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가 기업과 홍보대행사로부터 돈을 받고 기사를 쓴 내역이 드러났다. 원칙상 포털 네이버와 다음 ‘퇴출 평가’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고, 네이버 계약해지 사유에 해당한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연합뉴스와 언론홍보대행사 간 거래 내역 자료에 따르면 연합뉴스는 홍보대행사를 통해 다수의 ‘기사로 위장한 광고’(기사형 광고)를 포털에 기사로 전송해왔다. 

‘돈 받고 만든 기사’ 거래 내역에 연합뉴스 다수 언급

거래내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1월에만 “○○○종합시장, 스마트한 디지털전통시장으로 탈바꿈” “○○콘텐츠코리아랩, 8일까지 2020 콘텐츠시제품제작 2차 지원사업 모집” “○○익스프레스, 11.11 글로벌 쇼핑 페스티벌 진행” “‘신의 예술가, ○○○ 특별전’, 12월 대개막” “서울시 ○○센터, 소상공인-사회적경제 협업 프로젝트 추진” “○○콘텐츠코리아랩, 콘텐츠 온라인마켓 & SNS 마케팅운영교육 참가자 모집” “○○○, 정부 지원 프로젝트 ‘대한민국 숙박대전’ 할인쿠폰 지급” “○○전자, 스타일러 신규 디지털 영상 캠페인 4편 공개” “○○센터, 방문간호조무사 현장실무교육(기본)실시” “○○○, 첫 ○○랩 브랜드데이 언택트 행사 성황리 마쳐” 등의 기사를 돈을 받고 작성해 포털에 기사로 내보냈다.

▲ 연합뉴스와 언론홍보대행사 간 기사 거래내역 디자인=이우림 기자
▲ 연합뉴스와 언론홍보대행사 간 기사 거래내역 디자인=이우림 기자

언론홍보대행업계 관계자는 “기사형 광고 문제는 규모가 작은 언론사가 논란이 많이 됐는데, 규모가 큰 언론사에서도 문제가 심각하다. 연합뉴스는 기사 한 건 당 10만~15만 원 사이의 단가로 거래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홍보대행업체가 기업에 배포한 제안서에도 ‘연합뉴스 기사’ 상품이 등장한다. 제안서는 연합뉴스에 홍보 보도자료를 보내면 이를 기사로 만드는 데 건당 16만 원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조건으로는 “제목 30자 / 본문 1200자 / 수정 및 삭제 시 1회 비용 발생 / 편집 검수 심함 / 4시 마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홍보기사 2천여건 작성자 ‘박○○’ 누구?

언론홍보대행업계 관계자는 “발주한 광고 기사에는 일관되게 ‘박○○’ 기자라는 사람이 작성자로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거래내역에 등장한 기사 다수에도 바이라인(작성자)에 ‘박○○’이라고 돼 있다.

포털 네이버에서 연합뉴스 기사 가운데 ‘박○○’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검색하면 2019년 10월31일부터 2021년 7월5일까지 기업 등의 행사, 상품 등을 홍보한 기사 2000여건이 집계됐다. 하루 평균 3~4건의 홍보성 기사를 쓴 것이다. 다만 이들 기사가 모두 대가를 받은 것인지 확인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박○○’ 기자가 드러난 모습을 보면 비정상적인 면이 많았다. 같은 기사인데 포털에는 ‘박○○’ 이름을 쓴 반면 연합뉴스 사이트의 기사에는 작성자를 언급하지 않았다. ‘박○○’ 기자는 다른 연합뉴스 기자와 달리 메일 주소를 기사에 쓰지도 않았다. 연합뉴스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는 기자 페이지에도 ‘박○○’ 기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 위 기사가 사업팀 소속 박○○이 작성한 기사. 포털에는 바이라인(기자 이름)이 있지만, 연합뉴스 홈페이지에는 찾아볼 수 없다. 아래 기사는 일반적인 연합뉴스 기사. 기자 이름과 프로필 등이 뜬다.
▲ 위 기사가 사업팀 소속 박○○이 작성한 기사. 포털에는 바이라인(기자 이름)이 있지만, 연합뉴스 홈페이지에는 찾아볼 수 없다. 아래 기사는 일반적인 연합뉴스 기사. 기자 이름과 프로필 등이 뜬다.

‘박○○’ 기자는 누구일까. 미디어오늘은 연합뉴스 내선 전화를 통해 그와 통화할 수 있었다. 그는 5일 통화에서 해당 기사들에 대해 “내가 쓴 기사가 맞다”라며 “보도자료를 기사로 쓰는 업무를 하고 있다. 다만 업무에 대해서는 세세하게 설명해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5일 연합뉴스에 △ 박○○ 기자의 소속과 업무 내용 △ 홍보대행사를 통한 기사 송고 건에 대해 연합뉴스 홈페이지엔 바이라인이 없고 포털 기사엔 바이라인이 있는 이유 △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이며 공영 언론사인 연합뉴스가 돈을 받고 기사를 내보내는 것에 대한 입장 △ 연합뉴스는 포털 콘텐츠 제휴(CP)사로 광고 기사를 송출하지 않는다는 계약을 맺었음에도 광고를 기사로 송출해온 것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연합뉴스 관계자는 6일 미디어오늘에 “회사에서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고 정했다”며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측은 박○○ 기자 소속과 업무 내용에 대한 질의에도 “개인 신상”이라며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
▲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

복수의 연합뉴스 관계자는 ‘박○○’ 기자는 홍보사업팀 소속이라고 전했다. ‘보도자료’ 편집 업무를 하는 사원으로 추정된다. 한 채용 사이트에 올라온 연합뉴스의 과거 채용 공고를 보면 연합뉴스 홍보사업팀에서 ‘보도자료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임시직 사원을 채용한 내역이 있다.

연합뉴스는 기업·홍보대행사로부터 돈을 받고 지속적으로 기사를 썼으며, 이를 기자가 아닌 홍보사업팀 사원 이름으로 쓰게 한 것이다. 

연합뉴스 행위, 원칙상 네이버 퇴출 사유

이 같은 연합뉴스의 행위는 원칙상 포털 네이버에서 ‘퇴출 심사’를 피할 수 없는 제재 사유에 해당한다.

네이버와 다음의 뉴스 제휴를 심사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심사 규정에 따르면 기자가 쓴 기사가 아닌 ‘보도자료’를 내보낼 경우 ‘기사(뉴스)’가 아닌 ‘보도자료 섹션’에 별도로 송고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금지행위인 ‘등록된 카테고리 외 기사 전송’에 해당돼 위반 기사 5건당 벌점 1점씩 받는다. 연합뉴스 기사에 이를 적용하면 연합뉴스는 400점이 넘는 벌점(10점 이상이면 포털 퇴출 심사)을 받게 된다.  

연합뉴스의 경우 일반 기사 섹션이 아닌 ‘보도자료 섹션’을 통해서도 이와 유사한 기사를 쓰고 있다. 다른 홍보대행업계 관계자는 “일반 보도자료 섹션으로는 포털에 기사로 걸리지 않는다. 돈을 지급하고 만든 기사는 보도자료 섹션이 아닌 기사로 송고하게 한다”고 했다. 포털을 통해 검색하면 기사 섹션에 보낸 홍보 기사는 작성자가 ‘박○○’ 이름으로 돼 있고, 보도자료 섹션에 보낸 홍보 기사는 ‘박○○2’라고 돼 있다.

▲  왼쪽은 연합뉴스가 기사로 송고한 홍보성 기사, 오른쪽은 보도자료 섹션에 송고한 홍보성 기사(보도자료)다. 연합뉴스는 사업팀 소속으로 추정되는 '박○○' 명의로 2000여건에 달하는 홍보성 기사를 포털에 내보냈다. 보도자료 전용 섹션에 보낸 기사는 '박○○2' 명의로 돼 있다.
▲ 왼쪽은 연합뉴스가 기사로 송고한 홍보성 기사, 오른쪽은 보도자료 섹션에 송고한 홍보성 기사(보도자료)다. 연합뉴스는 사업팀 소속으로 보도자료 전담 업무를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박○○' 명의로 2000여건에 달하는 홍보성 기사를 포털에 내보냈다. 보도자료 전용 섹션에 보낸 기사는 '박○○2' 명의로 돼 있다. 이는 광고 기사 문제 뿐 아니라 보도자료를 보도자료 섹션이 아닌 기사로 내보냈다는 점에서 제휴 규정 위반이다.
▲ 일반 기사 섹션(위)과 보도자료 섹션(아래)의 차이. 보도자료 섹션은 일반 기사와는 달리 분류 자체가 구분된 데다 내용을 보면 '보도자료'임이 명시돼 있다. 연합뉴스는 사업팀 소속 보도자료 처리 업무를 하는 동일인물을 통해 보도자료 섹션과 기사 섹션에 모두 홍보성 기사를 내보냈는데, 보도자료를 '기사 섹션'으로 포털 제휴규정 위반이다. 보도자료 섹션에 보낸 기사에는 박○○ 이름에 '2'를 붙였다.
▲ 일반 기사 섹션(위)과 보도자료 섹션(아래)의 차이. 보도자료 섹션은 일반 기사와는 달리 분류 자체가 구분된 데다 내용을 보면 '보도자료'임이 명시돼 있다. 연합뉴스는 사업팀 소속 보도자료 처리 업무를 하는 동일인물을 통해 보도자료 섹션과 기사 섹션에 모두 홍보성 기사를 내보냈다. 보도자료 섹션에 보낸 기사에는 박○○ 이름에 '2'를 붙였다.

미디어오늘이 내역을 확인한 기사들은 ‘기사로 위장한 광고’ 규정 위반이기도 하다.

제휴평가위 규정상 10점 이상의 벌점을 받으면 퇴출 심사에 해당하는 ‘재평가’ 대상이 된다. 제휴평가위는 부정행위가 단기간에 과다하게 발생하거나 객관성, 공정성이 심각하게 침해된다고 판단할 경우 즉시 계약해지를 결정할 수도 있다. 

포털 뉴스제휴평가위 심사 규정과 별개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네이버는 언론사와 콘텐츠 제휴 계약을 맺을 때 ‘약관’을 통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금지 행위’로 “광고 홍보성 정보, 이벤트 및 캠페인 콘텐츠”를 언급하고 있다. 연합뉴스의 경우 실제 거래가 확인된 기사가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네이버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 포털 뉴스제휴평가 규정. 보도자료 기사를 보도자료 섹션이 아닌 '기사'로 내보내면 제재 대상이다. 위반 기사 건당 벌점 1점이며, 벌점 10점 이상이면 퇴출 평가 대상이 된다.
▲ 포털 뉴스제휴평가 규정. 보도자료 기사를 보도자료 섹션이 아닌 '기사'로 내보내면 제재 대상이다. 위반 기사 건당 벌점 1점이며, 벌점 10점 이상이면 퇴출 평가 대상이 된다.

다른 언론사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연합뉴스의 경우 △ 실제 거래 내역이 확인된 점 △ 기자가 아닌 사업팀 사원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도자료 및 홍보 기사를 써온 점을 고려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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