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기숙사 청소노동자가 6월26일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언론에는 열흘이나 지난 7월6일에야 온라인 기사를 시작으로 뒤늦게 보도됐습니다.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은 과로와 열악한 근무환경, 비상식적 갑질이 숨어 있다는 점에서 국민 공분을 샀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언론이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을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중앙·한경·KBS·SBS·채널A 무보도

먼저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 지면, 지상파3사와 종편4사 저녁종합뉴스 관련 보도를 확인했습니다. 관련 내용을 충실히 다뤘는지 판단하기 위해 신문 지면 사진기사는 보도량에서 제외했습니다.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사건은 7월7일 한겨레, MBC, JTBC, MBN이 지면과 방송에서 보도했습니다. 온라인판 기사가 많았던 한국경제와 중앙일보는 지면에서 무보도로 일관했고, KBS·SBS·채널A 역시 저녁종합뉴스에서 보도를 다루지 않았습니다.

▲ 7월7일부터 12일까지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보도 관련 신문 지면·방송 저녁종합뉴스 보도량.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7월7일부터 12일까지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보도 관련 신문 지면·방송 저녁종합뉴스 보도량. 표=민주언론시민연합

8개 신문 중 경향신문, 동아일보, 한겨레, 매일경제, 한국경제는 7월6일 온라인판 기사로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사건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7월7일 지면에 관련 보도를 실은 신문은 한겨레 <서울대 청소노동자, 휴게실서 숨진 채 발견>(채윤태 기자)가 유일했습니다. 반면 사망사건을 제대로 보도했다고 볼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선일보의 유일한 관련 보도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서울대를 찾은 후 노동자 사망을 정치적 논란으로 다룬 내용입니다. 그전까지 조선일보는 사진기사 <청소 근로자에게 업무와 무관한 필기시험 논란>(7월8일)을 실은 게 전부입니다. 출처마저도 연합뉴스로써 조선일보가 직접 취재한 사진이 아닙니다.

▲ 7월8일,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보도를 사진기사로 대신한 조선일보
▲ 7월8일,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보도를 사진기사로 대신한 조선일보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서는 7월7일 MBC <기숙사 청소노동자 사망… ‘준공연도’ 묻는 필기시험은 왜?>(7월7일 정혜인 기자), JTBC <청소노동자에 “건물 이름 한자 써 봐라”… 폭로된 ‘서울대 갑질’>(7월7일 이자연 기자), MBN <“기숙사 이름 영어로 써” 갑질 사망 의혹>(7월7일 홍지호 기자)이 첫 보도를 냈습니다. 대부분 청소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과로를 언급하며 학교 소속 관리자 갑질을 다뤘습니다.

같은 기간 관련 보도가 없던 채널A는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서울대를 방문한 뒤 <이재명 측 “대세론 계속”… 이낙연 측 “2강 체제 형성”>(7월11일 최선 기자)에서 관련 내용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채널A는 “이재명 지사는 지난달 서울대에서 숨진 여성 청소노동자 이모씨 유족을 면담한 자리에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라고 언급한 대목이 전부로써 실상 관련 보도로 볼 수 없습니다. 공영방송 KBS도 분석기간 내내 저녁종합뉴스에서 다루지 않았습니다. 오후 12시 뉴스와 오후 11시30분 뉴스에서 보도했으나 주요 의제가 다뤄지는 저녁종합뉴스에선 외면한 것입니다. KBS가 노동문제를 주요 의제로 판단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갑질’ 위주 보도 다수, 보수언론 ‘정쟁화’

7월7일부터 7월12일까지 신문 지면과 방송 저녁종합뉴스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사건 관련 보도를 추린 결과, 총 37건이 확인됐습니다. 보도 내용을 청소노동자 사망 원인인 과로에 대해 보도한 경우 ‘과로’, 서울대학교 관리자 갑질을 보도한 경우 ‘갑질’, 정치 쟁점으로 사안을 보도한 경우 ‘정치쟁점화’,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보도한 경우 ‘노동환경’으로 나눠 어떤 내용이 주로 다뤘는지 살펴봤습니다. 보도에 여러 내용이 등장하는 경우 중복 처리했습니다.

▲ 7월7일부터 12일까지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보도 관련 신문 지면·방송 저녁종합뉴스 보도내용 분석. 그래프&표=민주언론시민연합
▲ 7월7일부터 12일까지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보도 관련 신문 지면·방송 저녁종합뉴스 보도내용 분석. 그래프&표=민주언론시민연합

가장 많이 등장한 보도내용은 20회(54.1%)나 등장한 ‘갑질’입니다. 서울대 관리자가 노동자들에게 행한 업무와 무관한 필기시험, ‘최대한 멋진 차림으로 오라’는 공지 등 구체적 갑질 행위에 보도가 집중된 결과입니다. 반면 노동자 사망원인으로 지목된 ‘과로’ 언급은 7회에 그쳤고, 휴게 공간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을 정도로 열악한 ‘노동환경’ 언급은 2회뿐입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방문 이후 사망사건을 정치화 시킨 ‘정치쟁점화’ 관련 언급 8회와 비교하면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내용이 부족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망원인 침묵하고 ‘영어시험’만 전달한 동아일보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사건 보도는 초기 갑질에 초점을 맞춘 보도가 주를 이루다가 7월 11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서울대학교 기숙사를 방문해 유족을 만난 이후 정치쟁점화에 나서는 보도가 등장합니다. 특히 노동문제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다 이재명 지사 행보를 전하며 정치적인 논란으로 사건을 다룬 보수언론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났습니다. 언론사별 보도내용 분석 결과 동아일보, 조선일보, 매일경제, TV조선은 사망한 청소노동자 ‘과로’ 문제를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노동자 사망 원인보다 ‘기숙사 영어 이름 필기시험’과 같은 선정적 내용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입니다.

▲ 7월7일부터 12일까지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보도 관련 신문 지면·방송 저녁종합뉴스 보도내용 분석. 표&그래프=민주언론시민연합
▲ 7월7일부터 12일까지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보도 관련 신문 지면·방송 저녁종합뉴스 보도내용 분석. 표&그래프=민주언론시민연합

반면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MBC, JTBC, MBN 등 다수 언론은 노동자 사망원인인 ‘과로’ 문제를 전했습니다. 한겨레와 MBC는 2019년 서울대 제2공학관에서 청소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을 언급하며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보도했습니다. 이번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의 근본 원인이 과로와 열악한 노동환경인 만큼 집중 보도했어야 하지만 제대로 다룬 언론은 많지 않았습니다. 이번 사건의 문제점을 제대로 짚는 보도가 적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 과로 관련 내용이 없는 보도는 사건 본질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동아일보 <“서울대, 사망 환경미화원에 영어시험 갑질”>(7월8일 오승준 기자)이 대표적입니다. 동아일보는 제목에서부터 “영어시험 갑질”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본문에서도 “환경미화원 A씨가 평소 업무와 무관한 영어시험을 본 뒤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는 등 서울대 측의 갑질에 시달렸다”며 ‘영어 시험’에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노동자 과로에 대해서는 “힘든 노동강도”라는 유족 의견을 전하는 수준에 그쳤고, 구체적인 노동환경은 제대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청소노동자가 ‘어떻게 사망했는지’는 사라지고, ‘얼마나 황당한 갑질이 있었는지’만 남은 것입니다.

‘과로’ 문제 침묵한 조선일보‧TV조선, 정쟁화 가장 적극

동아일보와 같이 과로 문제는 제대로 다루지 않은 조선일보와 TV조선은 이재명 지사의 유가족 면담 이후 사안을 정치쟁점화 하는데 역량을 쏟았습니다. TV조선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논쟁 가열>(7월11일 고희동 기자)은 “사망 사고를 두고 거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더니 “논쟁에 불을 댕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오늘 서울대를 찾았”다며 면담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어 노동조합과 서울대 측 입장을 나란히 전한 뒤 “마녀사냥 식으로 갑질 프레임이 씌워졌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게 역겹다” 등 일방 주장을 담은 서울대 남성현 기획시설부관장, 구민교 학생처장의 SNS 글을 그대로 전했습니다.

다음날 조선일보에서도 유사한 보도가 반복됐습니다. 조선일보 <정치 논쟁으로 번지는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사건>(7월12일 김윤주 기자)은 제목에서부터 “정치 논쟁”을 언급했고, “청소노동자 사건이 학교·노조 간 진실 공방을 넘어 정치 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재명 지사가 뛰어들며 논란이 커졌”다더니 “유력 대선 주자까지 공격에 나서자, 본격 대응을 자제하던 서울대도 반박에 나섰다”며 서울대 측 주장을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반면 서울대 측 입장에 대한 조선일보와 TV조선의 검증은 없었습니다. 2년 전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청소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지만, 유사한 사건의 재발 여부를 따지는 것 대신 서울대 측 입장 전달에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

한겨레‧노컷뉴스, 노동자 입장·노동환경 다방면 취재

조선일보와 TV조선은 서울대 소속 인물들의 주장을 상세하게 전달했습니다. “노조가 개입해 억지로 산재 인정을 받아내기 위해서 ‘중간 관리자의 갑질’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 “노조 측에서 청소노동자들과 유족을 부추겨 직장 내 갑질이 있다고 사실관계를 왜곡한다” 등 주장입니다. 하지만 조선일보, TV조선과 달리 다른 매체는 해당 발언과 함께 다양한 의견을 담았습니다.

한겨레 <“마녀사냥” “2차 가해”…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논란 증폭>(7월12일 장예지·심우삼 기자)은 조선일보, TV조선과 같이 서울대 구민교 학생처장, 남성현 기획시설부관장의 주장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새벽부터 나와 청소하는 노동자가 죽어 나가는 마당에 사과와 위안을 전하기는커녕 면피할 핑계를 찾는 인식이야말로 이러한 사건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이라는 노동조합 비판을 실었습니다. 노동조합 입장문에 담긴 “오늘 나뭇잎 무늬 옷을 입어서 지적받았다”, “저임금을 받고 일하는데 옷 살 돈을 따로 빼놔야겠다”라는 대화를 소개하며 “구 처장의 반박이 오히려 사실 왜곡”이라는 주장도 전했습니다.

▲ 7월14일, 서울대 기숙사를 찾아 노동 환경을 직접 취재한 노컷뉴스
▲ 7월14일, 서울대 기숙사를 찾아 노동 환경을 직접 취재한 노컷뉴스

노컷뉴스 <르포-청소노동자 떠난 자리… ‘죽음’ 주목하는 서울대생들>(7월14일 임민정 기자)은 7월13일 아침 8시 반, 서울대 기숙사를 직접 찾아 현장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노컷뉴스는 현장에서 마주한 청소노동자는 “100ℓ 분량의 쓰레기봉투 2개, 종이가 담긴 마대자루(특수 규격 봉투) 1개를 수레에 싣고 플라스틱 쓰레기가 담긴 100ℓ짜리 검은색 비닐봉투는 바닥에 끌면서 한 손으로 겨우 수레를 밀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노동자의 노동환경은 “구식 건물이기에 복도에 에어컨 시설이 없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숨이 막혀왔다”는 내용도 전했습니다. 서울대 관계자 발언뿐 아니라 노동자 입장과 노동환경을 직접 취재해 잘 드러냈습니다. 간단한 취재만 하더라도 서울대 측 입장 외에 다양한 내용을 담아낼 수 있던 것입니다.

청소노동자 죽음, 정치 영역에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무엇보다 조선일보, TV조선의 보도는 본질을 외면한 채 정치적인 논란만 부각했습니다. 사회적 약자가 겪는 생존 문제를 외면하고, 특정 진영 정치인의 행동만 따지는 정파적 보도에 몰두한 것입니다. 반면 경향신문 <서로 다른 두 개의 추모… ‘정치의 존재 이유’를 묻다>(7월9일 유정인 기자)는 사회적 약자의 죽음에 무관심한 정치권 현실을 짚었습니다. 경향신문은 “대선 출마의지를 밝힌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상 빈소에는 야권 주자들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몰려 고 최영섭 대령을 추모했다. 반면 휴게실에서 발견된 청소노동자의 죽음 등에는 일부 주자들만 추모 메시지를 냈다”며 노동자 사망에 무관심한 일부 정치권을 지적했습니다.

경향신문은 “대선 정국에서 ‘작아 보이는’ 죽음을 언급한 주자들은 정치의 존재이유를 말했다”며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의 추모글을 전했습니다. 몰상식한 노동환경과 동료 노동자를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은 갑질 행위 부당함을 지적하며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 촉구 등 정치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합니다. 그러나 상식적 대응은 소수 정치인에게서만 나왔다는 점을 비판한 것입니다.

언론이 해야 할 일은 소수자와 약자가 마주하는 어려움을 공론화하고, 해결책 논의를 촉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치적 논란을 부추기는 데 역량을 쏟은 조선일보, TV조선 등에선 상식적인 언론의 역할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사실관계 확인과 논리적 근거 추적 등 언론 역할을 외면해온 조선미디어그룹이 어떤 사안이든 기득권 입장을 대변한다는 걸 보여준 것이기도 합니다.

조선일보 편집에서도 보이는 ‘갑질 의혹’ 외면

▲ 7월12일,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보도와 직장갑질119 직장 갑질실태 조사를 다른 면에 배치한 조선일보
▲ 7월12일,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보도와 직장갑질119 직장 갑질실태 조사를 다른 면에 배치한 조선일보

조선일보가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사건을 정치쟁점화 할 뿐 그 원인에 관심이 크지 않다는 것은 지면 편집에서도 엿보입니다. 조선일보가 청소노동자 사망과 관련해 작성한 유일한 기사 1건은 7월12일 10면에 실렸습니다. 서울대 관계자들 반박이 기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보도인데요. 전면광고가 실린 11면을 넘겨 12면에 <직장인 3명 중 1명 “갑질 당하고 있다”>(곽래건 기자)를 게재했습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천명에게 분기별로 실시하는 갑질 실태조사 결과로 “직장인 3명 중 1명은 ‘갑질’을 당하고 있다”는 요지입니다.

내용은 같지만 경향신문, 한겨레의 지면 편집은 조선일보와 달랐습니다. 경향신문은 <서울대 “노조 갑질 프레임” 반박, 청소노동자 논란 더 키웠다>(7월12일 민서영·조해람 기자) 옆에, 한겨레는 <서울대 관계자들 막말 논란… 노조 “2차 가해” 반발>(7월12일 장예지·심우삼 기자) 아래 해당 기사를 배치했습니다. 이런 편집은 서울대뿐 아니라 상당수 기업에서 여전히 직장 갑질 문제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으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있다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기사를 배치하는 편집 역시 메시지를 전하는 방법입니다. 대개 연관된 내용은 같은 면에 배치합니다. 조선일보는 서울대 노동자 사망사건과 갑질 실태조사 결과를 다른 면에 실었는데요. 청소노동자 사망 기사 아래 초복을 맞아 삼계탕을 사 가는 사람들의 사진, <단맛엔 아삭아삭 초당옥수수 판매 폭증>(7월12일 김충령 기자) 등을 게재했습니다. 유가족이 제기하고, 확인된 갑질도 뒤늦게 보도한 조선일보가 이번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아예 서울대 홍보기사 실은 한국경제

한국경제는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사건이 알려진 7월6일 온라인판 <서울대 청소노동자 숨진 채 발견… 노조 측 “기자회견 진행할 것”>(7월6일 김정호 객원기자)에서 “A씨가 청소를 담당했던 기숙사동은 동료들 사이 업무가 가장 힘든 곳 중 하나로 꼽힌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7월12일까지 총 10건의 온라인판 기사를 발행한 것과 달리 한국경제 지면에서는 관련 내용을 전혀 다루지 않았습니다.

▲ 7월7일,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보도 대신 서울대 홍보성 기사만 보도한 한국경제
▲ 7월7일,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보도 대신 서울대 홍보성 기사만 보도한 한국경제

반면 같은 시기 한국경제 지면에서는 서울대를 홍보하는 기사가 등장했습니다. 7월6일 <서울대·한양대 산학협력 1위… 포스텍은 교육의 질 ‘최우수’>(최만수 기자), 7월7일 <‘SKY 캐슬’ 끄떡없었다>(양길성 기자)는 “산학협력 및 기술상용화 부문에서 1위에 올라 4계단 뛰어오른 종합 2위” 등처럼 서울대에 매우 긍정적인 정보를 실었습니다.

지면에 어떤 기사를 실을 지는 전적으로 언론사 권한입니다. 중요한 이슈를 지면에 담고, 정보가치가 떨어지는 이슈는 지면에서 제외하는 것은 공통으로 적용되는 편집방식입니다. 결국 한국경제는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사건보다 서울대를 홍보할 수 있는 정보가 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사회적 약자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국경제가 서울대 홍보성 정보를 보도하는 사이 다른 언론은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자세하게 전했습니다. 한국일보 <화장실 휴지 상자 뒤 세 뼘 공간… 서울대 청소노동자 쉼터였다>(7월12일 최은서 기자)는 “서울대 관악캠퍼스 관정도서관에선 청소노동자 21명이 건물 내 별도의 휴게시설 없이 근무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실제 청소노동자들은 2층 복도 끝 숨은 공간이나 화장실 내 비품 보관용 칸에 휴지상자를 쌓아 가린 간이 휴식공간을 마련했고, 이마저도 폭이 세 뼘 정도에 불과해 한 사람이 겨우 앉아 쉴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 7월12일, 한국일보가 보도한 서울대 청소노동자 휴게공간 모습
▲ 7월12일, 한국일보가 보도한 서울대 청소노동자 휴게공간 모습

한겨레는 엄치용 미국 코넬대 연구원 기고로 청소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 필요성을 짚었습니다. 엄 연구원은 <왜냐면-내가 만난 청소노동자>(7월12일)를 통해 코넬대에서 마주한 청소노동자 일화를 소개했고, 청소노동자 노동이 연구와도 연결된다며 “연구를 하는데 이분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쥐똥만 치우는 청소부가 아니라 우리는 함께 연구하는 동료”라고 표현했습니다.

이어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사건을 언급하며 “건물청소를 담당하는 노동자의 대부분은 여성이다. 이들은 거의 최저임금에 가까운 급여를 받는다”, “일거리가 늘어나면 노동의 강도는 높아지고, 임금은 오르지 않는 구조”라며 청소노동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더불어 “휴게실은 대부분 건물 지하의 햇빛이 들지 않는, 냉난방의 사각지대인 경우가 많다”며 휴게환경 문제도 덧붙였습니다.

엄 연구원은 “청소노동자 대부분은 고용불안이라는 커다란 장애물로 인해 저임금, 부당한 갑질, 그리고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도 그들의 권리를 제대로 표출하지도 못한다”며 공동체가 문제를 함께 인식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회적 약자 시각에서 바라본 접근이었습니다. 그러나 언론의 기본역할인 ‘약자 대변’ 보도를 찾아보긴 힘들었습니다.

‘일하다 죽지 않음’ 넘어 ‘인간답게 일하는 환경’을 향해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사건 보도에서 확인된 특징은 과거와 달리 노동자 사망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다소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2019년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 사망 이후 산업재해 사망사고에 대한 언론의 인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하지만 마냥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여전히 노동자 사망사고를 외면하는 언론이 존재하고, 사망사고를 정치쟁점화 하는 보수언론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다루는 언론의 시각이 ‘일하다 죽지 않음’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점도 개선돼야 합니다. 이번 청소노동자 사망 배경에는 한 명의 노동자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노동환경과 제대로 된 휴게공간조차 마련되지 않은 구조가 있습니다. ‘인간답게 일하는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여기에 업무와 무관한 시험요구 등 갑질이 더해져 청소노동자들은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을 모두 견뎌내야 했습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인간답게 일하는 환경’을 보장받지 못한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언론이 약자의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보지 못한다면 노동자들은 일하다 죽음을 맞아야 겨우 보도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일하다 죽지 않음’이 당연한 명제임을 언론이 받아들였듯 이제는 ‘인간답게 일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한발짝 더 나아간 노동보도를 할 때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1년 7월7~12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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