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이 방송을 보기 위해 방송사에 내는 돈은 TV수신료 뿐일까?

정답은 ‘아니다’다. 시청자들이 통신3사의 IPTV와 딜라이브, 티브로드 등 케이블 SO에 낸 요금 가운데 일부가 방송사에 채널 제공 대가로 배분된다. 이 비용을 지상파는 ‘재송신 수수료’, 종편 등 유료방송채널은 ‘프로그램 제공 대가’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IPTV에 월 요금 1만 원을 낸다면 이 가운데 400~500원 가량을 KBS가 재송신료로 가져가고 있다.

매년 방송통신위원회가 발간하는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을 전수조사해 종합한 결과 2020년 지상파3사와 종편은 가장 많은 채널 제공 대가를 받았다. 인상 폭은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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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수신료, 지상파 6배 종편 4배 급증

2012년 지상파3사가 유료방송과 분쟁을 벌이며 재송신 수수료를 본격적으로 받은 이후 9년 간 관련 매출액은 6배 이상 급증했다. KBS(2TV 기준)는 2012년 208억 원을 재송신 수수료로 받았는데, 2020년에는 1234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KBS가 받은 수신료 6790억 원에 비해 적지 않은 수치로 사실상 ‘이중납부’라는 지적도 있다.

MBC의 경우 같은 기간 146억 원에서 975억 원으로, SBS의 경우 123억 원에서 964억 원으로 늘었다. KBS는 전국 권역이고, MBC와 SBS는 지역 계열사 및 제휴 방송사를 포함하지 않아 KBS보다 액수가 적다.

한때 미미했던 종편의 프로그램 제공 대가도 급증하는 추세다. 2013년 종편 4사의 프로그램 제공 대가는 방송사당 70억~80억원 수준이었으나 2020년에는 JTBC 351억 원, MBN 306억 원, TV조선 304억 원, 채널A 296억 원을 기록했다.

▲ 주요 방송사 채널 제공 대가 수입. 자료=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
▲ 주요 방송사 채널 제공 대가 수입. 자료=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

현재 종편의 프로그램 제공 대가는 지상파의 3분의 1 수준인데, 종편 가운데서도 시청률이 높고 인기 프로그램을 다수 보유한 JTBC와 TV조선은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 방송사들도 ‘콘텐츠 제값 받기’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높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지상파는 3사가 공동협상을 했고, 종편은 관행적으로 4사를 비슷한 수준으로 계약해왔는데 채널 간 영향력이 벌어지면서 영향력 높은 채널이 추가 인상을 요구하는 분위기”라며 “최근 CJENM과 통신3사가 채널 대가 등을 두고 갈등을 표출했는데, 다른 방송사로 옮겨붙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줄어든 지상파 광고, 바닥이 없다

방송사들이 재송신 수수료와 프로그램 제공 대가에 목을 매는 데는 반등의 여지가 없는 ‘방송광고 시장’의 대안을 찾는 면이 강하다.

제일기획이 발표한 총광고비 조사 19년치를 종합한 결과 2020년 지상파 광고시장은 1조1369억 원으로 2002년(2조7452억 원)에 비해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지상파 광고 시장은 2015년 신문잡지 광고 시장에 역전됐고, 2016년에는 모바일 광고 시장에 역전됐다. 특히, 모바일 광고 시장은 극적인 성장을 거듭해 2020년 3조8558억 원을 기록, 지상파 광고시장의 3배 이상의 규모가 됐다. 전체 방송 광고 시장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지만 CJENM과 종편4사의 성장으로 지상파의 파이가 줄어들었다. 

▲ 전체 광고시장 매출 추이. 자료=제일기획 총광고비조사
▲ 전체 광고시장 매출 추이. 자료=제일기획 총광고비조사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나타난 방송사별 매출을 확인해보면 2020년 지상파 3사 모두 광고매출이 연 2000억 원 대로 주저앉아 최저치를 경신했다. 종편의 경우 JTBC가 지상파 방송사에 근접한 광고 매출을 보였으나, 2018년 2473억 원을 기록한 이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지난해 ‘트로트 열풍’을 이끈 TV조선은 광고 매출이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넘어섰다. 다만 경영 측면에서 JTBC는 드라마 등에 적극 투자하면서 195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반면 사업 등에 연계한 TV조선은 589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종편 출범 이후 최대규모 흑자다. 

2021년 지상파 중간광고가 도입됐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지상파 중간광고가 효과가 있다고 보던 시기는 2014년 정도”라며 “이미 시기가 지났고, 다수 프로그램에서 PCM(꼼수 중간광고)을 해오던 상황이라 줄어든 광고를 일부 만회하는 수준일 뿐 반등하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 

▲ 지상파 3사와 종편 4사 광고매출 추이
▲ 지상파 3사와 종편 4사 광고매출 추이. 자료=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

종편은 ‘협찬’을 좋아해

종편의 경우 JTBC를 제외한 3사가 ‘광고’와 ‘협찬’이 비슷한 비중인 기형적인 매출 구조를 보이고 있다. 

지상파 3사와 JTBC의 경우 협찬 매출 규모가 광고 매출에 비해 3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반면 종편 3사에서는 협찬 매출이 광고 매출과 비슷한 규모다. 지난해 TV조선은 광고매출 1071억 원·협찬매출 822억 원을 기록했으며 채널A는 광고매출 592억 원·협찬매출 489억 원을 기록했다. MBN 역시 광고매출 675억 원·협찬매출 435억 원을 기록했다.

▲ 주요 방송사 2020년 광고 및 협찬매출
▲ 주요 방송사 2020년 광고 및 협찬매출

협찬은 간접광고와 달리 방송사가 광고주와 직거래할 수 있고 허용범위와 시간 등이 방송법에 규정되지 않아 규제의 사각지대로 꼽힌다. MBN은 보도프로그램에서 정부기관을 홍보하고, 협찬을 받은 대가로 재방송을 내보내는 등 불법적인 협찬영업으로 방통위로부터 과태료를 부과받기도 했다. 종편 ‘건강 프로그램’에서 이뤄지는 홈쇼핑 연계편성 역시 협찬으로 제작된 것이다. 18~20대 국회에서는 협찬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거나 협찬 개념 자체를 폐지하는 법안이 발의됐으나 기간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KBS 수신료 수입 매년 늘어난 이유는?

최근 수신료 인상을 추진해온 KBS는 지난 15년 동안 방송매출 구조가 판이하게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KBS의 매출 비중은 광고 51.2%, 수신료 41.1%로 광고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2020년 KBS 매출 가운데 광고 비율은 17%에 그쳤고, 수신료 비중이 49.8%에 달했다. 이는 KBS의 광고 매출이 급감한 영향이다. 2005년에는 없던 재송신 수수료로 인한 매출이 2020년 들어 9.1%를 기록하기도 했다. 

▲ 2005년과 2020년 KBS 매출 비중 비교
▲ 2005년과 2020년 KBS 매출 비중 비교

한편 TV수신료가 2500원으로 ‘동결’됐지만 매년 징수 대상 가구가 늘면서 KBS 수신료는 매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KBS 수신료 수입은 5304억 원 규모였으나 2014년 6000억을 넘어섰고, 2020년 6790억 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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