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동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합의했다가 100분만에 일부 수정하는가 하면, 김기현 원내대표는 아예 합의했다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 번복 논란에 휩싸였다.

100분 만에 번복했다고 해서 100분대표냐는 비유도 나왔고, 발표 사항을 수정할 거면 애초부터 발표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면서 이준석 리스크까지 거론됐다.

첫 발언과 이후 입장은 어떻게 달라졌나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12일 저녁 8시경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과 양당 대표의 회동후 합의사항을 설명하면서 “두번째는 현재까지 검토 안에서 훨씬 상향된, 소상공인 지원을 두텁게 하자,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결정하고 지급 시기는 방역상황을 봐서 결정하는 것으로 했다”고 밝혔다. 황보 수석대변인은 “80% 지급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데,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를 오늘 합의를 하신거 같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의힘에서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에 다소 부정적이지 않았느냐는 기자 질의에 황보 수석대변인은 “그래서 전제로 한 것이 현재까지 검토된 안에 비해 훨씬 더 개선된, 소상공인들에게 더 두텁게 지원하는 방법도 함께 모색하는걸로 합의한 걸로 안다”고 답했다.

이후 대부분의 매체에서 전국민재난지원금 합의라는 보도가 쏟아지자 국민의힘은 부랴부랴 입장을 다시 냈다.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이 이날 저녁 9시40분에 내놓은 공지를 통해 “첫째, 손실을 입은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대상과 보상범위를 넓히고 두텁게 충분히 지원하는데 우선적으로 추경재원을 활용하자는 것”이라며 “둘째 그 후 만약 남는 재원이 있을시에 재난지원금 지급대상범위를 소득하위 80프로에서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것까지 포함하여 방역상황을 고려해 필요여부를 검토하자는 취지로 합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남는게 있을 경우’ ‘필요여부를 검토하자는 취지로’ 등의 표현이 등장하면서 다소 후퇴한 인상을 줬다. 이런 탓에 100분만에 번복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2월 저녁 여의도 CCMM빌딩에 위치한 운산에서 회동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2월 저녁 여의도 CCMM빌딩에 위치한 운산에서 회동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김도읍 의원도 13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당대표 합의 내용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대상 범위를 넓히고 두텁게 지원 우선 추경활용하고 이후 남는 재원 있을시 재난지원금 대상 범위를 전국민 확대 검토 취지”라고 말했다.

문제는 김기현 원내대표가 아예 그런 합의를 했다는 게 사실이 아니라고 얘기한 데 있었다. 김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나와 기자들의 질의에 사전에 이 대표와 상의하지도 않았으며 “전국민에 (재난지원금을) 지원한다고 합의했다는 사실 자체가 팩트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종전과 똑같은 (선별지급) 입장을 갖고 추경 심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합의사항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주장이다.

이밖에 당내에서 윤희숙, 홍준표, 조해진, 김태흠 의원 등이 잇달아 반대하고 나섰다.

“100분 대표, 탱자 대표냐”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여야 당 대표의 ‘재난지원금 지급 합의’를 국민의힘이 100분 만에 번복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국민들의 삶에 직결되는 문제에 대해 여야 대표 간의 정치적 합의가 이렇게 가벼워서야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준석 대표와 국민의힘에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며 “이준석 대표는 100분 만에 말 뒤집는 ‘100분 대표’, 귤 맛을 잃어버리는 ‘탱자 대표’가 되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홍정민 이재명 대선 경선후보 캠프 대변인은 이날 오후 내놓은 논평에서 “국민의힘은 어제 양당 대표 회동을 앞두고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사전에 정리했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합의를 파기한 것이라면, 전국민재난지원금을 불필요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고, 국민 보다 내부의 몇몇 의원들을 더 무서워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홍 대변인은 “조건부였다는 변명은 했지만, 조건부였다면 애초에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의 공식 발표도 있어서는 안됐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2일 만찬 회동을 마친 후 회동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 송영길 대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황보승희 수석대변인.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2일 만찬 회동을 마친 후 회동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 송영길 대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황보승희 수석대변인. ⓒ연합뉴스

 

이준석 대표는 12일 밤 추가 입장을 낸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강화된 방역수칙에 따라 배석자 없이 진행된 회동의 특성상 브리핑 내용으로 합의내용이 충분히 설명이 되기 어려웠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다만 그는 소상공인 지원확대 후 재난지원금을 90%에서 100%로 늘리는 것을 검토한다는 것에는 자신이 동의했다고 썼다.

이에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은 번복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황보 수석대변인은 13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처음 (발표한) 내 워딩(말)과 달라진 게 없다”며 “소상공인에 두터운 지급을 ‘전제로’라는 설명은 없었지만, 추후엔 그것도 언급했다.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사실이며 내용이 달라지거나 철회된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가 사실이 아니라는 김기현 원내대표의 언급에 황보 수석대변인은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 지는 모르겠다”며 “결국 재원확보의 문제가 있는데, 많은 협의과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내부에 소상공인 확대 지원 ‘전제’로 한 것이라고 설명을 드렸다”고도 했다.

이준석 대표의 리스크가 아니냐는 지적을 두고 황보 수석대변인은 “정상회담 하듯이 미리 정리된 답을 갖고 가서 발표만 하는 회동이 아니다”라며 “대화 과정에서 ‘소상공인을 두텁게 하자’고 제시하자 송 대표가 공감했고, ‘80% 지급의 경우 행정비용도 많고, 80% 지급이나 전국민지급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해서 이 대표가 이를 수용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 여야 합의발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노컷브이 갈무리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 여야 합의발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노컷브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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