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수행한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1’ 조사 항목 중 하나인 뉴스 신뢰도에서 한국이 46개국 가운데 38위를 기록했다. 2019~2020년 연속 꼴찌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의미 있는 변화다.

특히 “언론사는 다양한 견해를 반영해야 하며 결정은 사람들이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응답이 46개국 평균 74%보다 높은 78%로 집계된 점이 흥미롭다. 언론이 중립 유지 의견을 내야 한다는 응답이 높은 것은 내용과 형식상 객관적 보도에 신뢰를 보냈다는 건데, 그동안 정파적 보도가 범람하고 뉴스 구독자의 확증 편향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만 ‘진짜 뉴스’로 취급했던 행태와는 상반된 결과다. 허위조작정보 즉, 가짜뉴스에 대한 경계가 높아지면서 객관적 언론 보도에 대한 신뢰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가짜뉴스 확산 배경에 여러 설이 존재한다. 자신의 신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허위조작정보를 활용하려는 심리가 기저에 깔려있고, 이를 기성 언론이 보도하면 공적 신뢰를 확인받는 과정으로 인식해 가짜뉴스가 확산된다는 분석이 있다. 결국 기성 언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가짜뉴스 파고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객관적 언론 보도에 대한 신뢰 응답이 높은 건 긍정적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1’ 뉴스신뢰도 순위.
▲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1’ 뉴스신뢰도 순위.

보고서의 다른 수치는 여전히 우려스럽다. 네이버 같은 포털 검색 엔진 및 뉴스 수집 사이트를 통해 주로 온라인 뉴스를 이용한다는 응답 비율(72%)은 46개국 중 가장 높았다.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비율도 44%로 가장 높았다. 두 수치는 기성 언론 보도 유통이 정상적이지 않고, 전통적 미디어 소비 창구에 파열음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숫자는 한국에서 ‘언론’의 지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정찬대 성공회대 민주자료관 연구원이 최근 작성한 보고서 “‘가짜뉴스’ 생성과 대중심리의 자극 : 거짓에 현혹된 사회, 그리고 의도된 프레임”은 현직 기자 6명의 인터뷰를 담았다. 한 취재 기자는 이렇게 밝혔다.

“A매체는 발제한 기사와 온라인 기사 수를 통계해 성적표를 내고, 또 전체 기사 수와 클릭 수로 연봉을 계산한다. 좋은 기사나 가치 있는 기사는 뒷전으로 밀리고 클릭 수 장사만 하는 것이다. 또 다른 B매체는 일주일마다 클릭 수나 기사 개수를 산정해 성적표를 공개한다.”

포털에 종속된 채 ‘클릭’에만 혈안이 되면서 좋은 보도를 할 수 없는 구조가 고착화했다는 진단이다. 더욱이 유튜브를 통한 뉴스 소비 비율이 높은 건 플랫폼 다변화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뉴스 형태의 효능감 높은 이슈가 뉴스 수용자 눈길을 붙잡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현상은 기성 언론이 갈피를 못 잡는 딜레마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을 보도하면서 유튜브에서 나온 온갖 음모론을 확산한 것이나 연예인 사생활을 무분별하게 폭로했던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 영상을 인용 보도한 것이 대표적이다. 물론 기자들도 이 같은 보도의 폐해를 모르는 건 아니다. 현직 기자들에 따르면 최근 기자 단톡방에서 가로세로연구소 폭로 내용을 받아쓰지 말자고 ‘협정’을 맺자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한다.

▲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최근 화두인 언론개혁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유사 언론’이 쏟아내는 허위조작정보를 기성 언론이 받아쓰는 관행을 깨는 방향으로 논의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현직 기자들이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을 제안한다.

선정적 소재의 클릭 저널리즘과 검증 없는 커뮤니티 저널리즘 폐해가 심각해지고 있는 건 언론 탓이 크지만 이를 가능하게 하는 미디어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현직 기자들이 각 매체별 문제점을 공유하고 언론개혁 방안을 스스로 도출한다면 허접한 보도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 즉 ‘알리바이’를 깰 수 있지 않겠는가.

과거 일러스트를 관련 없는 보도에 사용해 뭇매를 맞고 있는 조선일보 기자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악의적인 의도 여부와 별개로 온라인 보도에 대한 데스킹 부재가 발생했다는 자칭 ‘1등 신문’ 조선일보의 해명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유사 언론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일에 대해 조선일보 내부는 무겁게 성찰해야 한다. 조선일보 기자들도 언론개혁의 주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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