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상반기에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절대강자는 ‘넷플릭스’다. 그러나 ‘넷플릭스’만이 절대적 위상을 유지하지 않을 가능성도 확인됐다. 

닐슨코리안클릭의 모바일 OTT 월간 순방문자수(MAU) 분석에 다르면 넷플릭스의 MAU는 지난 1월 역대 최고치인 899만3785명을 달성한 이래 수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2월 878만명대, 3월 823만명대, 4월 808만명대에 이어 5월엔 791만명까지 하락했다. 5개월 만에 100만명대가 빠져나간 셈이다.

같은 기간 소위 ‘토종 OTT’로 불리는 국내 기반 OTT는 약진하는 양상이다. 5월 기준 MAU는 지상파3사·SK텔레콤 합작사인 ‘웨이브’가 374만명대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고, CJ ENM과 JTBC가 합작한 ‘티빙’은 334만명대로 CJ ENM에서 독립한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여전히 절대적인 규모 뿐만 아니라 이용자 만족도 면에서 넷플릭스가 앞서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지난달 조사(OTT 유·무료 이용행태 분석)에 따르면 유료구독형 OTT 이용률에서 넷플릭스가 35.4%로 웨이브(9.4%), 티빙(5.0%), 카카오TV(0.9%) 등을 현저히 앞섰다. 지난달 7일 KISDI의 ‘OTT 서비스·콘텐츠 이용행태 분석 조사’에 따른 OTT 만족도 역시 넷플릭스(0.57점)와 티빙(0.33점), 웨이브(0.2점) 격차가 선명했다.

올해 상반기는 이 같은 격차를 좁히기 위한 국내 기반 OTT들의 투자 경쟁이 두드러졌다. 지난 2월 넷플릭스가 ‘See What’s Next Kora 2021’ 행사에서 “2021년 한 해 동안 한국 콘텐츠에 55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가운데 국내 기반 업체들이 앞다퉈 수천억원대 투자 계획을 밝혔다.

3월 웨이브가 ‘2023년까지 3000억원’이라는 투자 계획을 ‘2025년까지 1조원’으로 확대·수정한 가운데, KT 구현모 대표도 기자회견을 열어 2023년까지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질세라 CJENM은 지난 5월 비전설명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5년간 5조원을 콘텐츠에 투자하는 한편, 2023년까지 100여편의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6월15일 발간한 ‘OTT 유·무료 이용행태 분석’ 중 결제유형별 OTT 플랫폼 이용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6월15일 발간한 ‘OTT 유·무료 이용행태 분석’ 중 결제유형별 OTT 플랫폼 이용률

‘오리지널 콘텐츠’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 8일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비디오물 가운데 등급분류가 이뤄진 콘텐츠가 전년보다 81.3% 늘어난 3043편에 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CJ ENM 계열 채널 프로그램의 VOD 서비스에 집중했던 티빙은 ‘여고추리반’, ‘아이돌 받아쓰기 대회’ 등 오리지널 콘텐츠로 호응을 끌었다. 이밖에도 ‘신서유기 스페셜 스프링 캠프’, ‘마우스: 더프레데터’ 등 기존에 인기를 얻은 예능·드라마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반기에는 네이버 웹툰 ‘유미의 세포’를 선보이는 등 네이버와 협업 효과도 노리고 있다.

‘웨이브’는 방송사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 중심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SBS ‘모범택시’, MBN ‘보쌈: 운명을 훔치다’, KBS ‘오월의 청춘’ 등이다. 무엇보다 가장 영향력 있는 콘텐츠는 SBS ‘펜트하우스’ 시리즈로 상반기 VOD 시청량 상위 10개 순위에 ‘펜트하우스’ 전 시즌이 포함됐다. ‘펜트하우스 시즌 2’의 경우 동시접속자수 및 VOD 시청량면에서도 최고치를 경신했다.

콘텐츠 경쟁이 강화되면서 그간 지상파, 유료·케이블방송에서 다소 밀려났던 장르가 다시 조명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넷플릭스가 6월 다양한 문화권 출신의 대학생들 이야기를 다룬 시트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를 선보였고, 웨이브는 조만간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란 시트콤을 제작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유병재·박나래에 이어 이수근의 스탠드업 코미디 콘텐츠(이수근의 눈치코치)를 공개한 가운데, 웨이브는 ‘섹시 코미디’ 장르를 표방하는 ‘유 레이즈 미 업’을 라인업에 올렸다.

자본력 면에서 뒤지는 ‘왓챠’의 경우 한국 미디어 시장의 ‘주류’가 놓치는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해시태그 ‘#헐왓챠에’를 활용한 SNS 마케팅, ‘왓챠 익스클루시브’ 등을 통해 매니아층을 공략하는 방식이다. 지난달 국내 기반 OTT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프라이드 에디션’(성소수자의 달을 기념하는 콘텐츠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유튜브 기반 콘텐츠와 연계한 ‘좋좋소’와 ‘해리포터 시리즈’, ‘왕가위 리마스터링’ 등 기획전에 집중했던 왓챠도 조만간 새로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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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태블릿PC 등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이용하는 연출 장면. ⓒgettyimagesbank

한편 올해부터 스포츠 중계권을 따내기 위한 경쟁이 OTT 시장으로 옮겨갔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어야 하지만 그만큼 트래픽이 보장되고, 가입자 확보 등 영향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서 활용 가치가 높다는 해석이다. 티빙은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0)에 이어 2021~2022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 국내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다. 후발주자인 쿠팡플레이는 손흥민 선수가 출전하는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 경기와 김연경 선수가 출전하는 국제배구연맹 여자 네이션스 리그 등 스포츠 스타가 등장하는 경기의 중계권을 확보하고 나섰다.

다만 이 같은 대규모 국제 스포츠 경기를 유료 가입자에게만 제공하는 OTT 업체가 독점하는 행위는 ‘보편적 시청권’을 침해한다는 반론에 부딪히고 있다. 2021 도쿄올림픽의 경우 쿠팡플레이가 500억원에 가까운 중계권료를 통해 단독 온라인 중계권을 확보하려 했으나 계획이 무산된 바 있다. ESPN을 보유한 ‘디즈니플러스’가 한국 진출을 앞둔 만큼 OTT 업계 경쟁과 더불어 보편적 시청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의 부상으로 인한 법·제도적 충돌 양상도 본격화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에 망 사용료를 제공할 의무와 협상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달 패소했다. 음악저작권 문제도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부수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영상물에 대한 음악 저작권료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매출액의 1.5%를 제시하자, OTT 업계는 이에 반발해 소송전에 나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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