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행이라는 명분으로 이어졌던 취재 방식, 취재원과의 만남 등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 우리 모두가 반성하고 달라져야 한다. 우리 스스로에 대한 도덕적 기준을 높여야 한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2016년 9월3일자 조선일보 사보) 

2016년 8월26일 새누리당에서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과 관련,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이 호화 전세기 접대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조선일보는 5일 뒤인 8월31일자 1면에서 “송 전 주필은 2011년 대우조선해양 초청 해외 출장 과정에서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의를 표명했다. 조선일보를 대표하는 언론인의 일탈 행위로 독자 여러분께 실망감을 안겨 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경찰이 최근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과 엄성섭 TV조선 앵커를 청탁금지법 위반 협의로 입건했다. 두 사람은 수산업자 김아무개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다. 경찰은 김씨가 지난해 이동훈 전 논설위원에게 수백만 원 상당의 골프채를 제공하고, 엄성섭 앵커에겐 아우디 차량 등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조선일보 윤리규범 제18장 1조1항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취재원으로부터 금전이나 주식·채권 등을 받지 않는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조선일보·TV조선에서 5년 전과 같은 신속한 사과나 입장발표는 나오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
▲조선일보.

파장은 적지 않다. 오병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전 중앙일보 편집인)는 5일자 칼럼에서 “알수록 창피하다. 김씨는 2016년 대구교도소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수감된 언론인(월간조선) 출신 정치인 송모씨를 만났다. 송씨는 자신이 보좌했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를 소개해줬고, 김무성은 이동훈 논설위원을 소개했다. 이동훈은 홍준표를 소개했다”면서 “왜들 이렇게 열심히 사기꾼을 소개해줬을까. 근본적으로 죄의식이 마비되었기 때문이다. 쥐뿔도 없는 엉터리에게 줄줄이 낚인 걸 보면 꽤 만연해 있다고 볼 수 있겠다”고 적었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은 지면과 화면은 침묵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6월29일부터 7월6일 현재까지 일주일간 조선일보와 TV조선은 ‘이동훈’과 ‘엄성섭’이 포함된 관련 기사를 보도하지 않고 있다. 실명 보도한 중앙일보·동아일보 등 타 언론사 보도와 대조적이다. TV조선은 지난달 6월30일 ‘보도본부 핫라인’ 진행자를 엄성섭 앵커에서 이상목 앵커로 교체했지만 뚜렷한 교체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현재까지 사과도, 해명도 없는 상황이다. 자사에게 불리한 사안에 대한 ‘선택적 침묵’이라는 비판이 가능해 보인다.

이 같은 청탁금지법 위반 논란은 반복되고 있다. 앞서 조선일보 노동조합은 2019년 1월 뉴스타파의 ‘박수환 문자’ 보도를 언급하며 “박수환 전 뉴스컴 대표가 4~5년 전 본지 일부 간부들에게 금품·선물을 줬으며 자녀 인턴 채용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노조는 해당 간부들이 이 같은 의혹에 연루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 사측이 엄정한 조사를 진행하고 공식 징계위원회를 열 것을 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생경제연구소는 그해 3월 ‘박수환 문자’와 관련, 송희영 전 주필과 윤영신 논설위원, 김영수 디지틀조선일보 대표이사를 업무방해 및 배임수재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시민단체들은 서울고검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이번 사안의 경우 경찰이 이미 입건한 상황으로, 향후 언론인 청탁금지법 위반의 상징적 사례가 될 가능성도 있다.

▲TV조선.
▲TV조선.

미디어오늘은 조선일보에 이동훈 전 논설위원의 입건과 관련해 사과문 또는 입장문을 낼 계획이 있는지, 이동훈 전 논설위원 퇴사 전부터 조선일보가 이 사안을 인지하고 있었는지를 물었으나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 다만 조선일보 사측 관계자는 6일 통화에서 “이동훈 전 논설위원이 퇴사한 상황이어서 회사차원에서 조사하거나 추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동욱 TV조선 보도본부장은 6일 통화에서 “(엄성섭 앵커가) 시청자를 만나는 건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지만 그것 외의 조치는 지금 결정하기 어렵다.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둘러 엄성섭 기자를 징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을 두고 “개별 언론인의 문제가 아니다. 소속 언론사, 나아가 언론계 전체의 신뢰를 떨어트린 사건이다”라고 밝히며 “조선일보·TV조선은 구성원의 일탈 행위에 대해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지 밝히고, 잘못했다고 명확히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TV조선의 무無보도에 대해서는 “사회적 관심사가 되는 것을 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옳지 않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이번 사건에서 언론인들의 문제가 주변화되어선 안 된다”고 덧붙이는 한편 “이동훈·엄성섭과 비슷한 사례가 언론계 곳곳에 있을 것이다. 신속히 대응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변화에 나서야 한다”며 언론계 공동의 노력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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