석방이 특권층의 가석방제도 악용, 다른 재소자들에 대한 역차별이 아니냐는 등의 질의를 했으나 아직 답변하지 않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지난 14일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법무부·대검 합동감찰 결과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법무부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지난 14일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법무부·대검 합동감찰 결과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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