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견제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2일자 동아일보 인터뷰를 보면 윤 전 총장은 ‘최 전 원장과 단일화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개인의 정치적 욕망을 추구하기보다는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최 전 원장과 단일화를 포함해 정권교체를 확실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 어떤 결단도 내리겠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해당 발언을 1면 기사 제목으로 뽑아 강조했는데 이는 최근 윤 전 총장이 최 전 원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예를 들어 윤 전 총장이 최 전 원장을 향해 ‘선의의 경쟁을 하겠다’거나 최 전 원장에 대한 원론적인 평가만을 내놓지 않고 ‘단일화’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대권주자로서 최 전 원장을 의식하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 12일 동아일보 1면 인터뷰 기사
▲ 12일 동아일보 1면 인터뷰 기사

윤 전 총장이 야권에서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현재로서 최 전 원장과 단일화는 곧 최 전 원장을 흡수하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단일화에 대해 물은 것 역시 언론에서 최 전 원장을 ‘윤석열 대안론’으로서 다루고 있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윤 전 총장 출마 선언 이후 보수매체에선 윤 전 총장이 한계를 보일 경우 이를 대체할 주자로 최 전 원장을 적극 띄우는 분위기다. 

윤 전 총장이 지난 5일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만나고 그 다음날 KAIST를 방문해 현 정부의 탈원전 행보를 비판한 것 역시 최 전 원장이 현 정부와 각을 세운 원전 이슈를 의식한 행보로 해석된다. 지난 2일 박정희 기념관 방문에 앞서 김영삼 기념도서관에 방문한 것 역시 여의도에선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PK인사들이 적극 돕고 있는 최 전 원장에 대한 견제 행보로 보고 있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 ⓒ 연합뉴스
▲ 윤석열 전 검찰총장. ⓒ 연합뉴스

이는 윤 전 총장이 1차 경쟁구도를 국민의힘으로만 한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국민의힘 밖에서 윤 전 총장이 유일한 주자가 아닐 경우 야권 내에서도 전선이 두 개로 만들어지고 이는 윤 전 총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최 전 원장도 자신이 ‘윤석열 대안론’으로 거론되는데 대한 입장을 나타냈다. 

최 전 원장은 12일 대전현충원에서 부친 삼우제로 탈상 후 기자들 앞에서 윤 전 총장이 단일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날 윤 전 총장의 대안이라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나 자체로 평가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살아오면서 어떤 사람이 잘못되는 것이 내 이익이 되는 그런 방식으로 살아오지 않았고 정치도 역시 그런 생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른바 윤석열의 플랜B로 자신이 언급되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낸 발언으로 해석된다. 

단일화에 대해 최 전 원장은 “윤 전 총장께서 지금 가장 높은 지지율을 받고 계신 분 중 한 분인데 그 분과 협력관계는 좀 더 생각해보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은 또한 “대한민국을 밝히는 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나가겠다”며 대권 출마선언을 예고했고, “내가 정치경험이 없지만 정치라는 건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힘을 모아 공동의 목표를 이뤄가는 과정이라고 알고 있다”라며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언론의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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