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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 “매체사 변화 없으면 ABC제도 개선 소용없어”
국회입법조사처 “매체사 변화 없으면 ABC제도 개선 소용없어”
ABC협회 존폐 기로 속 국회입법조사처 ‘ABC제도 문제점과 개선과제’ 보고서 내놔 

국회입법조사처가 22일 “ABC제도가 과연 신뢰를 회복해 모두가 필요로 하는 제도로 바뀔 것인지 근본적 질문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ABC제도 문제점과 개선과제’ 현안분석 보고서를 냈다. 국내 유일의 신문부수 인증기관인 ABC협회는 현재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과학방송통신팀 김여라 입법조사관이 작성한 해당 보고서는 “부수보고 체계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부수보고관리시스템이 도입됐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표본지국 선정이 무작위로 표집 되었는지, 불가피하게 선정된 표본지국을 교체할 경우 절차에 맞게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기록이 없어 확인이 불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 ABC협회의 부수공사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또한 “지국의 독자 관리 프로그램, 통장, 지로, 수금 영수증 등 구독 증빙자료에 대한 사본을 제대로 보관·관리하지 않아 부수 공사 과정에서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협회가 발표한 유가율(발행부수 대비 유료부수 비율)·성실률(신문사가 협회에 보고한 유료부수 대비 공사원이 실사를 통해 인증한 유료부수의 비율)과 문체부가 조사한 유가율·성실률에 차이가 있다”며 결과의 신뢰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앞서 문체부가 3월16일 내놓은 ABC협회 사무검사 결과에 따르면 ABC협회는 A신문사 98.09%, B신문사 94.68%, C신문사 82.92% 성실률을 발표했는데, 문체부의 12개 지국 조사 결과에서 성실률은 A신문사 55.36%, B신문사 50.07%, C신문사 62.73%로 나타났다.

▲ABC협회.
▲ABC협회.

입법조사처는 “부수 공사 결과에 이의가 있을 때 보정자료를 제출하는데, 이 절차의 투명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실사 현장에서 유료부수로 인정받지 못한 자료를 추가 증빙 없이 보정자료로 다시 제출했는데 유료부수로 인정받은 사례가 확인됐다”고 지적했으며 “부수인증위원회는 2015년부터 현재까지 재인증이나 인증보류 결정 사례가 한 건도 없다”며 부수공사 전반의 총체적 부실을 짚었다. 

입법조사처는 현 상황의 대안으로 “부수보고관리시스템을 통한 매체사의 부수 보고가 예외 없이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시스템에 보고된 자료는 모든 회원사가 열람할 수 있도록 해 서로 간에 자율적인 감독이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했으며 “표본지국 선정, 공사원 배치, 표본 실사 과정을 원칙에 따라 진행하고 외부에 공개해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표본지국 선정기준도 과학적 표집 방식에 맞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표본지국이 통보되면 신문사 직원이 해당 지국을 미리 방문해 증빙자료를 준비하거나 수정하는 등 자료 훼손이 발생하고 있었다”며 “표본지국 조사를 상시로 한다든지, 부수를 증명하는 통장 사본이나 영수증 등 증빙서류를 시스템화해서 수시로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모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ABC공사원 공사와 외부 회계 법인 전문가에 의한 공사를 병행하는 영국 사례처럼 공사 방식 보완을 고려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이밖에도 △보정·인증 및 감독 강화 △인증위원회 역할 제고 △ABC협회 이사회 구성 개선 △ABC협회와 부수 공사에 대한 문체부의 감독 강화를 지적했다. 특히 “신문업계와 광고업계의 주도권 다툼으로 인한 행정력 낭비 및 운영의 공정성 문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신문업계와 광고업계 중심으로 구성된 이사회에 관련 학계 전문가와 구독자 등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 구조를 개편하는 방안을 모색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외부 전문가를 통해 조직 운영의 탄력성과 감독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입법조사처는 “신문업계의 부수 조작 의혹은 결국 독자들을 이탈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신문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ABC제도가 유지되려면 공사대상 매체사의 자정 노력과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 매체사의 변화가 있지 않으면 아무리 제도가 개선되어도 소용없다”고 지적했다. 

▲서울 사당역에 위치했던 신문판매기. ⓒ미디어오늘
▲서울 사당역에 위치했던 신문판매기. ⓒ미디어오늘

그러면서 “ABC제도가 과연 신뢰를 회복해 모두가 필요로 하는 제도로 바뀔 것인지 근본적 질문이 필요하다. 유료부수 등 양에 대한 측정이 해당 신문의 매체로서의 가치를 온전히 평가할 수는 없다. 온라인 조회 수가 해당 콘텐츠의 질을 나타내주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라면서 “어떤 기사를 내는지, 얼마나 비판적으로 문제를 직시하는지, 얼마나 이용자와 소통하는지 등 질적인 측정과 평가가 함께 요구된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ABC제도 자체에 대한 폐지 의견도 있다. 이미 개선 기회를 여러 차례 놓쳤고, 폐지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매체 관련 자료를 제공하는 공식 기구가 필요하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ABC제도는 합리적이고 전문적으로 운영되어 왔고, 매체 환경변화에 맞춰 진화해왔으며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ABC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유독 비판받는 것은 제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불투명하게 운용되고 적절하게 활용되지 못해서 일 수 있다”며 폐지에 신중한 입장을 냈다.  

현재 ABC제도와 관련해 세 개의 법안이 제출돼 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ABC부수공사를 대신해 정부가 실시하는 여론집중도조사 결과를 정부광고 매체 선정에 활용하는 정부광고법 개정안을 내놨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광고 홍보매체 선정기준으로 미디어바우처 최종 산정액 비중을 활용하고 ABC부수공사의 근거 조항을 삭제하는 정부광고법 개정안을 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언론사 또는 검증기관이 고의적으로 부수를 조작해 신고 또는 검증한 행위가 명백할 경우 이로 인해 선정된 정부광고비의 3배를 넘지 않는 선에서 손해배상하는 정부광고법 개정안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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