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 히로히사 일본 총괄공사의 망언을 두고 조선일보는 어쩌다 우리나라가 일본이 함부로 하는 나라가 됐느냐며 우리가 한일 위안부 합의를 깨고 근본을 지키지 않아 이렇게 됐다고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다.

일본 공사라는 사람이 상식이하의 저질 망언을 한 책임이 우리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와 강제징용 판결, 반일몰이 탓이라는 주장이다. 청와대는 일방적 주장이라며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19일자 사설 ‘어쩌다 한국은 中日이 함부로 하는 나라가 됐나’에서 소마 공사의 망언을 두고 “한국에 오래 근무한 직업 외교관의 입에서 어떻게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나”라며 돌연 문 대통령의 위안부 합의 문제를 꺼냈다.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이 취임 초 한일 위안부 합의에 “중대한 흠결이 확인됐다, 새롭게 협상해야 한다”며 국가 간 합의를 사실상 깨버렸다며 “이때부터 일본과의 관계는 파탄 상태로 들어갔다”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그래놓고 올 신년 회견에선 ‘(그 합의가) 양국 정부 간의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말을 180도 뒤집었다”며 “왜 말을 바꾸는지 아무 설명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일제강점하 노동자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을 두고도 정부를 향해 조선일보는 “한일 갈등에 기름을 부은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판결도 다시 뒤집혔는데 이에 대한 입장도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고 갖다 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조선일보는 “대신 ‘토착 왜구’ ‘죽창가’라며 반일(反日) 몰이를 국내 정치에 이용해 일본 내 혐한 정서가 팽배하게 됐다”며 “징용 문제,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는 단 1보도 진전된 것이 없이 양국 관계만 파탄 났다”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국제관계에서 어떤 경우에도 바뀔 수 없는 근본 원칙이 있다”며 “합의를 지키는 나라라는 신뢰, 작은 이익을 따라 표변하지 않는 나라라는 무거움, 국내 정치를 위해 외교를 희생시키지 않는다는 금기”라고 했다. 이어 이 신문은 “이 근본을 지키는 나라는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다”며 “지난 4년여간 이 근본이 어떻게 됐는지 되돌아볼 때”라고 했다.

근본원칙을 지키지 않아 한일관계가 파탄났고, 그 결과로 입에 담기 어려운 망언을 일본 공사가 퍼붓는 등 함부로 하는 나라가 됐다는 주장이다. 반대로 강제징용 판결을 구실삼아 일본 수출규제를 강행해 한일관계를 직접적으로 악화시킨 일본의 책임은 언급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조선일보는 소마 공사의 망언과 일본의 태도에 대해서는 그다지 문제삼지도 않았다.

이를 두고 청와대는 일방적 주장이라며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선일보의 사설 주장에 대한 견해를 묻자 20일 오전 미디어오늘에 보낸 SNS메신저 답변서를 통해 “현 한일관계에 대한 책임이 마치 우리측에만 있다는 일방적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간 우리 정부는 과거사 문제의 해결과 미래지향적 실질협력을 분리하여 추진하는 투트랙 기조를 지속 견지하며 한일관계의 안정적 관리, 발전을 모색해 왔다”며 “(그런데도) 소마 공사의 발언은 우리 정상의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한 노력을 크게 폄훼하는 비외교적이고 무례한 발언으로, 우리 정부는 엄중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울러 일본 정부가 이러한 상황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가시적이고 응당한 조치를 신속히 취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2021년 7월19일자 사설
▲조선일보 2021년 7월19일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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