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8일 ABC협회 부수 공사 정책적 활용중단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밝혔다. 앞서 문체부는 3월16일 ABC부수공사의 투명성·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개선 조치 17건을 ABC협회에 권고하면서 6월30일까지 권고가 이행되지 않을 정책적 활용중단을 예고했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ABC협회 사무검사 조치 권고사항 이행점검 결과 및 향후 정부광고제도 개편계획안’ 기자회견에서 “ABC협회는 사무검사(3월16일) 이후 발표한 올해 상반기 부수 공사에서도 문체부 권고사항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보이지 않았다. 객관적이고 합리적 부수공사를 위해 이사회 구조를 개선하라는 권고에 대해서도 미온적이고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했다. (문제해결을 위한) 이사회 개최에도 구체적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황희 장관은 “(사무검사 발표 이후) 공동조사단을 통해 표본지국을 50여 곳 정도 추가 조사하려 했으나 (ABC협회는) 지속적으로 협조하지 않았다. 결국 문체부에서 ABC협회 협조 없이 20곳의 지국을 방문했으나 16곳은 지국장이 나타나지 않았고, 단 한 곳에서도 부수 관련 전산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ABC협회가 내놓은 권고 이행 조치를 보면 말이 안 되는 얘기가 많았다. 부수 공사 표본지국 추천도 맘대로 하고 (지국에) 미리 알려주고…일일이 열거하면 말이 될까 싶을 정도의 상황들이었다”며 정책적 활용중단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8일 서울정부청사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 ⓒ정철운 기자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8일 서울정부청사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 ⓒ정철운 기자

문체부는 유료부수 대신, 열독률·구독률 등 구독자 조사와 언론중재위·자율심의 결과 등 사회적 책임 지표를 바탕으로 정부광고 집행 기준이 될 신문의 영향력을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황희 장관은 “5만 명 정도 표본을 돌리면 충분히 신뢰할 만한 근거가 나올 수 있다. 전문가들의 충분한 검증과 의견을 받아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황 장관은 “올해까지는 지난해 ABC협회 기준으로 집행할 수밖에 없다”고 전한 뒤 새 지표를 두고 “기존 지표보다 훨씬 더 신뢰도가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향후 언론인들의 의견도 청취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대현 미디어정책국장은 “다양한 대안을 논의한 결과 가장 객관적인 지표가 구독률과 열독률이라 판단했다. 표본 수가 적은 것에 대한 우려를 이해하지만 국가 예산을 생각 안 할 수 없다. 지역신문의 경우 상당 부분 (구독률·열독률이) 낮게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지표도 활용하려는 것이고, 만약 포털 제휴가 되어 있다면 신뢰할 수 있다고 정부 광고주가 판단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황희 장관은 “나만 해도 대부분의 기사를 포털을 통해 본다. 포털 제휴 여부는 당연히 상식적으로 연계되어야 할 지표”라고 밝혔다. 김대현 국장은 향후 새 지표에 결합열독률이 반영되느냐는 질의에는 “의미 있는 지표로 판단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상의해 구체적 조사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조선일보 기자는 질의를 통해 “(정부 광고 집행) 지표로 언론의 사회적 책임이 나와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사 심의 제재를 재허가·재승인할 때 사용하는 게 연상되는데, 언론중재위원회에서의 결과를 일종의 감점 요인, 신문의 품질 판단 지표로 활용하는 것은 중재제도 취지와 맞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황희 장관은 “(활용 예정인) 언론중재위 직권조정 결정은 사회적 책임 지표로 삼는데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 언론 자유도가 매우 중요하지만 언론 신뢰도 역시 중요하다. 신문윤리위 등 독립적인 자율심의기구들에서의 심의 결과도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판단하는데)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김대현 국장은 “직권조정은 부장판사인 중재부장이 포함된 중재부의 준사법적 결정”이며, “(언론사와 조정신청인이 합의한) 정정 보도 등은 지표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세금으로 정부 광고를 집행하는 만큼 언론의 사회적 책임이 (광고 집행 기준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디자인=안혜나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황희 장관은 미디어바우처를 통한 정부 광고 집행 근거마련을 골자로 한 김승원 의원의 일명 미디어바우처법에 대해 “취지와 내용에 공감하지만 정부광고 집행과는 결이 다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미디어바우처는 언론에 대한 국민 선호도를 조사하는 것이지만 정부 광고는 언론에 대한 호불호 문제가 아니라 광고가 얼마나 영향력 있게 전달되느냐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체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새 신문지가 해외에 폐지로 수출되는 등 ‘부수’를 참고지표로 활용하는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들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체부의 이번 결정이 신문사들의 ‘부수 부풀리기’ 관행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황희 장관은 새로운 지표가 ‘파지’와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ABC협회가) 신문지국을 조사할 때 다소 그런 부분(부풀리기)을 할 수 있는데 새 지표가 나오면 신문사가 굳이 그럴 이유가 없을 것이다. 파지는 부수를 높이기 위한 결과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