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인권이 존중돼야 한다는 취지로 인터뷰를 한다고 하셨어요. 접촉한 적 없는 언론사라 조심스럽게 몇 번 이야기를 거친 다음 응했죠. 하지만 (기사에는) 혐오 세력 말을 뒷받침하는 역할로 우리 이야기가 들어 있었어요.”

김태윤 성소수자부모모임 사무국장의 말이다. 기사 취지를 속여 인터뷰한 A언론사가 이를 인정하고 사과문을 냈다. 성소수자부모모임과 언론인권센터 미디어피해구조본부가 함께 2020년 12월 A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에 나섰고 5개월 만인 2021년 5월31일 조정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지난해 9월11일 A언론사 기자가 성소수자부모모임에 메일을 통해 취재 요청서를 보냈다. 언론인권센터에 따르면 취재 요청서에는 ‘성소수자들을 바라보는 사회에서 편견과 차별적 시선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상황’ 등을 언급하며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자는 인터뷰에 응한 성소수자부모모임 회원들에게 기사가 발행되기 전 미리 보여줄 것을 구두로 약속했다. 성소수자부모모임 측은 9월16일과 18일 두 차례 인터뷰를 했다.

▲ 사진=gettyimagesbank
▲ 사진=gettyimagesbank

9월28일 성소수자부모모임 회원들은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한 채 발행된 기사를 접했고, 분노했다. 기사 제목은 “자녀의 동성애 커밍아웃에 말로 표현 못할 고통을 느꼈죠”였다. 기사에는 성소수자부모모임의 한 회원이 말한 여러 이야기 가운데 처음 자녀가 커밍아웃을 했을 때 “세상이 무너질 듯 했다”는 내용이 필요 이상으로 부각됐고, 이어 ‘탈동성애 전문가’ 인터뷰를 붙여 ‘가족이 탈동성애를 이끌어야 한다’는 논지로 이어졌다. 

해당 기사는 연재 기사의 일환이었다. 연재 이름은 ‘동성애 역천의 형벌’이었다. 기사에는 “성소수자 자녀 커밍아웃과 함께 가족의 고통 시작” “가정불화→가출 등으로 이어져 끝내 가족해체까지” “자발적 탈동성애 유도 위한 가족의 보살핌 중요” 등의 내용이 이어졌다. 함께 실린 관련 기사는 동성애의 목적이 변태적 쾌락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A언론사는 6월4일 지면을 통해 “본지는 2020년 9월 성소수자부모모임의 부모 2명과 인터뷰 내용을 애초 전달한 기획 의도와 다르게 혐오 관련 기사의 일부로서 보도했다”면서 “인터넷 기사를 삭제했으나 지면 신문이 전국에 배포됨으로써 취재원인 성소수자부모모임에게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 향후 본지는 재발 방지에 노력할 것을 약속 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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