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저널리즘] 지역언론, 많이 읽히는 것보다 신뢰도부터 높여야
[우리동네 저널리즘] 지역언론, 많이 읽히는 것보다 신뢰도부터 높여야
로이터 저널리즘 조사에 담긴 지역언론의 과제

‘로이터 조사’하면 사람들은 올해도 한국의 뉴스 신뢰도가 전 세계 꼴찌인지 여부를 알려주는 ‘성적표’ 정도로만 떠올린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그 조사 안에 지역언론에 관한 내용도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최근 열린 방통위 공청회에서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디지털 뉴스 리포트라고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에서 매년 세계 40여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게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뉴스 신뢰도'와 '지역뉴스에 대한 관심도' 자체가 거의 최하위로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역뉴스에 그렇게나 관심이 없다니… 지역방송 피디로 살아온 나는 궁금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영문 보고서 원문을 찾아봤다. 때마침 갓 나온 최근 조사가 있었다.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1’. 지난 2012년부터 매년 전 세계인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해온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는 이번에 대상국가를 6개 늘려 46개국 9만2372명(한국 2006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조사 결과를 밝혔다.

김 교수의 말은 사실이었다. 총 2006명의 한국인에게 ‘지난주에 포털 등 온라인 매체 말고 어떤 오프라인 매체(TV, 라디오, 신문)를 통해 뉴스를 접했는지’를 물어본 ‘매체별 뉴스이용’ 항목에서 지역 신문은 KBS, 조선일보 등 16개 오프라인 매체들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KBS(47%) 등 TV방송이 1위부터 9위까지 조선일보(18%) 등 중앙지들이 10위부터 15위까지 기록한 가운데 지역신문 이용률은 8%였다.

더욱 심각한 것은 ‘뉴스 신뢰도’ 였다. 지역 신문에 대해 ‘믿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35%로 이는 조선일보, 경향신문과 함께 15개 신문방송 가운데 공동 꼴찌수준이었다. 뉴스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데다 이용률까지 떨어지는 게 우리나라 지역 언론의 현실이었다.

▲주요 뉴스 매체에 대한 신뢰(한국). 그래프=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1’
▲주요 뉴스 매체에 대한 신뢰(한국). 그래프=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1’

그런데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우리와 달랐다. 총 2004명의 일본인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조사 결과 일본 지역신문은 NHK 방송, 아사히 신문 등 16개 일본의 신문방송 중 일곱번째로 높은 이용률(19%)을 보였다. 중앙지인 요미우리(13%)나 아사히 신문(9%)보다 높았다. ‘뉴스를 믿는다’고 답한 신뢰도 순위에서 1위 NHK 뉴스(60%)와 2위 니혼게이자이 신문(55%)에 이어 지역신문(54%)이 세번째로 높았다. 일본에서 지역신문은 가장 많이 보는 매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안보는 매체도 아니며 무엇보다 ‘믿고 보는’ 매체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이를 우리나라 현실에 대입해보자면 우선 ‘지역뉴스에 대한 신뢰도’부터 높여야 한다. 많이 보는 것보다 더 급하고 중요한 과제는 ‘믿고 보는 뉴스’를 만들어 내놓는 것이다. 매체 이용률은 뉴스 품질만 높여서 해결될 부분은 아니지만, 뉴스 신뢰도는 뉴스품질을 높여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우선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면 지역뉴스의 품질을 높여 조회수보다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그렇다면 지역뉴스에 대한 낮은 이용률을 극복하기란 불가능할까? 나는 로이터 보고서에서 희망의 불씨를 발견했다. 사람들이 ‘내 생활이 지역사회에 얼마만큼 연관되었다고 느끼는지’를 조사한 ‘지역사회 밀착성’ 결과였다. 일반적으로 일본과 같은 중앙중심적 사회에서 지역뉴스는 포털 등 온라인 매체에 빠르게 밀려나고 있다. 그러나 노르웨이나 스위스처럼 지역중심 사회에서는 지역뉴스가 여전히 포털 등 온라인 매체와 맞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지역사회 밀착성은 어느 정도일까. 뜻밖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인식하는 지역사회 밀착성은 약 63%로 일본(37%)이나 영국(48%)보다 한참 높았고 독일(64%), 노르웨이(69%)와 같은 60%대 구간에 있었다. 이런 나라들은 지역사건사고와 지역정치, 코로나19 정보를 여전히 지역언론을 통해 얻고 있다. 지방자치가 ‘분권’ 수준으로 강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지역언론은 이제부터 시작 아닐까? 로이터 저널리즘 보고서에 나온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본 지역뉴스는 이런 것들이다.

① 코로나19에 관한 지역정보  ② 지역날씨  ③ 주택 및 부동산 정보  ④지역경제뉴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덜 찾아본 지역뉴스는 이런 것들이다.

① 지역정치  ② 지역경제  ③ 지역교통운송정보  ④ 지역일자리  ⑤ 지역교육  ⑥ 지역생활정보

혹시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나 유통이 달려서 덜 본 것은 아닌지, 쫄지 말고 본질에 충실해갈 때다.

▲ 지역뉴스 이용 주제. 그래프=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1’
▲ 지역뉴스 이용 주제. 그래프=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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