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라.”

난해하지만 ‘언론’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지배구조 개선’이라 함은 공영방송 사장 선출에 관한 것이고, 방송사 기자·PD들이 ‘OOO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을 불사하는 모습은 불과 4년 전에도 볼 수 있던 생경하지 않은 장면이다.

다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거리에 기치로 내걸렸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정치권을 상대로 높이는 목소리다. 언론노조는 지난 14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지역구(경기도 구리시) 사무실까지 찾아 항의 농성을 벌였다. “7월 안에 국민참여 공영방송법을 입법하라”는 것이다.

공영방송 사장 뽑기 문제는 왜 지금껏 해결되지 않고 있는가.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을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윤 위원장은 21일 민주당 원내대표, 과방위원장 등과 공영방송법을 놓고 담판을 벌일 예정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개혁’ 입법에 윤 위원장 독설이 이어졌다.

▲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을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기자의 사진 촬영 요청에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을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기자의 사진 촬영 요청에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사진=김도연 기자

- 21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관련 더불어민주당과 4자 협의(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 이원욱 국회 과방위원장, 조승래 과방위 간사와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가 진행된다. 어떤 이야기를 할 생각인가?

“지난 몇 달, 같은 이야기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공영방송 사장 선출에 시민 참여를 보장하고, 여·야 정치권은 기득권을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여·야가 사장을 선임하는 정치적 후견주의는 배제하자는 이야기다.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언론개혁’이라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강행할 태세인 반면, 공영방송에 대한 기득권은 내려놓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야당과의 협의 정당성을 강조하는데, 왜 그러한 절차적 정당성은 선택적으로 적용하는가? 공영방송법안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언론개혁’을 말하는 민주당 본심이 무엇인지 드러날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KBS와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 후보자 공모는 20일까지다. 민주당 대선 경선 연기 상황을 고려하면 오는 9월 이후에는 입법이 불가능하다. 민주당이 기득권은 하나도 내려놓지 않으면서 언론을 죄악시하거나 규제 총량만 늘리는 법안을 밀어붙인다면 누가 납득할 수 있나?”

-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입법은 문재인 정권 임기 초부터 논의하고 추진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맞섰던 해직 언론인 등이 자사 경영진에 임명되면서 현업 언론인들과 시민사회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논의는 사라졌다. 임기 말 이 문제가 다시 공론화하는 것에 정당성이 있나?

“타당한 지적이다. 실기한 면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민주적 진전은 사람이 아닌 제도에 의해 확립돼 왔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언론운동 진영이 적극적으로 공영언론 지배구조 개선 입법에 나섰어야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켜켜이 쌓인 내부 문제를 해소하느라 힘겨운 상황에 직면했다. 또 당시 민주당은 제1당이었지만 여소야대 정국이었다. 입법에 필요한 스텝이 복잡하게 꼬인 면이 있다. 정권의 집권 초 달성했어야 하는 과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부담이 돌아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 현재 양대 공영방송 사장 임명에 시민 참여를 보장하는 법안으로 전혜숙·정필모 민주당 의원 법안이 있다.

“현재 이사 구성이나 시민 참여 구성에 관해 ‘이것이 우리의 안이다’라고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유연성을 발휘할 의지가 있어서다. 국민 참여를 보장하고 정치적 후견주의를 배제한다는 큰 원칙 하에 논의를 해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문제는 오랜 시간 논의돼 왔다. 전·현직 언론인들의 숙원 과제였다. 그만큼 제자리 반복에 그치고 있다. 시급한 현안이 있는데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역에 계신 조합원을 만나보면, 비슷한 말씀들을 하신다. ‘다들 위축하는 언론산업에 힘겨운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당장 의미가 있느냐’는 말씀이다. 물론 언론노조가 4대 개혁 입법으로 꼽은 지역 언론 지원 제도, 즉 제대로 된 언론사를 살리는 문제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시대에 뒤처진 공영방송 지배구조는 언론계를 짓눌러온 장애물이었다. 정권이 바뀌면 여야 공수가 바뀌어 또 싸울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언론장악에 저항하느라 미디어산업 현장 문제에 소홀했고 거대 미디어 자본에 맞설 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 모든 미디어 이슈가 언론장악에 빨려 갔다. 지금 공영방송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방송은 정권을 잡을 우리가 먹으면 된다’는 정치권으로 인해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이 고리를 끊어야 본질적 문제에 집중할 수 있다.”

- 윤창현 집행부 전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한 언론노조 입장이 모호했다. 현재 언론중재법 개정안 국회 논의가 보류된 상태이나 민주당은 강행 의지가 크다. 관련 법안에는 허위 보도한 언론사에 피해산정액의 최대 5배에 이르는 손해배상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징벌적 손배제에 대한 언론노조 대응을 두고 내부 이견이 있었다. 지난 2월 언론노조 임원 경선(윤창현·전대식 후보조 당선)이 벌어진 배경이기도 했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현업 언론인들이 징벌적 손배제 자체를 거부하진 않는다는 점이다. 설령 도입하더라도 언론 자유를 억압하고 위축시킬 수 있는 규제의 총량은 합리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은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허위 보도의 악의성(고의·중과실)을 입증하는 책임은 언론사가 아닌 문제를 제기한 쪽이 지고 있다. 반면 현재 민주당안은 언론이 보도에 고의·중과실이 없음을 입증해야 면책이 가능하다.”

- 징벌적 손배제 도입 후 봉쇄소송 위력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있는데?

“언론현업 단체들이 대기업이나 정치인, 고위 공직자에 대한 보도는 징벌적 손배 대상에서 제외하자고 했더니 민주당은 ‘피해자를 해할 목적이 있는 경우’에 한해 손배 책임을 묻는다고 해놨다. 언론의 견제 감시 대상이 되는 공인도 소를 마구 제기할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이 경우 언론사와 기자는 기사 진위를 입증하기 위해 취재원을 공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다. 대기업 등 거대 조직 내부 제보자는 신원이 보장될 때 제보를 결심하는데, 신변을 지킬 수 없다면 제보를 할 수 있겠나? 시민이 아닌 기득권을 보호하는 엉뚱한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법은 만들어질 때의 선의는 고려하지 않는다. 법 제정 시 엉뚱한 사람 손에 칼이 쥐어질 때를 고민해야 한다. 조국 사태 이후 피의자 인권을 보호한다며 검찰 포토라인을 없앴다. 누가 가장 큰 수혜를 봤을까? 재벌, 대기업 총수들, 힘세고 돈 많은 사람들이다. 제도는 선의를 가진 사람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신중한 입법이 필요하다. 국민적 동의가 크고 시급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입법은 뒤로 제쳐두고 규제 총량만 늘리는 입법만 만지작거리는 건 잘못된 처사다.”

- 이 제도에 현업 언론인들과 언론시민단체 사이 온도 차가 있다.

“시민사회 내부에도 이견이 있다. 제 판단에 오픈넷, 언론개혁시민연대는 표현의 자유 위축을 우려해 민주당 법안에 다소 반대이고, 민주언론시민연합이나 언론인권센터는 민주당 안에 좀더 가까운 것 같다. 이런 이견이 존재할 때는 충분한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 누구나 SNS에 자기 의사를 표현하고 유튜브에 자유롭게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시대다. 허위조작 정보가 대량으로 유통되는 공간이 협의의 언론, 즉 레거시 미디어인가? 미디어 개념이 확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 무게중심을 어느 곳에 둬야 하는지 제대로 살펴야 한다. 여러 고민의 대목이 있다. 분명한 것은 명예훼손, 사실적시 명예훼손, 민사상 손해배상, 언론중재법, 징벌적 손해배상 등 언론 규제 총량이 과도하게 늘고 있어 언론의 사회적 기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징벌적 손배제를 도입한다면, 다른 법률안과의 일괄조정이 필요하다. 사전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불쑥 제도만 들어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 ABC협회 부수 조작 논란으로 정부가 광고를 집행할 때 ABC 부수공사 결과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문체부는 구독자 조사 등 대체 지표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어떻게 평가하나?

“ABC 제도에 문제가 많고, 더 이상 광고 지표로 활용할 수 없다는 인식은 신문업계도 공유하고 있는 것 같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지표로 대체했을 때 언론소비자 신뢰를 얻고 균형을 찾을 수 있냐는 것이다. 문체부가 밝힌 대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전국 5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열독률, 구독률 조사(구독자 조사)로 대체하면, 현재 조중동에 쏠려 있는 독과점 시장의 불균형이 개선될까? 이참에 공론장에 제대로 올려놓고 숙의해보자는 것이다. 부수를 부풀려 실제 영향력보다 과대 포장한 신문사의 광고 가치를 교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독립언론, 지역의 모범 매체들은 가치에 부합하는 광고를 받을 수 있게 제도를 새롭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 미디어바우처법(김승원 더불어민주당 대표발의)은 어떻게 평가하나? 국민이 바우처로 언론사 또는 기사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다음해 정부광고비를 지급하자는 취지였다.

“건강한 언론을 키우는 데 목적이 있겠지만 자칫 인기투표처럼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지금처럼 진영논리가 강하게 작동하고, 내 편 아니면 모두 적, 우리 편에 유리하게 보도하지 않으면 ‘기레기’ 등의 인식이 공고한 상황에서 미디어바우처가 목표한 바대로 운영될지 회의적이다.”

- 윤 위원장 이야기를 들어보면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언론개혁법’에 전반적으로 비판적이다. 시민들은 ‘언론노조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입법 외에는 아무것도 안하려고 하는 거냐’ ‘반대만 하느냐’고 비판할 것 같다.

“(민주당이) 말이 안 되는 것을 밑어붙이고 있으니 말이 안 된다고 비판하는 거다. 미디어바우처니 징벌적 손배제니, 지금 우리가 이야기한 미디어 이슈의 경우 논의를 시작한 지 얼마나 됐나? 정치권이 ‘언론개혁’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명박 정권도 MBC PD수첩 PD들을 잡아가두고 종합편성채널 만들 때 ‘언론개혁’이라고 했다. 언론개혁이라는 말이 정파적으로 소비돼선 안 된다. 우리가 지켜온 언론개혁 운동은 권력에 의해 뺏긴 말과 글을 되찾는 과정이었다. 1970년대 동아·조선투위, 1980년대 80해직자 선배들, 1987년 엄혹했던 시기 박종철 죽음을 알렸던 선배 기자들…. 권력 압제에 맞서 언론을 되찾아오는 게 개혁 본질이었다.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정권이 언론에 위험을 가져다줄 수 있는 법안을 이렇게 가볍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확립한 언론개혁운동 방향성은 언론의 자유다. 여기에 부합하는 정책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아닌가. 시민에게 권력을 돌려드려야 한다. 그 다음 허위정보를 통제하고 방지하는 입법이 필요한 것이다.”

▲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을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기자의 사진 촬영 요청에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을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기자의 사진 촬영 요청에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사진=김도연 기자

- 방송 관련 기구와 기관 인사에서 정부·여당 몫 인사 추천이 언론시민단체 출신으로 돌려막기하고 있다는 비판은 어떻게 생각하나? 

“언론에 대한 전문성과 시청자 주권을 고려해 시민사회에서 오랜 기간 언론 문제에 천착해 온 인사들이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관련 기관 안에서 요청받는 본질적 역할을 넘어 그 자체가 기득권이 되거나,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이나 공공성을 지켜내야 하는 임무보다 누가 추천했는가를 의식해 기관 내부에서 진영 이익을 우선시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여야를 떠나 지난 세월 수많은 사례를 통해 폐해가 누적된 상황이라고 보는 시각이 언론계 안팎에 적지 않은 것 같다. 언론노조가 공영방송 정치적 독립을 위해 국민 추천을 요구하고 있지만 향후 언론 규제 재편을 위한 미디어혁신 기구 안에서는 미디어감독 기구에 대한 정치적 독립성을 어떻게 구현할지도 대단히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 지난해 정치권과 언론계를 뒤흔든 ‘검언유착’ 의혹 관련, 1심 결과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무죄(강요미수혐의)로 나왔다. 어떻게 바라봤나?

“1심 판결을 존중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논란도 그렇지만 이 문제 역시 잣대는 하나여야 한다. 우리 쪽이 아닌 선수가 잘못했다고 잣대가 휘어선 안 된다. 그러면 기본과 원칙이 무너진다. 법원은 이동재 전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을 무겁게 비판했다. 이는 좌우 문제가 아니다. 언론윤리에 대한 시민들의 문제의식은 매우 커졌다. 이동재 전 기자 사건뿐 아니라 조선일보의 ‘조국 일러스트’ 건,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등 금품수수 의혹에 휩싸인 언론인 사건, MBC 취재진의 경찰 사칭 문제까지. 언론윤리 문제는 특정 진영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기자·PD들은 합법과 불법 경계 위에서 취재를 이어간다. 물론 금품을 받는 문제는 결이 다르지만, 성향과 무관하게 누구나 취재 욕심을 부리다 선을 넘으면 사고가 터진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잣대로 평가해야 한다. 내가 속한 진영에 따라 우리 편이냐 네 편이냐 따진 뒤 평가를 달리하는 행태는 저널리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올해 초 언론노조 위원장 선거는 초유의 ‘동수 득표’로 결선투표까지 진행됐다. 위원장 임기 전에는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으로 활동했다. 언론노조위원장 4개월, 어떤 소회를 느끼나?

“다른 산별노조도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 촛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사회개혁을 표방하면서 많은 이들이 기대했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물거품 된 데서 알 수 있듯 여러 정책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개별 의지들이 모여 정권을 바꿔냈지만 지금은 어느 정치인을 지지하느냐, 어떤 정파를 지지하느냐 등 진영논리가 견고할 뿐이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담론이 진영을 강화하면서 양심적 언론인들은 점차 위축되고 욕을 먹는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양심적 언론인들은 엄혹한 시절에도 꿋꿋하게 고발 기사를 쓰려고 했다. 촛불집회에서 ‘언론도 공범’이라는 시민들 외침은 언론이 권력감시를 제대로 못한다는 비판이었다. 박근혜 국정농단을 제대로 감시 못한 책임을 물은 것이었다. 지금도 양심적 이들은 똑같은 위치에서 정부를 견제하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문재인 정부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조차 수용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언론계 전반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언론계 내에도 강한 진영논리가 작동하고 있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담론에 기반한 진영논리가 판을 친다면 저널리즘의 종말을 부를 수 있다.”

- 내년 대선이다. 언론노조는 미디어 이슈를 의제화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몇 가지 생각하고 있다. 다만 치열하게 내부 논의를 거쳐 공식화해야 한다. 미디어 환경이 크게 바뀌면서 건설기업을 포함해 재벌기업이 신문·방송시장에 진입하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거대 미디어 자본 문제를 재정비해야 한다. 공영방송만 공공성 책임을 무겁게 지고 민영방송은 다 풀어주는 식의 시장지상주의는 미디어 공공성을 해체할 것이다. 공공성이라는 말이 공허한 것 같지만, 이게 무너지면 어떻게 되는지 우리는 똑똑히 목격했다.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미디어개혁시민네트워크’가 시민 권리 강화를 위한 정책과 보고서를 채택했지만, 미디어 자본 이슈는 공백 상태다. 이 부분을 시민사회, 학계와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 지난달 후임인 전국언론노조 SBS본부 새 집행부가 선출됐다. SBS 사측은 사장 임명동의제 등 방송 독립성 보장 장치를 무력화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논란이었다.

“언론노조 SBS본부장을 5년 하면서 여러 주요 합의도 이끌고, 막아내기도 했다. 조합원 권한을 위임 받아 내 나름대로 노력을 한 것이다. 그러한 합의 제도를 지킬 것이냐 말 것이냐, 조합원들이 풀어나가야 한다. 언론노조위원장으로서 미디어 자본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겠지만, 결국 구체적 성과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는 새롭게 선출된 본부장과 조합원들이 찾으실 거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