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 발행인들이 모여 만든 단체인 한국신문협회(회장 홍준호 조선일보 발행인)가 16일자 신문협회보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의 징벌적 손배제 도입 등을 담은 언론 관련 법안을 가리켜 “해도 너무한 여당 발의 언론 증오법”이라고 비난하며 두 정당이 발의한 법안 중 “7대 독소 조항”을 발표했다. 신문협회는 “언론 자유를 옥죄는 것을 넘어 언론을 증오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여당발(發) 입법 실태를 알리려 한다”며 취지를 밝혔다. 

신문협회는 우선 김용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 제30조의2 제②항을 가리켜 “언론에 징벌적 손배제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허위·조작보도에 따른 피해 금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손해범위를 ‘5000만원 이상 1억원 이하’로 한정하고 있다”면서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의 심각한 정도와 상관없이 손해 범위를 획일적으로 규정한 조항”이라고 비판했다. 협회는 “보도로 인한 피해는 △재산상 손해 △인격권 침해 △정신적 고통 등에 비춰 판사가 손해배상액을 결정한다”며 “이 조항은 법원의 판단을 무력화하려는 독소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개정안 제30조의4(고의·중과실의 추정)와 제30조의5(면책규정)를 두고서도 “원고의 입증 책임을 완화하고 언론에 과실이 아니라는 입증 책임을 지운다. 면책 규정은 ‘법률 위반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진위 여부에 대한 검증절차를 충분히 거친 경우’ 두 가지로 제한했다”면서 “규정이 자의적이고 모호해 명확성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언론사가 ‘정정보도 청구’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확정판결 전까지 무죄 추정을 원칙으로 삼고 있는 헌법 정신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개정안 제30조의3(제목에 대한 독립적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기사 제목으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 조항은 ①제목과 기사 내용을 다르게 한 경우 ②제목과 기사 내용을 조합하여 새로운 사실을 구성하는 경우 ③제목을 통한 명예훼손 또는 인격권 침해가 있는 경우 등 기사 제목으로 인해 피해 발생 시 본문과 독립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인격권 침해 등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는데도 기사 제목과 내용이 다르다는 등의 이유만으로 언론사가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신문협회는 언론중재위원회를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의 언론위원회로 변경(제7조 언론위원회의 설치)하고 구제신청이 이뤄지면 언론위원회는 침해행위를 판정해 시정명령 내지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최강욱 의원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위원회를 정부 소속 기관으로 바꿔 조정·중재를 중심으로 피해를 구제해오던 현행 언론중재법과 언론중재위원회의 입법·설립 목적의 근간을 허무는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독립적 중재기관으로 존립해온 언론중재위 본연의 기능은 약화되고 행정부 소속 심판기구로 변질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언론사에 마이너스 바우처를 지급할 수 있는 ‘국민참여를 통한 언론 영향력 평가제도의 운영에 관한 법률안’(미디어바우처법) 제7조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김승원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국민이 바우처로 언론사 또는 기사를 평가해 그 결과로 다음 해 정부광고비를 지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마이너스 바우처를 받는 만큼 미디어바우처가 환수된다. 협회는 “마이너스 바우처는 신뢰할 수 없는 언론에 벌점을 부과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정치성향이나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 특정 언론에 바우처를 제공하는 행위를 저지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의 정확한 유통부수 산정을 위해 신문에 바코드를 삽입해 인쇄하도록 한 이병훈 의원의 신문법 개정안 신설조항(제21조의2)에 대해서는 “인쇄시장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반대했다. 협회는 “개정안의 제안 취지처럼 유료부수 파악을 위해 독자정보 등이 담긴 고유한 바코드를 신문에 인쇄하려면 ‘신문 1부 인쇄→윤전기 정지 후 새로운 독자 정보 입력→신문 1부 인쇄’를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면서 “시간당 6만 부~8만 부를 인쇄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거의 모든 상품에 바코드가 있지만, 한국 신문에는 바코드가 없다.  

이병훈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부광고법 개정안 제7조의2를 두고서는 “신문의 발행 및 유가 판매 부수 검증을 위해 문체부 장관이 공무원으로 하여금 지국에 정기적인 현장 조사를 실시할 수 있게 한 조항”이라며 “정부가 민간 영역인 부수공사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협회는 “문체부 말대로 ABC협회가 발표하는 유가부수 등의 통계를 믿지 못하겠다면 이를 활용하지 않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 움직임이 국회에서 속도를 내는 가운데 신문협회의 “언론 증오법” 반대 목소리도 신문지면을 통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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