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취재진의 ‘경찰 사칭’ 논란을 옹호했던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고개를 숙였다.

김 의원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 씨 논문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나 “윤 전 총장 부분이 생략된 채 그 행위에 대해 말씀드렸던 부분이 부각된 것은 제 불찰”이라며 “전문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균형에 어긋난다는 얘기였다. 저울추를 달았을 때 MBC 기자가 잘못했다고 분명히 얘기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선 고개를 숙이면서도 윤 전 총장의 MBC 취재진 고발에 대해선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그렇지만 대통령 후보로 그것도 지지율 1위를 달리는 후보가 예비후보 등록 첫날 자신을 검증하려는 기자를 고발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합당한가”라고 전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가 작성한 논문들과 관련해 타인 저작물 무단 발췌, 잘못된 참고문헌 표기 문제 등의 의혹을 제기하며 국민대, 학회, 교육부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가 작성한 논문들과 관련해 타인 저작물 무단 발췌, 잘못된 참고문헌 표기 문제 등의 의혹을 제기하며 국민대, 학회, 교육부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민중의소리

이날 오전까지 언론계에서는 김 의원에 대한 비판 발언이 나왔다. 지난 1996년부터 SBS에서 기자 생활을 이어온 윤창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 아침’과의 인터뷰에서“저도 20여 년 기자 생활해온 사람 입장에서 (공권력 사칭이) 마치 언론계의 관행이었던 것처럼 말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했다”며“대다수 언론인은 그런 방식으로 지금 취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윤 위원장은 또 “언론개혁을 말하는 언론인 출신 의원이 이런 방식으로 언론 전체를 잠재적 범죄집단처럼 묘사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했다”며 “이는 언론개혁이라는 메시지 자체의 신뢰를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에 발언에 신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1988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한 뒤 29년 간 기자 생활을 이어온 김 의원은 12일 같은 방송 인터뷰에서 “기자가 수사권이 없으니까 경찰을 사칭한 것으로 보인다”며 “나이가 든 기자 출신들은 사실 굉장히 흔한 일이었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김 의원 발언 직후에는 야권을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졌다. 한국일보 기자 출신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자의 경찰 사칭이 자기 또래에는 흔한 일이었다는 김 의원의 이야기에 어안이 벙벙해졌다”며 “김 의원이 일했던 신문사의 취재 윤리가 '경찰 사칭 위배'를 당연히 여기는 수준이었는가”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허은아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이분이 기자 출신이자, 대통령의 입인 청와대 대변인이었다는 것, 그리고 현역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질 않는다”고 적었다.

MBC 기자와 취재 PD는 지난 8일 김 씨 박사학위 논문을 지도한 교수의 집을 찾는 과정에서 경찰 사칭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이들은 해당 교수 집앞에 세워진 승용차 주인을 상대로 통화를 하던 중 경찰을 사칭했다. MBC는 자사 메인 뉴스를 통해 취재 윤리 위반을 시인하고 취재진 2명을 직무배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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