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임기가 끝나는 정찬형 YTN 사장이 사내에 과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관한 일부 의혹 보도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을 남겨 사내 안팎 이목이 모였다.

특히 정 사장은 노사가 참여하는 YTN 공정방송추진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해달라고 밝혔는데, 노조(언론노조 YTN지부) 측 YTN 공정방송추진위원장은 “사장이 공방위 안건을 직접 꺼낸 것은 부당한 압력”이라고 비판했다.

정 사장은 지난 5일 ‘사장 제언’을 통해 “다음주 편성개편을 앞두고 있다. ‘시청자 기대에 부응하는 뉴스’로 경쟁사에 압도적 우위를 굳히자”며 “이를 통해 신뢰도를 높이고 매출 상승으로 이어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장 제언은 YTN 보도 뉴스 등에 대한 정 사장 생각과 발언을 정리한 글로 사내 게시판에 공개된다.

정 사장은 이날 제언 말미에 “성찰과 쇄신을 멈추면 퇴보할 수밖에 없다”면서 “언론이 ‘조국펀드’로 몰아갔던 사모펀드와 관련해 대법원은 권력형 비리로 인정하지 않았고 정경심 교수의 공모 혐의도 무죄로 결론 내렸다. 당시 보도를 성찰하고 되짚어 볼 중요한 계기가 생겼다”고 밝혔다.

▲ 정찬형 YTN 대표이사 사장. 사진=김도연 기자.
▲ 정찬형 YTN 대표이사 사장. 사진=김도연 기자.

정 사장은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고민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주일 뒤인 12일에도 “무엇보다 성찰과 반성을 조직의 시스템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정경심 교수의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 대법원이 권력형 비리가 아니라고 판결한 뒤 언론의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이어 “언론사들이 상대적인 비교를 핑계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YTN도 잘못이 있었다면 당당하게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면서 “공정 보도를 논의하는 공방위에서도 이 문제를 함께 논의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YTN 한 관계자는 정 사장의 제언에 “방점은 성찰과 반성에 찍힌 것”이라며 “언론이 스스로의 잘못에는 인색하다는 점에서 YTN은 달라야 한다는 걸 강조한 것”이라고 전했다.

방송사 사장이 특정 보도에 논평을 남기고 사내 공정 보도 기구에 논의 안건을 제안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한 방송사 고위 관계자는 “통상 공방위는 취재 기자나 PD들이 간부나 사장의 비위나 불공정 보도 행태를 견제·비판하기 위한 기구인데 사장이 공방위를 제안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자사 보도의 반성과 성찰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장 제언이 도리어 보도·제작 자율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제언이라는 명분 아래 사장이 보도에 개입하는 창구가 될 수 있어서다. 

노조 측인 장아영 YTN 공정방송추진위원장은 14일 통화에서 “사장이 공방위 안건을 직접 이야기하는 것은 제안이라고 볼 수 없으며 부당한 압력과 다르지 않다”며 “공정성 보장 제도인 노사 공방위에 대한 사장의 인식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조국 펀드’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달부터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씨가 지난달 30일 대법원에서 사모펀드 관련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뒤 조 전 장관은 ‘조국 펀드’는 허위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제기했다.

조 전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사건은 조 전 장관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권력형 범죄’였다는 게 검찰의 논리였다. 그러나 대법원이 “권력형 범죄가 아니다”라는 2심 재판부 판결에 판단을 내리지 않고 마무리되면서 검찰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조국펀드’를 주장해온 김경율 회계사(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는 “조국의 배우자 정경심은 기존 1심에서 사모펀드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금융실명제법 위반, 범죄수익은닉법 등을 위반했다는 판단이 있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라며 “(조 전 장관이) 5촌 조카 조범동의 재판 과정에서 일부 무혐의된 사실을 갖고 ‘대법원에서 정경심씨가 사모펀드 관련 무죄판결을 받았다’는 허위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조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교수는 지난해 12월 1심 법원에서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관련 혐의가 인정돼 징역 4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정 교수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혐의(자본시장법 및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차명계좌를 통해 금융거래한 혐의(금융실명거래법 위반) 등에서 일부 유죄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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