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대구를 찾아 한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윤 전 총장은 작년 초 대구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을 때 여당 일각에서 ‘대구경북 봉쇄’를 거론한 것을 두고 “철 없는 미친 소리”라며 “초기 확산이 된 곳이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이었다면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발언은 연일 구설에 오르고 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주 52시간제’를 비판하면서 “한 주에 52시간에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주 120시간 근로를 채우려면 하루 24시간을 5일 내내 일해야 한다. 

한겨레 경향, “귀를 의심” “대선 주자 할 소린가”

한겨레는 “너무 나간 윤석열” 기사와 “윤석열 ‘대구 아니면 민란’, 대선 주자가 할 소린가” 사설을 내고 윤 전 총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겨레는 “코로나19에 대처한 대구의 시민의식을 평가하는 말이라지만, 근거 없이 다른 지역을 폄하하고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기는 망발”이라며 “민란 발언은 도를 넘었다. 당장 발언을 취소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 21일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 21일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경향신문 역시 “‘주 120시간 바짝 일하고 마음껏 쉬자’ 윤석열의 낡은 노동관” 기사와 “퇴행적 노동관, 지역 가르기 시각 드러낸 윤석열” 사설을 내고 대동소이한 비판을 했다. 경향신문은 대구 발언에 대해 “대구를 다른 지역과 분리하는 위함한 발언”이라고 했으며 120시간 발언에는 “야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가 이런 비현실적인 노동관을 가지고 있다니, 귀를 의심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스타트업 청년들이 개발이 임박한 시기가 오면 집중적으로 근무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를 전한 취지라고 해명했다. 경향신문은 이 같은 해명에 대해 “5년 전 게임업체의 개발자가 과로로 사망했는데, 한 주에 최고 95시간 일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런 현실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주 120시간 노동을 쉽게 입에 올릴 수 없다”고 반박했다.

조선일보 ‘민란’ 부각하고 ‘120시간’ 해명 전달

반면 보수성향 신문사들은 윤 전 총장의 민란 발언을 비판 없이 전하고, ‘120시간’ 발언에는 해명을 중심으로 전달했다.

조선일보는 “코로나 초기 확산, 대구 아니었으면 민란” 기사를 내고 윤 전 총장의 발언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직접적인 비판을 언급하는 대신 여권의 반발과 윤 전 총장측 입장을 ‘기계적 중립’으로 전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정치적으로 반대쪽에 있는 분들이 제가 120시간씩 일하라 했다는 식으로 왜곡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일고의 가치가 없는 이야기”라는 윤 전 총장의 120 발언에 대한 반박을 전했다. 

▲ 21일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 21일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동아일보의 기사도 비슷했다. 동아일보는 “윤 ‘대구 봉쇄 미친 소리에 상실감 컸을 것’” 기사를 통해 윤 전 총장의 대구 관련 발언을 전달한 뒤 120시간 발언에 대한 해명을 담았다. 

매일경제가 꽂힌 윤석열 발언은?

‘120시간’ 인터뷰 발언 당사자인 매일경제는 여야 공방을 중점적으로 전하는 기사를 내면서 해명을 담았다. 해당 기사는 “매일경제 인터뷰 윤 발언 정치권 뜨거운 감자로”라는 부제를 하면서 자사 인터뷰가 화제가 된 사실을 강조했다.

이날 매일경제는 인터뷰 내용 가운데 다수의 언론이 크게 주목하지 않은 윤 전 총장의 발언에 부각해 사설을 썼다. “‘경영자 직접 사법처리는 문제’ 윤석열 지적 일리 있다”는 제목의 사설이다. 윤 전 총장은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법인 문제에 경영자에 대한 사법처리보다는 법인에 벌금을 부과하는 등 형사책임을 인정하는 방향의 형사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매일경제는 “일리 있는 지적”이라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주52시간 근무제, 산업안전보건법 등이 사업주를 강력 처벌을 하는 점을 지적하며 “지금처럼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해 지나친 형벌 규정을 들이대는 것은 헌법과 형법 원칙에 어긋난다” “시대착오적인 법안들과 수사 시스템은 이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경제신문인 매일경제가 그간 요구해온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왜 대구 왔을까’에 집중한 대구경북 언론

대구경북 지역 신문은 윤 전 총장의 방문을 1면에 다루는 등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매일신문은 “‘대구경북은 나라 생각하는 진보적 도시’” “‘작년 여 일각 대구 봉쇄 발언 철 없는 미친 소리’” 등 윤 전 총장의 주요 발언을 기사 제목으로 뽑았고, 윤 전 총장이 환영 인파 속에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전한 것이 대표적이다.

▲ 21일 영남일보 기사 갈무리
▲ 21일 영남일보 기사 갈무리

대구경북 언론사들은 윤 전 총장의 방문 배경에 주목했다. 매일신문은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히자 텃밭 민심을 확고히 다지면서 대세론을 굳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며 “지역 정치권은 윤 전 총장의 이날 행보에 대해 전국에서 가장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경북의 기를 세워주면서 보수 야권의 대표 대권 주자로서 ‘선점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영남일보는 “보수텃밭 TK에서 열성 지지층의 세 결집과 지지율 반등을 모색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고 했다. 

청해부대 귀환, ‘사과 안한’ 대통령 비판한 조선·중앙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의 장병 301명 전원이 지난 20일 서울공항으로 귀환했다. 청해부대에서 지난 15일 첫 코로나19 확진자 6명이 확안된지 닷새 만의 귀환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속하게 군 수송기를 보내 귀국 조치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국민의 눈에는 부족하고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며 군을 질타했다. 문 대통령은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문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사설 제목은 “문 또 국민 눈높이 핑계대며 군만 질책, 사과가 그리 어렵나”이고, 중앙일보 사설 제목은 “아덴만 참사, 군 통수권자 대통령은 사과하지 않았다”다. 이는 “청해부대 장병 후송 자화자찬한 국방부, 정신 있나” 사설을 통해 국방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인 한겨레와 대조적인 대목이다.

▲ 21일 중앙일보 기사 갈무리
▲ 21일 중앙일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이 조국 전 장관 국면 등에서 ‘국민 눈 높이’라는 표현을 반복해서 쓴 점을 언급하며 “사실은 잘못한 게 없지만 국민 정서에 안 맞아서 문제라는 것 아닌가. 문 대통령은 국민에게 진솔하게 사과하는 게 왜 그렇게 어려운가”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언젠가부터 선별적 사과와 선택적 침묵을 오가곤 했다”며 “군 통수권이 걸린 아덴만 참사에도 그랬으니 개탄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여가부 폐지론 비판 칼럼

이날 중앙일보의 ‘양성희의 시시각각’ 코너 “여가부만 없으면” 칼럼은 야권에서 제기된 ‘여가부 폐지론’에 대한 지적을 담았다.

이 칼럼은 “일부 보수 정치인들은 여가부가 일을 잘 못하고, 젠더 갈등을 부추기며, 고유 업무가 없다며 여가부 폐지 공약을 내걸었다. 여가부만 없으면 젠더 갈등도 없고, 성평등도 절로 된다는 식”이라며 “하지만 여가부가 일을 잘 못한다면 초미니 힘 없는 부처에 일을 잘할 수 있는 실권과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제대로 된 논리”라고 반박했다.

이 칼럼은 “여가부의 무능과 남성들의 박탈감, 백래시(반동), 일부 극단적 페미니즘 흐름을 한데 묶어 폐지론으로 귀결시키는 것은 성평등에 대한 무신경·반감의 증거일 뿐”이라며 “성평등 정책이 특정 부처의 전유물이 될 수 없으니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를 만들어 모든 정책에 성평등 국정 기조를 반영케 하자는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이 또한 여가부의 격상 차원에서 논의될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가부 폐지가 가장 시급한 여성 이슈로 꼽힌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여가부가 있어야 할 이유”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