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언론인들이 ‘뉴스’가 됐다. 조선일보, TV조선, 중앙일보 등 전현직 언론인들이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고, 그 중심에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전 윤석열 캠프 대변인)이 있다. MBC 기자들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씨의 과거 논문 지도교수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경찰을 사칭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전현직 언론인 사건을 언론사들은 어떻게 보도했을까.

‘여권 공작설’에 침묵 깬 TV조선

‘전현직 언론인 금품수수 사건’에 있어 가장 대조적 보도 경향을 보인 방송사는 MBC와 TV조선이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5일까지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에서 관련 리포트를 10건 보도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안을 조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TV조선은 같은 기간  메인뉴스 ‘뉴스9’에서 3건 보도하는 데 그쳤다.

보도 시기 별로 분류해보면 두 언론사 보도가 더욱 대조적으로 나타난다. 이동훈 전 논설위원의 금품수수 입건 사실이 보도된 지난달 30일 MBC ‘뉴스데스크’는 3개 리포트를 내며 사안을 조명했다. 이동훈 전 논설위원뿐 아니라 엄성섭 TV조선 앵커 연루 사실도 비중 있게 다뤘고, 윤 전 총장이 이를 알았을 가능성에 대한 대담도 이어갔다.

▲ MBC 뉴스데스크 보도 갈무리
▲ MBC 뉴스데스크 보도 갈무리
▲ TV조선 뉴스9 보도 갈무리
▲ TV조선 뉴스9 보도 갈무리

반면 TV조선은 ‘금품수수 입건’에는 침묵을 지켰다. 지난달 30일부터 7월12일까지 보름 가까운 기간 동안 TV조선 ‘뉴스9’에서 이동훈이라는 이름이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다 13일 급작스럽게 보도를 시작했다. 이동훈 전 논설위원이 여권 인사가 “‘Y(윤석열)를 치고 우리를 도우면 없던 일로 만들어주겠다”는 발언을 했다며 ‘여권 공작설’을 주장한 날이다. 다음날 TV조선은 윤 전 총장이 여권 공작설에 힘을 싣는 발언을 한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MBC와 TV조선은 이동훈 전 논설위원을 부르는 호칭에도 차이가 있었다. MBC ‘뉴스데스크’는 이동훈 전 논설위원을 가리켜 ‘조선일보 전 논설위원’이라고 언급하고 자막에도 이 표현을 썼다. 반면 TV조선 ‘뉴스9’은 ‘윤석열 캠프 전 대변인’이라는 직함만 언급하고 ‘조선일보 논설위원’이었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 MBC 뉴스데스크의 이동훈 전 논설위원 호칭
▲ MBC 뉴스데스크는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라고 표기했다.
▲ TV조선 뉴스9은 이동훈 '윤석열 캠프 전 대변인'으로 표기했다.
▲ TV조선 뉴스9은 이동훈 '전 윤석열 캠프 대변인'으로 표기했다.

조선일보 지면 보도 경향도 비슷했다. 이동훈 키워드가 들어간 지면 기사를 집계한 결과 조선일보는 같은 기간 지면을 통해 3건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는 각각 9건씩 보도한 한겨레, 경향신문, 동아일보는 물론 중앙일보(4건)보다 적었다.

조선일보는 침묵을 지키다 7월8일 박영수 특검 사의 표명 소식을 다루며 이동훈, 엄성섭 등 조선미디어그룹 관계자의 입건 사실을 처음 언급했다. 이어 14일과 15일에는 “윤석열 전 대변인 이동훈 ‘여권 인사, Y치자고 회유’” “여권 인사 ‘Y치자’ 이동훈 주장에 윤 ‘없는 말 지어낸 사람이 아니다’” 등 ‘여권 공작설’에 주목했다. 

▲ MBC와 TV조선 메인뉴스의 '이동훈' 키워드가 들어간 뉴스 리포트 추이 비교
▲ MBC와 TV조선 메인뉴스의 '이동훈' 키워드가 들어간 뉴스 리포트 추이 비교
▲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이동훈' 키워드가 들어간 지면 보도 추이
▲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이동훈' 키워드가 들어간 지면 보도 추이

‘여권 공작’ 주장에 엇갈린 평가

‘여권 공작설’은 폭로가 나왔지만 아직까지 실체가 분명히 드러나지는 않은 상황이다. 언론은 이 발언 신빙성 여부를 두고 판단이 엇갈렸다. 

문화일보는 지난 14일 “이번엔 ‘Y치면 없던 일’ 윤 겨냥 선거공작 본격화하나” 사설을 내고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의 폭로는 충격적”이라며 “선거공작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했다. 폭로가 사실일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다. 그러면서 문화일보는 “선거 민의를 왜곡할 정치 공작은 민주주의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싹부터 잘라내야 한다”며 수사를 주문했다.

반면 한겨레는 15일 “정치공작 주장 이동훈, 근거 뭔지 분명히 밝혀야” 사설을 통해 이동훈 전 논설위원이 자신을 회유한 여권 인사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며 “갑자기 정치공작을 주장하고 나섰으니 그 주장의 진위와 배경을 두고 의구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급작스러운 폭로인 데다 ‘여권 인사’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아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방송에서는 TV조선 ‘뉴스9’이 이동훈 전 논설위원과 윤 전 총장 측 주장을 비중 있게 전하는 리포트를 낸 데 반해 MBC ‘뉴스데스크’는 이 전 논설위원 주장을 전한 뒤 ‘정참시’ 코너를 통해 공작설에 대한 근거가 불분명한 점, 윤 전 총장이 이 전 논설위원을 두둔하는 근거도 불분명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리포트 이름은 “뜬금없는 ‘이동훈 공작설’...윤석열이 두둔한 근거는?”이다. 

MBC 경찰 사칭 사건 보도 채널A·TV조선 적극적

MBC가 윤석열 전 총장의 아내 김건희씨의 논문 지도교수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경찰을 사칭한 사실이 드러났다. 윤 전 총장은 10일 해당 기자를 고발했다. MBC 행위는 취재 윤리 위반에 법적 문제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사안에 대한 방송 메인뉴스 보도량을 살펴본 결과 채널A ‘뉴스A’가 5건을 보도해 가장 많은 보도량을 보였다. 채널A 뉴스A는 MBC 취재 방식 문제와 윤 전 총장의 법적 대응,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의 옹호 발언 논란 등을 보도했다. TV조선은 메인뉴스를 통해 3건 보도했다. 

▲ MBC 기자 사칭사건을 다룬 방송사 메인뉴스 보도량 비교
▲ MBC 기자 사칭사건을 다룬 방송사 메인뉴스 보도량 비교

일례로 TV조선은 주말 메인뉴스 ‘뉴스7’ 대담을 통해 “강요미수 혐의만으로 구속됐던 채널A 이모 기자 사건과 비교되고 있다”며 “공무원자격사칭죄에 따르면 혐의가 인정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7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2002년 한 방송사 PD의 경우 검사를 사칭해 성남시장을 인터뷰한 혐의로 구속된 적도 있다”며 중한 범죄라는 사실을 부각했다. 채널A는 ‘여랑야랑’ 코너에서 김의겸 의원의 두둔 발언을 언급하며 “김 의원 기자 시절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현재 사칭은 김 의원 주장처럼 ‘흔한 일’은 결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SBS와 JTBC는 메인뉴스를 통해 각각 2건씩 보도했고 당사자인 MBC는 사과방송 1건을 통해 이 사안을 다뤘다. KBS는 메인뉴스를 통해 이 사안을 다루지 않았다. 

▲ 채널A와 TV조선 메인뉴스 보도 갈무리
▲ 채널A와 TV조선 메인뉴스 보도 갈무리

신문 지면의 경우 조선일보가 3건,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각각 2건씩 기사를 냈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내고 “정권 편향 방송의 야권 대선 주자 공격은 정상적 검증을 넘어 언론 궤도의 이탈로 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MBC 기자를 두둔하는 과정에서 신분 속이기가 흔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한겨레 출신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을 비판하는 칼럼 1건을 썼다. 경향신문은 관련 사안을 다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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