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2021년 5월1일 네이버를 자산총액 10조 이상의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하자 네이버는 당장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미디어렙법) 소유제한 규정을 위반하게 됐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가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미디어렙사 주식을 소유한 네이버에 대해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대기업 소유제한’을 명시한 방송법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등장했다. 

미디어렙법에 의하면 자산총액 10조 이상 대기업은 방송법과 마찬가지로 미디어렙사의 주식 또는 지분 총수의 10%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 네이버는 JTBC 미디어렙인 ‘제이티비씨미디어컴’ 주식의 19.92%, 채널A 미디어랩인 ‘미디어렙에이’ 주식의 19.8%, TV조선 미디어렙인 ‘티브이조선미디어렙’ 주식의 19.54%를 소유하고 있다. 법에 따라 네이버는 6개월 내 초과 지분을 팔아야 한다. 

이날 김효재 상임위원은 미디어렙법 위반 사안을 의결하는 자리에서 방송법 8조를 언급하며 “대기업을 10조로 규정할 당시 10조 이상 기업이 14곳이었는데 지금은 40곳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제의 규모가 커졌고 대기업 기준 자체가 많이 달라졌다”며 방송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법 제8조(소유제한등)에 따라 대기업은 지상파 방송사 주식 또는 지분의 10%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

▲방송통신위원회 회의모습. ⓒ방통위
▲방송통신위원회 회의모습. ⓒ방통위

김효재 상임위원은 “네이버뿐만 아니라 호반건설도 자산총액 10조가 넘어가면서 광주방송 주식을 팔고 나와 전자신문 매입 이야기가 있다. 울산방송도 광주방송과 비슷한 상황이다. 아마 연말이 되면 SBS도 똑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라면서 “(10조 기준이) 시대 변화에 맞는 것인지 고민이 있다. 10조가 과연 적절한 대기업 기준인지 의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SBS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태영그룹은 조만간 자산규모 10조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김효재 상임위원은 “콘텐츠 경쟁력을 위해선 막대한 자본이 투자되어야 한다. 이렇게 진입장벽을 만들어놓으면 자본 있는 사업자가 들어올 수 있나”라고 되물으며 “지상파와 종편의 여론 지배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는 상황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미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 시장을 휘젓고 있고 곧 디즈니플러스도 들어온다는데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방통위가 근본적으로 문제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창룡 상임위원 또한 “대기업 기준이 방송 시장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기준을 정하는) 공정위와 별개로 우리가 검토할 부분은 없는지 봐야 한다”고 밝혔다. 안형환 상임위원 역시 “김창룡 위원 말씀처럼 방송법 기준을 다시 생각해야한다”면서 현 상황을 “몸은 커졌는데 옷은 그대로인 상황”이라 묘사했다. 이어 “네이버는 현행법상 규제할 수밖에 없지만 향후 합리성·융통성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임위원들의 의견에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정책적 고려는 추후 의견수렴을 거치자”고 밝히면서 “추후 시정명령이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도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네이버가 주식을 내놓았지만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 앞선 상임위원들 의견은 힘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법 개정 움직임에 반발 또한 예상된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은 “원칙적으로 10조 규제를 완화해서 현재 진입해있는 태영이나 삼라 같은 사업자들이 지배주주를 유지하는 것에 반대한다. 삼라나 태영의 경우 부채상환 등을 통해 자산총액 줄일 수 있다”고 밝혔으며 “대주주의 매출액 규모 상승에 맞춰 규제기준을 완화해주는 것은 규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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