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 사설] 1971년 라이프 기자 환자 사칭 사건을 돌아보다
[미오 사설] 1971년 라이프 기자 환자 사칭 사건을 돌아보다
미디어오늘 1309호 사설

MBC 취재진이 공권력을 사칭했다. MBC 취재진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배우자 김건희씨 대학 박사 논문 지도교수를 찾기 위해 지도교수 옛 주소지 앞에 주차된 차량의 주인과 통화하면서 경찰을 사칭했다. 경우에 따라 법적 처벌도 감수해야 하는 명백한 취재윤리 위반이다.

MBC는 자사 메인 뉴스를 통해 취재 윤리 위반을 시인하고 취재진 2명을 직무배제시켰다. 관련 논란이 불거진 당일 바로 사과 입장을 밝히면서 조치를 취한 건 다행이지만 취재윤리 위반 사례가 연이어 계속 불거진 건 우려스럽다.

취재 과정에서 사칭 및 침입 문제는 불법의 영역이 된 지 오래다. 1971년 미국 제9순화구 연방항소법원은 피고 ‘타임’ 잡지가 경영하는 ‘라이프’ 잡지의 기자와 사진사가 취재 과정에서 프라이버시를 침해했다며 내린 천달러 손해배상 1심 판결에 대한 피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라이프 잡지 기자들은 무면허의료행위 현장을 잡기 위해 원고에게 환자와 환자의 친구라고 속였다. 그리고 취재진 한 명이 유방암 진찰을 받고 있는 동안 다른 한 명은 의료 불법 현장을 찍고 대화를 녹음해 경찰관에게 넘겼다. 신분을 속이고 잠입 취재를 한 것인데 1심과 항소심 법원은 모두 라이프 잡지 기자들이 프라이버시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신분을 속여 원고의 공간에 들어간 것은 뉴스 수집 목적으로 한 행위라고 면책을 주장했지만 헌법상 언론의 자유는 기자들이 취재 중에 저지른 불법행위나 범죄로 인한 책임을 면책시켜주는 것으로 해석하지 않는다는 게 미국 법원의 판결이었다.

나아가 불법으로 취득한 정보를 뉴스로 공표해 받은 피해까지 산정하지 않는다면 ‘일반인을 괴롭히는 언론기관의 행위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공익 목적이 있더라도 그 과정에서 타인을 사칭을 하거나 무단 침입과 같은 불법이 발생하면 취재 정당성은 사라지고 법적 처벌을 받는 건 이같이 수십 년 전 판례에 따라 굳어져왔다. 기자 사회에서 여러 취재 윤리 문제 중 이런 문제를 굳이 언급조차 하지 않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기본 수준의 취재 윤리가 무너진 사례가 나온 건 취재 윤리 전반에 대한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왜 MBC 취재진은 경찰 사칭이라는 무리한 행위를 통해 정보를 취득하려고 했는지 당사자 개인 소명을 듣고 시스템상 ‘무언의 압박’과 같은 게 있었던 건 아닌지 살펴야 한다.

▲ 지난 9일자 MBC ‘뉴스데스크’ 사과 방송화면 갈무리
▲ 지난 9일자 MBC ‘뉴스데스크’ 사과 방송화면 갈무리

현장 취재팀의 자체 판단에 따랐다는 해명이지만 데스크와의 논의 단계가 조금이라도 있었는지 명명백백하게 다룰 필요도 있다. 과거 이 같은 취재 행태를 묵인해오면서 경각심이 낮아지지 않았는지 사칭을 통한 취재 행위를 곧 적극적인 취재 방식의 관행쯤 하나라고 인정한 건 아니었는지 여러 측면에서 따져봐야 한다.

녹록지 않은 취재 현장에서 어떻게든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중압감에 기자들이 노출돼 있고, 윗선에서도 과정은 무시하고 결과만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압박을 가한 건 아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과거 경찰 사칭은 흔한 일이었다라는 언론계 출신 국회의원 발언은 부적절하다 못해 언론계 전체에 침을 뱉는 것과 같다. 과거 무죄추정원칙이 있음에도 흉악범에 대한 실명과 가족까지도 언론이 공개했지만 현재 이 같은 보도를 찾아볼 수 없는 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았기 때문이다.

다시 강조하자면 사칭과 침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기자 직군 직업 윤리의 기본이다. 윤리가 수반돼야만 저널리즘이 성립된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취재 윤리 문제에 대해 언론계 차원에서 머리를 맞대고 자정 노력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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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칭과 강요협박중 어느것이 더 2021-07-18 08:56:28
취재윤리에 크게 위반한건가 경찰은 가만히 있는데
윤석열이 고발한게 어이없다는 지적도 있다 강요협박도 무죄라는데 사칭도 무죄 아닐까 고소고발해봤자 소송해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