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청자위원회가 천안함을 다룬 PD수첩이 보수·진보를 막론한 정치권 정쟁에 희생된 생존자들을 조명했다며 호평했다. 다만 방송 자체로는 천안함의 실체에 다가가는 데 한계가 있었다면서 지속적인 취재를 당부했다.

지난달 15일 MBC ‘PD수첩-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편은 최원일 당시 천안함 함장의 비망록을 토대로 천안함 사건을 재조명했다. 최 전 함장과 생존자들은 어뢰 공격 가능성에 대한 보고가 묵살됐고, 군 수뇌부는 ‘경계 실패’를 이유로 승조원들에게 책임을 돌렸으며, 지방선거를 앞둔 이명박 정부가 급하게 원인을 ‘북한 소행’으로 돌리면서 진실이 묻히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PD수첩은 천안함 관련 ‘좌초설’ ‘이스라엘 잠수함 충돌설’ 등의 명확한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달 17일 시청자위원회 회의에서 김윤미 위원은 “보수정권과 진보정권이 편의에 의해서 희생자들을 이용해 왔고 정확한 실체는 밝히지 않은 채 이용만 했다”고 밝혔다.

▲6월15일 MBC PD수첩 1292회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갈무리
▲천안함 침몰 당시 함장을 맡았던 최원일 전 함장. 사진=6월15일 MBC 'PD수첩-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갈무리

김 위원은 “(천안함 사건을) 북한이 일으킨 것인지, 아니면 저절로 침몰한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미국이 관련된 것인지. 여러 가지 음모론 속에서 실체를 들여다보지 않게 만들어서 외면하고만 있었다. 그런데 그 안에 생존자들이 있었고 생존자들이 진실을 이야기하려 할 때 군 수뇌부에서 그들을 어떤 식으로 유린하고 또는 무능함을 감추려 했는지에 대해 적나라하게 방송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천안함 생존자 입장에서의 방송이 무척 필요했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의미를 짚었다.

그러나 김 위원은 “아쉬운 점은 그럼 진짜 천안함의 실체는 무엇인가하는 것”이라면서 “다음엔 천안함의 진실에 대해 다시 한번 다뤄주면 어떨까 하는 소망이 있다”고 했다.

이광이 위원도 “방송 시작할 때 국민들의 천안함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인가, 어떤 사건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개괄하고 본론에 들어갔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현 정부와 지난 정부의 차이점과 앞으로 현 정부가 풀어가야 할 숙제는 무엇인지에 대한 부분은 후속 보도가 계속 나와야 할 것 같다”고 당부했다.

신혜경 위원장은 이날 “생존 장병들의 인터뷰를 듣는 게 호소력 있었고 방송의 취지에도 적절했다”고 밝힌 뒤 “다음번에는 좀 더 심층적인 기획보도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더했다.

▲6월15일 MBC PD수첩 1292회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갈무리
▲어뢰피격 보고가 누락된 정황을 설명하는 MBC 'PD수첩' 진행자 서정문 PD(왼쪽)와 전종환 아나운서. 사진=6월15일 MBC 'PD수첩-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갈무리

이에 유해진 MBC 시사교양본부장은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은 최근에 제작한 ‘PD수첩’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방송이었다”면서 방송의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천안함 사건은 우리 사회에 진보, 보수 간의 받아들이는 방식에서 있어서 극단적일 수 있기에 이 시점에 왜 이 사안을 방송하는가에 대해 제작진이 해명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고 새로운 사실이 등장했느냐는 부분도 설명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제작진이 정말 풍부하게 취재해서 좋은 방송을 했다고 생각했다”고 자평했다.

PD수첩 스스로도 과학적이거나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도 이어갔다. 먼저 어뢰 관련 현장 보고의 누락 관련해 “당사자들이 군사기밀 이유로 정보를 제작진에게 공개하지 않아서 정황적으로는 접근했지만 본질을 추적하는 데는 아쉽고 미흡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미군과 공동작전 중이던 이스라엘 잠수함이 천안함과 충돌했다는 이른바 ‘이스라엘 잠수함 충돌설’ 에 대해선 “시간적으로 축약하다보니 허술하게 담길 수밖에 없었다”며 “그럼에도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최초로 공식적 답변을 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PD수첩은 방송에서 “이스라엘 군함과 해당 사건 사이에는 어떠한 연관도 없다. 이스라엘 해군 작전활동 중의 군함 위치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다”는 이스라엘 방위군 대변인 답변을 전한 바 있다.

▲6월15일 MBC PD수첩 1292회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갈무리
▲2010년 4월 MBC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천안함 침몰 관련 입장. 사진=6월15일 MBC 'PD수첩-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갈무리

아울러 유 본부장은 “이명박 정부가 북한 관련설을 극도로 자제하다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한 소행으로 급선회한 것도, 그런 정황들을 알아보려고 했지만 결국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이 부분에 대해 함구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확하게 본질을 포착하지는 못한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유 본부장은 이날 “생존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이 사안을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잘못 다루고 있는지 정치적으로 이용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하면서 이 방송이 천안함이라는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 첫발을 뗀 유의미한 방송이라고 생각한다”며 “시간은 걸리겠지만 차후의 남은 과제들은 무거운 숙제로 남겨 충실히 취재해서 시행하리라고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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