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월 3800원으로 인상하는 수신료 조정안을 5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했다.

KBS는 수신료 인상 사유로 ‘공영미디어로의 공적책무 및 역할 확대’, ‘공적재원 중심의 재원구조 개선’ 등을 제시했다. 수신료를 높여야 공영방송으로서 제대로 역할할 수 있고, 공영방송다운 재원구조가 확보된다는 주장이다. 연평균 736억원, 향후 5년 누적 3679억원 규모의 적자가 예상되는 등 재정 위기도 실질적인 사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마련한 공적책무 확대 방안은 총 1조9015억원 규모의 8대 과제 37개 사업(2022~2026년)이다. 과제별로 △시청자 주권과 설명책임 강화(1748억원) △공정·신뢰의 저널리즘 구현(265억원) △국가 재난방송 거점 역할 확립(1111억원) △고품격 공영 콘텐츠 제작 확대(4450억원) △디지털 서비스 확대 및 개방(2471억원) △차세대 방송 서비스 역량 확대(2662억원) △지역 방송·서비스 확대(1755억원) △소수자 포용과 다양성 확대(4553억원) 등이다.

자구노력으로는 초긴축 예산 운영과 더불어 2026년까지 920명을 단계적 감축해 2605억원을 절감하는 한편, 1885억원의 콘텐츠 수입 확대 및 138억원 규모의 유휴자산(폐소된 송·중계소 등 부동산) 매각 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KBS 최종 조정안에 따르면 광고 수입은 매년 10.53% 감소율, 일상 사업비에는 최소한의 물가상승률을 적용했으며, 인건비는 임금동결정책에 따라 0%를 적용(전속단체·국악단 등 제외)해 수신료가 산정됐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KBS 사옥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KBS 사옥

이렇게 월 3800원의 수신료가 현실화되면 현재 전체 재원에서 45%(6790억원) 수준인 수신료 비중이 연평균 58%(1조848억원)로 늘고, 광고 비중은 16.1%(2319억원)에서 12.6%(2362억원)로 감소한다는 구상이다.

KBS 이사회는 지난달 30일 이 인상안을 찬성 9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의결했다. KBS 이사들이 여당 7인, 야당 4인 비율로 추천돼온 관행을 고려하면 여권 이사 전원, 야권 이사 절반이 찬성한 셈이다.

실제 서정욱 이사는 이사회에서 본인 스스로 “야권 추천으로 들어왔다” 밝히면서 “고뇌 끝에 수신료를 반드시 인상해 현실화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야권 추천 가운데 황우섭 이사는 반대, 서재석 이사는 기권표를 던졌다.

향후 방통위는 수신료 인상안을 받은 날로부터 60일(휴일 제외) 안에 의견서를 첨부해 국회로 보내야 한다.

그러나 여야 모두 수신료 인상에 부정적 입장을 밝혀 난항이 예상된다. KBS 이사회가 수신료 인상안을 의결한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수신료 인상 추진을 멈추라”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과방위 의원들도 성명을 내어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는 한편 “방통위도 오해 받지 않으려면 인상안을 반려하라”고 했다. 지난 2007년, 2011년, 2014년 수신료 인상안은 국회에서 한번도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된 바 있다.

KBS 시청자위원회는 1일 의견서를 통해 “그동안 공영방송의 수신료 인상이 논의될 때마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정파적 이해관계에 의한 찬성과 반대를 반복해왔다. 이는 공영방송의 사회적 책무를 위축시켰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돌아갔다”며 “수신료 인상 논의가 정파적 이해관계가 아닌 오로지 공익의 관점에서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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