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 영화 ‘더 포스트’는 특종을 다룬 영화다.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 역대 정부가 은폐한 거짓말인 그 유명한 뉴욕타임스의 특종 ‘펜타곤 페이퍼’를 다룬 영화다. 그러나 영화 제목은 ‘더 타임스’가 아닌 ‘더 포스트’다. 워싱턴포스트의 그 포스트다. 왜 영화 제목은 특종을 한 ‘더 타임스’가 아니라 낙종을 한 ‘더 포스트’일까? 

펜타곤 페이퍼는 잘 알려진 대로 뉴욕타임스의 특종을 통해 세상에 드러났다. 그러나 닉슨 정부는 뉴욕타임스의 입을 막고 고소를 한다. 정부는 뉴욕타임스에 정간을 명하고 반역죄 등 법적 처벌을 꾀한다. 이렇게 뉴욕타임스가 징벌과 억압에 시달릴 때, 워싱턴포스트는 후속 보도를 한다. 후속 보도가 특종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다. 펜타곤 페이퍼를 다루면 어떤 고난을 겪게 되는지 뻔히 보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작은 지방지라면 폐간까지 무릅써야 할 상황이다. 무엇보다 특종의 명예조차 없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신랄한 비판을 1면에 게재한다. 이후 눈치를 보던 다른 경쟁지도 펜타곤 페이퍼를 다루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대법원은 언론의 손을 들어준다. 물론 모든 관심은 뉴욕타임스에 쏠린다. 워싱턴포스트의 여성 발행인 캐서린이 걸어 나오는 길은 몇몇 ‘선수들’의 존경스러운 시선만이 존재할 뿐이다. 

▲ 영화 '더 포스트'의 한 장면
▲ 영화 '더 포스트'의 한 장면

 

모든 언론인은 특종을 꿈꾼다. 내가 발제한 기사 제목 앞에 (단독)이라는 머리말이 붙으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그런데 매일경제의 지난 7일 단독 기사를 보자. “(단독) ‘2% 종부세’ 반올림 논란…11.4억 기준이면 11억부터 날벼락” 이 기사에는 (단독)이라는 머리말이 붙어있다. 그런데 무엇이 단독일까?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종부세 2% 법안 내용을 다룬 기사다. 그런데 지난 7일은 유 의원이 법안을 발의한 날이다. 법안이 발의되면 국회 홈페이지에 법안이 공개돼 누구나 볼 수 있다. 공식적으로 발의돼 공개되는 법안 내용을 ‘단독’이라는 머리말을 통해 기사를 작성할 필요 있을까?

업계에서는 이런 단독을 보통 ‘시간차 단독’이라고 칭한다. 원래 단독기사는 내 취재가 아니었으면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던 일을 취재했을 때 붙는 자랑스러운 꼬리표다. 그러나 시간차 단독은 내 취재가 아니어도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일을 내가 조금 빨리 썼다는 의미다. 물론 시간차이도 중요할 때도 많다. 그러나 유 의원이 종부세를 발의한 날은 지난 7일이고 기사가 입력된 시간은 7일 오후 5시54분이다. 발의하기 전날인 6일날 쓴 기사라면 나름 시간차 단독의 의미라도 있겠다. 

사실 이 기사의 더 큰 문제점은 11.4억 기준이면 11억부터 ‘날벼락’이라는 제목이 팩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기사에는 종부세 부담 기준가격 전후에 있는 “몇만원의 주택가격 차이로 수백만원의 세금을 낼지 말지가 달라진다”는 내용이 있다. 기사 제목은 11.4억원을 반올림한 11억원부터 종부세를 납부하니, 11억부터 종부세 날벼락을 맞게 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소득이나 재산이 몇만원 더 많다고 세금을 수백만원 더 내는 일은 한국의 일반적인 과세 체계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보자.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 50%가 적용되는 과표구간은 30억원이다. 과표가 30억원을 초과하면 50% 세율로 과세된다는 의미다. 마침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 재산 과표액이 29억9999만원이다. 50% 세율을 피할 수 있다. 그런데 아버지 코트에서 2만원이 새로 발견되었다. 그렇다면 50% 세율 적용을 피하고자 2만원을 버려야 할까?

물론 아니다. 상속세율 50%가 적용되는 구간은 전체 상속가액이 아니다. 30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한한다. 30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1만원이다. 50% 세율을 적용하는 부분에서 발생하는 세금은 5천원에 불과하다. 과표구간을 살짝 넘었다는 이유로 세금이 수백만원 증가하는 일은 없다는 얘기다. 

▲ 지난 7일자 매일경제 단독보도
▲ 지난 7일자 매일경제 단독보도

 

마찬가지다. 공시가격 11억원이 종부세 과세 기준이라고 11억원을 몇만원 초과했다고 갑자기 수백만원 종부세 날벼락을 맞는 일은 없다. 11억1만원 짜리 주택에는 11억원을 초과하는 1만원에만 세금이 부과된다. 세율 0.6%를 적용하면 60원이다. 실제로는 재산세가 공제되니 늘어나는 종부세액은 34원이다. 몇백만원이랑은 거리가 멀다.

기준가격 11억원을 1억원 초과하는 12억원 주택의 종부세는 얼마일까? 종부세 부과는 11억원을 초과하는 1억원만 해당한다. 실제 부담하는 종부세액은 34만원에 불과하다. 만일 고령자에 장기보유공제까지 받으면 8만2000원이다. 

1세대1주택이 종부세 기준을 2~3억원 정도 살짝(?) 넘는다 하더라도 종부세액은 백만원이 넘지 않는다. 장기보유 고령자라면 시가 약 27억원이 넘어도 종부세액은 100만원이 넘지 않는다. 만일 민주당 안대로 상위 2%만 종부세를 내게 된다면 장기보유 고령자는 시가 약 30억원이 넘어야 종부세액이 100만원을 넘어가게 된다. 

실제로 2020년 종부세 고지세액을 통해 주택분 종부세 납세액을 추산해보면 중위값이 약 59만원이다. 즉, 2020년 종부세를 내는 사람의 절반은 59만원보다 적은 금액을 납부했다는 의미다. 종부세 기준금액을 살짝 넘었다고 ‘날벼락’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통계적으로도 증명된다.

영화 더 포스트는 비록 낙종을 해서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하지만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워싱턴포스트를 주인공으로 다룬다. 단독이라는 머리말이 포털의 주목은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스포트라이트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저널리즘 정신을 실천하는 워싱턴포스트를 보면 영화 제목대로 워싱턴포스트를 ‘더 포스트’라고 칭하고 싶어지게 만든다. 이런 저널리즘 정신이 쌓였기 때문에 ‘펜타곤 페이퍼’보다 더 커다란 특종인 닉슨의 ‘워터게이트’ 특종을 워싱턴포스트가 하게 되었던 원동력이 아닐까? 시간차 단독기사 보다는 우공이산의 저널리즘이 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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