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윤석열 X파일’ 출처와 관련해 ‘윤 전 총장 파일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불똥이 튀었다. 한 보수단체가 송 대표 지시로 파일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송 대표를 고발했다. 그러나 송 대표가 파일을 언급하기 전에 가장 먼저 윤석열 파일을 언급한 것은 신지호 전 한나라당 의원이 주간조선에 쓴 칼럼이다. 신 전 의원은 “파일 내용이 흥미롭다”며 주요 내용을 비교적 상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이종배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 대표는 23일 오전 대검에 윤석열 X파일 작성자와 ‘윤 전 총장 관련 파일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송영길 대표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 단체는 송 대표 고발이유를 두고 “송 대표가 지난달 말 ‘윤 전 총장 관련 파일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X파일이 여권 쪽에서 작성됐다는 이야기도 있는 만큼 이 파일이 송 대표 지시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직권남용 혐의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송 대표는 지난달 25일 개혁국민운동본부(개국본) 초청 연설에서 이 같은 발언을 해 “권모술수의 구린내가 난다”(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등 야권의 비판을 받았다. 파일 작성의 책임 여부를 떠나 집권여당의 대표 발언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 보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출신 평론가가 먼저 윤석열 파일을 언급해 논란이다. 신지호 전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달 24일자 주간조선 고정칼럼 ‘[신지호의 正眼世論] ‘검사 윤석열’ 파일은 왜 야권서 등장했을까’에서 윤석열 파일과 내용, 작성자와 사용자에 대한 추측 등 상세히 분석했다. 신 전 의원은 “최근 여의도 정가에 ‘윤석열 파일’이 등장했다고 한다”며 “그런데 내용이 자못 흥미롭다”고 썼다. 신 전 의원은 “부인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나 장모의 요양병원 부정수급 의혹과는 차원을 달리한다”며 “‘검사 윤석열’의 비위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기술했다. 특히 신 전 의원은 “파일에는 윤석열 검사가 수사하면서 특정 피의자를 친소(親疏)관계 때문에 봐주는 등 사건처리를 엄정하게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며 “심지어 재벌 비위 수사를 뭉갰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까지 특정했다.

다만 신 전 의원은 “내용 못지않게 흥미로운 대목은 이 파일이 목격된 장소가 야당 의원실이라는 점”이라고 썼다. 신 전 의원은 “그렇다면 야권의 누군가가 이 문건을 생산한 것일까”라며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야당에는 이럴 정도의 정보수집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무·검찰의 내부정보를 획득해야만 각색을 통해 생산 가능한 ‘작품’인데, 그 주인이 야당이라는 추론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며 “당연히 생산지는 여권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썼다. 그런데 왜 이 문건이 야당에 있는지를 두고 신 전 의원은 “생산자의 공급 의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드는 “마침 야권에서도 윤석열 때리기의 수요가 발생했다”며 “대선후보 경선에서 윤석열을 제쳐야 하는 사람들 또한 윤석열을 무너뜨릴 비책을 찾아 헤매고 있다”고 추측했다.

▲지난달 24일 발행된 주간조선에 실린 신지호 전 한나라당 의원의 칼럼. 사진=주간조선 갈무리
▲지난달 24일 발행된 주간조선에 실린 신지호 전 한나라당 의원의 칼럼. 사진=주간조선 갈무리

그는 이 파일을 야권에서 먼저 써주는 게 좋은 이유로 “여권발 정치공작이 아니라 야권발 내부검증으로 보기 좋게 포장되기 때문”이라며 “같은 메시지라도 메신저가 바뀌면, 느낌이 확 달라진다. 제품의 원산지는 이렇게 변경된다”고 해석했다.

특히 신 전 의원은 이 파일을 두고 “윤석열 본인의 검사 시절 행각에 초점을 맞춘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라며 “‘윤석열이 공정의 대변인인 양 행세하지만 사실은 불공정의 화신이었다’는 인식을 퍼뜨리겠다는 심산”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진영 내 경쟁자를 제압하기 위해 적대 진영이 생산한 무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명백한 이적행위”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X파일을 작성했거나 갖고 있을까.

송 대표는 23일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X파일을 송 대표가 만들었느냐는 김어준 진행자 질의에 “X파일 없다”고 답했다. ‘차곡차곡 쌓인다고 했지 않느냐’고 묻자 송 대표는 “검증 자료를 쌓고 있다, 이런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저는 그런 건 없고 제가 나름대로 쭉 정리를 해 보고 있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이 봤다는 윤석열 X파일과는 무관한지에 대해 “상관없다”며 “아마 (야당) 자체 내부에서 그동안 검찰총장 인사 검증 과정에서 야당 내부에서 여러 가지 자료를 정리했을 것으로 추측이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4일 발행된 주간조선에 실린 신지호 전 한나라당 의원의 칼럼. 사진=주간조선 갈무리
▲지난달 24일 발행된 주간조선에 실린 신지호 전 한나라당 의원의 칼럼. 사진=주간조선 갈무리

오는 7월2일 윤석열 전 총장 장모가 기소된 재판의 선고공판이 예정된 것과 관련해 송 대표는 “이런 것들이 왜 중요하냐 하면 선출직 공무원 중에 배우자가 법적 지위를 가지고 국가 예산을 지원을 받는 것은 대통령이 유일하다”며 “대통령 부인이나 배우자 될 사람의 검증은 대통령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국 전 장관 부인 가족에 대한 그런 수사의 정도보다 더 심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와 관련,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전 총장이 불법사찰, 정치공작 주장을 한 것을 들어 “난데없는 집권당 개입 타령이냐”면서 “전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이 야당 의원실 목격했다는 주간조선의 윤 전 총장 파일 보도가 그 첫 번째 보도였음을 알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백혜련 의원도 이날 회의에서 윤 전 총장의 불법사찰 주장을 두고 “대선후보라면 국민 검증을 거치는게 상식”이라며 “모든 논란을 종식시키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윤석열 본인이 해당 파일을 장성철 소장한테서 받아 국민에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장 소장이 명예훼손이 두려워 공개를 못한다 하니 본인이 공개하고 장 소장 주장대로 방어가 불가능한지 검증해보자고 제안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주재를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주재를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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