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1’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년 최하위를 기록하던 한국은 꼴찌를 벗어났지만, 프랑스는 한국보다 더 낮은 뉴스 신뢰도를 기록했다. 이런 결과가 그리 놀랍지는 않다. 최근 프랑스는 독점화한 미디어 산업으로 인해 언론의 독립성이 큰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억만장자, 뱅상 볼로레(Vincent Bolloré)는 2015년 캬날 플뤼스 그룹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 프랑스 주요 라디오방송사 중 하나인 유러프앙(Europe1)을 소유한 라 갸르데르 그룹의 최대 주주로 떠올랐다. 이제껏 사적 이익에 언론을 이용해왔던 그는, 자신의 뉴스채널 쎄뉴스(CNews)를 탐사보도와 퀄리티 정보가 사라진, 동시에 극우적 색채가 강한 채널로 탈바꿈시킨 바 있다. 

이로 인해 지난 6월17일 유러프앙의 기자들은 60년 역사상 최초로 파업에 돌입했다. 72%의 종사자가 동참한 이 파업의 이유는 명확하다. 6월30일 이후 이 매체가 뱅상 볼로레 통제 하에 놓이게 되면, 편집의 독립성과 정보 다원주의가 파괴되고 극우세력의 프로파간다로 전락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게티이미지
▲프랑스 파리. ⓒ게티이미지

유러프앙의 기자들은 6월17일 르몽드에 자신들의 입장문을 실으면서 ‘우리는 유러프앙이 오피니언 미디어가 되는 것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최근 사례를 통해 오피니언 미디어가 어떻게 사회를 분열시키고, 그 이데올로기적 편향성이 어떻게 언론 독립성을 잃게 만드는지를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사회적 긴장이 고조되고, ‘가짜 뉴스’가 확산하고, 정체성이 확연히 쇠퇴하고 있는 전대미문의 시대에 언론은 이 시대를 해독하고, 진실과 거짓을 분리하고, 사회적 연결 고리를 만들고, 다원주의를 존중하면서 대화를 촉진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것이 바로 유러프앙이 창립 이후 지켜온 사명이다. 그 사명을 저버리고 우익, 때로는 극우와 밀착한 정치 행동주의와 결합해 종일 편향적 뉴스를 보도하게 된다면, 유러프앙은 가장 소중한 것, 즉 청취자 신뢰라는 자본을 잃게 될 것이다.” 

프랑스 문제 중 하나는 우리와 유사하게 일반기업이 신문, 방송, 라디오 등 모든 유형의 미디어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기업가들은 늘 언론을 권력의 도구로 활용해왔다. 저널리즘에 대한 투자를 통해 더 좋은 매체로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미디어를 소유하려 든 것이다. 

최근 볼로레의 ‘미디어 제국’이 점점 더 커지고, 이로 인해 ‘진짜 저널리즘’ 영역이 위태로워지면서, 미디어 소유 구조를 재편하기 위해 새로운 입법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주장하는 전문가에 따라 그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방향은 유사하다. 미디어 시장의 독점 구조를 제한하고, 민주적 거버넌스를 위해 시민들 참여를 확대하고, 편집 독립성이 침해받지 않도록 언론인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 역시 언론사 사주의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언론사 논조나 기사 방향이 결정되는, 즉 사주가 직간접적으로 언론사 편집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다 보니 한때 진정한 언론인을 꿈꾸었던 이들이 차츰 이러한 시스템에 굴복해 어쩔 수 없이 혹은 자발적으로 영합의 길을 걷기도 한다. 

그러나 뉴스는 단순한 상품이 아닌 민주주의 필수 요소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수많은 혐오 발언과 허위정보들이 난무하고, 편향적 정보 소비가 확산하는 시대에 시민이 알아야 할 정보를 신중하고 정확하게 제공하는 언론의 중요성은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언론사 사주가 혹은 소수 권력자가 더 이상 민주적 공론장을 왜곡시키지 않도록 대안적 미디어 소유 구조에 대한 고민이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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