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공개된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설전이 펼쳐졌다.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스피커 김어준씨와 여권 대선후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언쟁을 벌인 것이다. 박 의원은 민주당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던 ‘조금박해’(20대 국회의원 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을 지칭)의 ‘박’이다.

김어준 : 2030 세대만 어려움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각 연령대는 각자 고유의 어려움이 있다. 왜 2030 세대만 떠받드나?

박용진 : 왜냐면 그들이 미래니까 그렇다.

김어준 : 수명도 길어져서 40대도 이제는 미래예요. 40년~50년 더 살아야 하는데.

박용진 : 1971년 야권의 40대 기수론으로 국왕처럼 군림하던 박정희하고 김대중이 맞장을 붙는다. 누가 김대중을 움직였나. 당시 20대 초반이 움직였다. 그때 20대 지지를 바탕으로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화운동과 인권운동을 이어갔고 결국 집권까지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 혁명을 만들어낸 것도 당시 2030세대가 주축이어서 가능했다.

김어준 : 4050세대가 20대보다 훨씬 생각이 젊을 수 있다. 지금은.

박용진 : 김어준 총수가 딴지일보 만들 때가 몇 살인가. 20대 발칙함이 있어서 가능했던 것 아닌가?

김어준 : 나는 지금이 훨씬 더 발칙해!

▲ 지난 16일 오후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스피커 김어준씨와 여권 대선후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언쟁을 벌였다. 사진=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갈무리
▲ 지난 16일 오후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스피커 김어준씨와 여권 대선후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언쟁을 벌였다. 사진=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갈무리

‘조국흑서 진영’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다소 과장된 표현을 빌리면 “지금 민주당 당대표는 송영길이 아닌 김어준”이라고 불릴 정도로 김어준 영향력은 막강하다. 이 때문에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나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때때로 소리꾼 소리에 장단을 맞추는 고수(鼓手) 역할도 자처한다.

박 의원은 이날 달랐다. 김씨가 “2030을 대표한다는 이준석이 말하는 공정은 진보가 말하는 정의 공정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하자 박 의원은 “왜 이준석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사람이 2030세대를 대표하게 됐는지 가슴 아프게 생각해야 한다”고 받아쳤다. 종합편성채널이나 보수 매체에 나가 민주당을 공격하면 그들의 활용 도구가 될 뿐이라는 지적에도 “정치인은 여기 가서도 설득하고, 저기 가서도 설득해야 한다. 양 쪽에서 욕먹을 때가 있지만 매체를 가릴 이유는 없다”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방송 후기를 페이스북에 따로 기록했다. 다스뵈이다 측에서 일부 발언을 편집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를테면, 김씨가 2030세대 보수성을 지적하자 박 의원이 “김어준도 꼰대가 됐다”고 반박한 영상이 편집됐다는 것. 박 의원과 지난 19일 전화로 짧게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 김어준 앞에 선 다른 의원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김어준씨 좋아한다. 그가 진행하는 방송에 팬들이 많다는 것도 안다. 당내 경선이 벌어지면, 그 팬층에 (우리 후보들이) 소구하려는 것도 잘 안다. 오래된 일이다. 정책적으로 비슷하면 얼마든 지같이 할 수 있다. 삼성 등 재벌개혁이나 유치원 3법 때 뉴스공장만 날 불러줬다. 대중적 설명이 쉽지 않은 이슈였지만 김어준씨가 충분히 기회를 줘서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었다. 고맙게 생각한다.”

- 김어준은 “왜 보수 매체에 나가느냐”고 물었다.

“정치인이 매체를 왜 가리나. 보수 매체를 보고 듣는 분도 우리 국민이다. 그분들이 싫어하더라도 소신 있게 내 말을 전해드려야지. 당장 박수받고 눈앞 이익을 따지는 건 장사꾼 셈법이다. 정치인은 자기 소신이 맞는다고 생각하면 당장 손해를 보고 구박 받을지언정 나가서 이야기해야 한다. 박수받는 곳만 따라다니면 국민들이 뭐라고 생각하시겠나. 정치는 타협이다. 자기 생각이 분명해야 타협이 가능하다.”

- 김어준은 박 의원 공약인 법인세·소득세 동시 감세에 대해 “박 의원이 전경련을 도와주고 있다”고 질타했다.

“정책 실효성 여부를 따지기 전에 진영논리를 내세우는 게 너무 우습다. ‘우파 이야기 아니냐’고 따지는데, 참 낡았다. 증세면 좌파고 감세면 우파인가. 정책은 시장 상황에 따라 정부가 선택하는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도 법인세 감세하지 않았나? 대한민국 법인세 최고구간 세율은 25%인데 실효세율은 17%이다. 대기업들은 각종 세액공제 등으로 실효세율 다 챙긴다. 정작 중소·중견기업은 못 찾아 먹는다. 그렇다면 명목세율을 낮춰 투자 여력을 늘리고 글로벌 경쟁을 뒷받침하는 것이 낫다. 미국도 중국도 기업 유치를 위해 각종 유인책을 시행하고 있다. 단순히 대기업에 세금 깎아준다는 진영논리로 접근하면 경제 어떻게 하나? 소득세도 마찬가지다. 금융소득, 부동산임대소득은 증세하고 근로자 근로소득과 자영업자 사업소득은 감세해 내수를 증진하고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 가까이는 마크롱부터 슈뢰더, 블레어, 클린터, 오바마 등이 주장했던 정책 아닌가. 운동장을 좀 넓게 쓰자.”

- 2030세대를 주제로 이야기하다가 “김어준도 꼰대가 됐다”고 꼬집었다. 이 발언은 편집됐다고 밝혔다.

“20대는 철학적으로, 인격적으로 완성될 때까지 불만도 터뜨리지 말고 기다려야 하나? 발칙한 상상력으로 ‘딴지일보’를 만들었던 김어준이 꼰대가 된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20대가 겪는 어려움의 온도는 같다. 또 ‘뉴스공장에 홍준표·하태경이 출연하니까 김어준이 방송을 안 잘리는 거다’라고 했는데 이것도 편집됐다.(웃음) 나보고 매체 가리며 나가라는데, 정치인이 매체를 가린다면 홍준표, 하태경은 왜 김어준 방송에 나가나? 정치인이 균형만 갖춘다면 어느 매체든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싫은 소리 듣기 싫어서 그런 것인지 편집은 왜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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