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의 권한과 역할을 두고 이사회 내부에서 설전이 이어졌다.

24일 방문진 정기 이사회에서 김도인 이사는 박성제 MBC 사장이 방문진에 구체적인 사전 보고를 하지 않은 채 ‘원(One) MBC’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One MBC’는 박성제 사장이 취임 공약으로 내건 ‘전국 MBC 광역화’와 맞닿은 구상이다. 대전·충북 지역 MBC와 본사 통폐합을 통한 ‘MBC세종’을 시작으로 일부 지역사·본사를 ‘메가시티’ 즉 권역별로 통폐합한 뒤, 궁극적으로는 전국 MBC가 단일 조직으로 나아간다는 방향이다. 이와 관련해 박 사장은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전국의 16개 지역MBC를 순회한 데 이어, 내달 5일 서울 MBC본사에서 정책설명회를 열어 구성원 의견을 수렴한다.

이 구상과 관련해서는 방문진에도 여러 차례 업무보고가 이뤄진 바 있다. 올해 1월28일 MBC 조직개편에 관한 방문진 업무보고 때도 박성제 사장이 ‘메가MBC추진단’ 설립 계획을 설명하면서 “‘세종MBC’를 추진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그것과 이번에 새로운 지역사 임원들을 선임하면서 광역화 문제까지 함께 힘 있게 추진해 가고 속도감 있게 할 조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

김도인 이사는 그러나 세부적인 진행 상황에 대해 방문진 보고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방문진의 MBC 관리지침상 사전협의 사항인 ‘MBC·관계사 중장기 투자 및 개발 계획’에 포함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유기철 이사는 “정보나 아이디어 공유는 다다익선이지만 방문진 권한이자 임무는 추후 결과를 보고 행사하는 것”이라며 “(MBC 관련) 이사회는 안에 하나(MBC 이사회), 밖에 하나(방문진 이사회)가 있다. 기능을 분리해 우리는 사후 감독을 하라는 얘기”라며 “이걸 고치자면 방문진법을 손봐야 하는 것”이라 반박했다.

두 이사간 설전이 이어지자 김상균 이사장은 “필요하면 (사장 보고를 위한) 일정을 맞춰보겠다”고 중재했다. 내달 예정된 이사회에 박 사장 보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도인 이사는 전임 MBC 경영진의 100억원대 투자 손실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근거로는 대법원이 이른바 ‘직원 사찰 프로그램’ 설치를 묵인했던 김재철 전 사장 등 과거 MBC 경영진에게 MBC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사례를 들었다. 다만 해당 판결은 전임 경영진이 본인 법적 다툼을 위해 회사 예산으로 이용한 변호사 비용 일부를 배상하라고 한 것이기에 사안의 결은 다르다.

유 이사는 이에 “최종 결재권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침은 섰는데 (투자사 대상) 1심에서 판결액이 나온 뒤의 절차가 있다고 한다”면서 “방문진 차원에서 이사회가 뜻을 모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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