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용서가 안 됩니다.” 단순한 실수로 비칠 수 있는 이미지 삽화 하나에 누군가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격하게 반응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조선일보가 사과까지 했는데 말이다. ‘성매매 유인 강도 사건’ 기사에 조 전 장관 부녀의 이미지가 실린 것은 정말 실수일 수 있다. 하지만 조국 전 장관의 분노에는 맥락이 있다. 자신과 가족을 향한 왜곡 보도, 오보, 망신주기식 무차별적 취재가 반복되어왔다면 실수는 ‘미필적 고의’가 된다. 

조국 전 장관과 조선일보의 악연은 반복되고 있다. 조 전 장관 측을 향한 조선일보의 사과는 지난해에도 있었다. 2020년 8월28일자 ‘조민,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일방적으로 찾아가 “조국 딸이다, 의사고시 후 여기서 인턴하고 싶다”’는 제목의 기사와 관련해 조선일보는 “사실관계 확인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부정확한 기사였다”며 조씨에게 사과했다. 이후 조 전 장관 측은 조선일보 기자 등을 형사고소하고 4억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조민 피부과 인턴 오보’ 관련 조선일보의 사과문. 디자인=안혜나 기자.
▲지난해 ‘조민 피부과 인턴 오보’ 관련 조선일보의 사과문. 디자인=안혜나 기자.

조 전 장관은 자신의 책 ‘조국의 시간’에서 “조선일보 기자는 내가 치료받은 병원까지 찾아가 무슨 치료였는지 묻고 갔다. 동네 카페와 세탁소 등 상점을 방문해 나와 내 가족에 대한 불만이 없는지도 탐문했다”고 밝혔으며 “2019년 9월28일 조선일보 강다은 기자는 ‘딸 생일 케이크 든 뒷모습 찍힌 조국, 기획인가 우연인가’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강 기자의 악의적 상상력에 기가 막혔다”고 적었다. 

조 전 장관은 “조선일보 기자는 딸이 중요한 시험을 보는 날 시험장 입구에서 질문을 던지고,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에는 화장실까지 따라가 질문하며 답을 요구한 후 딸이 시험을 쳤다는 기사를 내보냈다”고 적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1월27일 ‘[단독] 조국 딸, 국립중앙의료원 인턴 면접 봤다’란 제목의 기사를 냈고, 1월29일에는 ‘[속보] 조국 전 법무장관 딸, 국립중앙의료원 인턴 불합격’이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조민 추적은 스토킹이 아니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제목의 서민 단국대 교수 칼럼을 실은 곳도 조선일보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시스템 ‘빅카인즈’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조국 사태가 지나간 지난 1년(2020년 6월23일~2021년 6월23일) ‘조국’과 ‘조민’ 키워드가 함께 들어간 기사를 132건 출고했다. 중앙일보(165건)에 이어 두 번째 기사량이다. 같은 기간 동아일보(36건) 한국일보(32건) 경향신문(11건) 한겨레(7건)와 비교할 때 차이가 명확하다. 조선일보는 조국 사태 당시에도 장관 후보자 검증이라며 ‘이혼 4년 뒤 세운 묘비에도 여전히 며느리…이상한 조국 가족’(2019년 8월21일자)이란 기사를 내보내고, ‘최순실 전두환 떠올리게 만드는 조국 후보자와 가족들’(2019년 8월20일자)이란 제목의 사설까지 썼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연합뉴스

‘조국 차량, 자택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 중’(2019년 8월27일)이란 속보를 내보냈던 TV조선도 조선일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TV조선 기자·PD는 조민씨가 혼자 사는 오피스텔 1층 보안문을 통과해 집 앞에서 소란을 피워 조 전 장관 측이 주거침입죄 등으로 고소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이들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TV조선은 기소 의견을 두고 “공익 목적의 취재 활동에 대한 지나친 제한이다. 언론자유가 위축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조 전 장관은 문갑식 전 월간조선 편집장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조국 일가 동남은행 35억 떼먹고 아파트 3채-커피숍-빵집 분산투자’ 등과 같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형사 고소했고, 역시 최근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조 전 장관 입장에서 끝없는 법적 대응과 공개 비판의 결과는, 바로 그 삽화였다. 조 전 장관의 분노에는 이처럼 맥락이 있다. 그래서 그의 분노는 절망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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