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가 재현하고 대변하는 대상이 소위 주류 집단에 편중되는 관행 속에서, KBS가 소수자·어린이·노동자에 주목한 콘텐츠를 선보여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사회적 소수자·약자에 대한 콘텐츠로 항의나 잡음이 발생할지라도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를 지켜달라는 격려 섞인 당부도 나왔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진행된 6월 시청자위원회에서 권순택 위원은 지난달 13일 방영된 KBS 1TV ‘다큐인사이트-빛은 무지개’편의 의미를 짚었다. 권 위원은 “‘빛은 무지개’에서 마지막에 ‘성소수자는 전체 인구의 약 5%로 추정된다’는 자막이 있다. 방송이 그 약 5%에 해당하는 콘텐츠만큼이라도 성소수자에게 할애하고 있는지 생각하면 공정성·공익성에 있어 암담하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특히 KBS가 다른 채널과 비교해 봐도 유독 성소수자와 관련한 이슈를 피해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양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도 “그러한 생각에서 ‘빛은 무지개’ 콘텐츠가 KBS에서 방영된 것은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일”이라 밝혔다.

‘빛은 무지개’ 편은 지난달 방영을 앞두고 ‘방영을 중단하라’는 KBS시청자청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동성애를 미화해선 안 된다’는 차별·혐오성 청원이 상당수였다. 이에 지난 2일 서용하 KBS TV제작1본부 시사교양2국 1CP는 “이번 다큐멘터리는 성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다양한 방식으로 토론되고 존중받는 공론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됐다”며 “프로그램을 통해 상호 관용의 폭을 넓히고 이해를 돕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 5월13일 KBS 1TV에서 방영된 '다큐인사이트-빛은 무지개'편 타이틀 이미지. 사진=KBS
▲5월13일 KBS 1TV에서 방영된 '다큐인사이트-빛은 무지개'편 타이틀 이미지. 사진=KBS

이와 관련해 권순택 위원은 “프로그램을 여러 번 살펴봤는데 어디를 보더라도 미화하려는 연출은 없었다. KBS에 대해 유독 보수적인 잣대가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날 회의에선 어린이날 특별 편성에 대한 평가도 나왔다. KBS는 ‘더 나은 삶 어린이가 안전한 대한민국’을 주제로 5월5일 하루 어린이 프로그램 특별 편성을 진행한 바 있다. 전주혜 위원은 “다른 지상파·종편 채널들에서 어린이 특선 영화를 이른 아침 시간에 한두 편 편성하고 종일 프로야구나 예능 프로그램을 재방송하여 편성한 것과는 달리 KBS에서 방영한 어린이날 특집 프로그램은 어린이를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어린이가 보고 싶어 하는 프로그램도 다수 편성하여 자극적인 콘텐츠에 노출돼 있는 어린이들에게 어린이날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게 해줬다”고 호평했다.

다만 “(어린이) 보호와 지원에 대한 프로그램이 어린이날에 한정되어 방영되는 것이 아니라 정규 방송으로 자리매김하여 지속적으로 어린이 보호 대책을 논의하고 제도로써 안착이 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를 만드는 데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전 위원은 “어린이 시청자의 레트로 미디어에 대한 외면을 단지 OTT의 증가와 자극적인 콘텐츠에 흥미를 느끼는 어린이 시청자에게 전가해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 “어린이들이 유튜브 콘텐츠에서 느끼는 재미를 방송 프로그램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공영방송으로 어린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하여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지난 5월2일 방영된 KBS1TV '시사기획창-월급이 사라졌다' 타이틀 이미지. 사진=KBS
▲지난 5월2일 방영된 KBS1TV '시사기획창-월급이 사라졌다' 타이틀 이미지. 사진=KBS

올해 초 KBS ‘뉴스9’에서 ‘임금체불보고서’ 기획이 보도된 데 이어 시사교양프로그램 ‘시사기획창’을 통해서도 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주목한 대목도 거론됐다. 진선미 위원은 “ 이번 ‘시사기획 창-월급이 사라졌다’는 기존 사례를 단순 나열 한듯하였고,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거나 임금체불을 개선하려는 제도 개선 제안도 부족한 듯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그럼에도 △5인 미만 사업장의 임금체불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점 △체불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여과 없이 전달한 점 △임금체불이 개인의 문제나 개별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2020년 임금체불 사건 1심 판결문 1200여건을 전수 분석해서 솜방망이 처벌로 인한 구조적, 제도적으로 허점이 있다는 점을 알린 점 △임금체불은 단순 경제사범이 아니라 노동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라는 점 등을 다뤘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전 위원은 “(노동임금 체불 관련) 꾸준한 문제제기를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임금 절도인 임금체불의 근절,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KBS의 노동 행보를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KBS 관계자들도 향후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담겠다고 약속했다. 이제헌 KBS 시사교양2국장은 “다양성을 담아내야 된다는 측면에서 특히 더 소외될 수 있는 소수자, 사회적 약자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윤진규 KBS 멀티플랫폼편성국장은 “더 많은 어린이 청소년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하반기부터는 편수를 늘려 (‘신장개업 운동맛집’ 등 프로그램을) 시즌제로 편성할 계획”이라면서 “그 콘텐츠들을 활용해서 KBS 청소년 유튜브 채널까지 개설할 계획”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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