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공영방송 사장 추천권을 내려놓겠다”며 지배구조 개선 법안 추진을 천명한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제1야당인 국민의힘 당사 앞을 찾아 개선 논의를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에게 면담을 요구했다.

언론노조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 노동자와 시민사회가 요구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 제도화에, 민주당 미디어혁신특위의 입장에 어떻게 단 한 마디 논평도 없느냐”며 “언론개혁에 대한 제1야당의 입장은 무엇이냐”고 꼬집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7일 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보고에서 “여당은 기득권을 내려놓기 위해 공영방송 사장 후보자 추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은 정필모 의원이 지난해 발의했던 방송법 개정안 등의 통과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노조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언론노조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언론노조는 “관련 법안을 논의해야 할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행태는 어땠는가? TBS 감사원 감사만을 요구하며 상임위 파행을 유도하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며 “겉으로는 보수혁신이라는 가면을 내세우고 속으로는 여전히 언론장악을 다시 꿈꾸고 있다는 깊은 의구심을 거둘 수 없다”고 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보수의 중심이라는 국민의힘에 젊은 당대표가 들어서자마자 민주당이 국민에 공영방송에 대한 주권을 돌려주라는 호소에 화답했다”며 “이 약속은 단순히 민주당의 약속이어야 하느냐, 나는 생각이 다르다. 낡은 보수를 청산하고 혁신하겠다 외치는 이준석 대표 체제가 응답해야 한다”고 했다. 

최광호 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실장은 “출입기자 이름으로 자유한국당 시절의 국민의힘을 취재한 적이 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KBS는 정부의 것이기에 자신들을 늘 반대하고 싫어할 것이다, 정부 편을 들 것’이라는 인식을 보였다”며 “안타깝게도 이런 풍경은 공수를 바꿔가며 반복해왔다”고 했다.

▲최광호 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실장. 사진=김예리 기자
▲최광호 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실장. 사진=김예리 기자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 사진=김예리 기자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 사진=김예리 기자

최 실장은 “국민의힘이 내놓은 KBS 관련 성명 제목만 봐도 KBS가 국민의 방송이라고 강조해왔다”며 △KBS는 국민의 방송이지 정권의 방송이 아니다(2월3일) △공영방송 KBS를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들지 말라(2018년 2월8일)’ △KBS 공영방송은 도대체 누구 것인가?(2017년 11월23일) 등 국민의힘이 발표한 성명을 인용했다. 최 실장은 “국민의힘에 다른 어떤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과거의 외침을 같이 고민하고 법안으로 실현해달라”고 주장했다.

윤 위원장은 “낡은 보수의 핵심이 무엇인가. 정권 잡으면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바른 소리하는 언론인을 내쫓고 해직자를 양산하던 게 엊그제다. 국민의힘이 이런 낡은 관행 청산에 앞장서야 한다”며 “보수의 첫 번째 가치는 언론 자유의 제대로 된 보장이다. 지난 수십 년 누려온 부당한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적 기득권을 내려놓는 결단을 젊은 당대표가 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이 당대표가 (당사) 안에 있다니 듣고 있을 것이다. 언론노조는 언제라도 대화하고 마주앉을 준비가 돼 있다”며 “요구에 화답하기 바란다”고 했다.

언론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공영방송 이사나 사장 국민추천이 여당에 우호적인 시민단체로 채워질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1일 국민의힘이 당대표 선거에서 도입한 일반 국민 여론조사는 보수시민만을 대상으로 실시했는가?”라고 되물은 뒤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은 언론장악 몽니를 포기하고 국회 상임위 일정에 참여해 공영방송에 대한 국민참여 확대라는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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